우리의 머모님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현실을 담은 내용인 만큼 통쾌하거나 기승전결이 확실한 내용도 아니고, 그 시절 기준의 법률용어나 길고 두꺼운 책이기에, 솔직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는 족족 ‘1900년대 초반 이 사람들도 아는 논리를 왜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의 존재도 자그마치 친오빠가 읽어보라며 던져줘서 알게 됐다. 세상에, 나는 정말 불평불만만 할 줄 알았지 그 불편함을 드러내고 싸울 생각은 없었나 보다. 책을 반쯤 읽었을 때 영화를 접했다. 신기하게도 딱 책 내용의 중간쯤 되는 시점을 배경으로 한 사실 기반 픽션 영화였다. 주인공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나머지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과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성 참정권을 위해 창문을 부수고 우체통을 폭발시키고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던 그 운동가들을 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체포를 하고 범죄자 취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여성이 몰래 찍힌 동영상은 재밋거리로 공유되고 소비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패고 죽이면서, 여자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준’ 가해자를 벌하라는 정당하고 당연한 말을 하면 왜 되려 범죄자 취급을 하는가? 책과 영화에 지속적으로 나오듯, 그들은 그 누구의 목숨도 빼앗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키고 여성들의 삶을 망가뜨리며 목숨을 앗아가는 행위를 하는 것은 남자들이다. 너네와 동일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여성을 그저 노리갯감으로 삼지 말라는 이 기본적인 윤리를 굳이 설명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알아먹지를 못하는 이 현실이 정말 더럽고 역겹고 괴롭다.
“여성들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그들은 여성들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일, 즉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싸움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