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 민음사 펴냄

채털리 부인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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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3.9.15

페이지

366쪽

상세 정보

D.H.로렌스의 마지막 소설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문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출간됐다. 로렌스 재단과의 정식 계약을 통해, 199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결정판' 무삭제 텍스트를 판본으로 삼았다.

이 소설은 로렌스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완성된 작품인데, 최종 탈고되기까지 두 번의 완전한 재창작 과정을 거쳤다. 출간 당시 노골적인 성 묘사와 비속어로 인해 많은 논란과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사실 로렌스는 외설이나 무의미한 성적 탐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거부했던 사람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코니와 멜러즈의 성적 관계는 불륜이나 난잡한 성행위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기계,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산업사회의 문명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모색의 방편으로 추구되는 것이다.

로렌스는 산업사회가 창조적인 인간다움을 말살해버린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육체의 죽음을 막고 육체를 되살려내는 것만이 현대 산업문명이 파국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육체의 회복은 남녀간의 건강한 육체적 접촉 즉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주인공 멜러즈의 입을 통해 제시된다. "남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고 여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고 난 믿고 있소. 차디찬 가슴으로 하는 그 모든 성행위야말로 바로 백치같은 어리석음과 죽음을 낳는 근원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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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type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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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나가야 한다.

📃 모든 것이 상당히 훌륭한 질서, 엄격한 청결성, 엄격한 시간 엄수 그리고 심지어 꽤 엄격한 정직성까지 지켜지는 가운데 굴러갔다. 하지만 코니가 보기에 그것은 조직적인 무질서였다. 그것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는 따뜻한 인간적 감정이 전혀 없었다. 집 안은 버려진 길거리처럼 황량했다.

📃 코니의 영혼 밑바닥에서 메아리치며 계속 울리는 느낌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모든 게 다 공허한 것, 즉 훌륭하게 꾸며 전시한 공허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의 전시 행위였다.

📃 오늘날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계급만 존재하는 것이니, 그것은 바로 ‘돈에 사로잡힌 돈돌이 계급’이었다. 돈돌이 사내와 돈돌이 계집. 차이가 있다면 오직, 돈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와 돈을 얼마나 많이 바라느냐일 뿐이다.

📃 코니는 천천히 집을 향해 가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다른 존재의 깊이를 깨달았다. 또 다른 자아가 그녀 내부에서 살아나, 그녀의 자궁과 창자 속에서 타오르며 부드럽게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아를 통해 그녀는 그를 흠모했다. 그를 흠모하는 마음은 점점 깊어져, 걷고 있는 그녀의 두 무릎에서 힘이 빠질 정도였다. 자궁과 창자 속에서 그녀는 이제 새로 살아나 부드럽게 흐르면서 다치기 쉬운 여린 존재가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여자로서 그를 흠모하는 마음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었다.

📃 “그렇다면 하층민은 본래 타고난 종족이 아니고, 귀족이란 것도 타고난 혈통이 아니겠군요.” 그녀가 말했다.
“맞아, 여보! 그런 생각은 다 낭만적인 환상일 뿐이야. 귀족계급이라는 것은 하나의 역할로서, 운명의 한 부분을 맡은 존재인 거야. 그리고 하층 대중이란 것도 운명의 또 다른 부분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야. 개개인은 거의 중요하지가 않아. 문제는 우리가 어느 역할을 하도록 길러지고 길드는가 하는 점이야. 귀족계급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냐. 그건 바로 귀족계급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거야. 그리고 평민을 평민의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하층 대중 전체의 역할과 기능이지.”

📃 그 짧은 여름밤 동안에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여자가 수치심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오히려 그 수치심이 죽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수치심은 바로 두려움이었는데, 우리 몸 깊숙이 유기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그 수치심이, 다시 말해 우리 육체의 뿌리 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어 오직 관능의 불에 의해서만 쫓아낼 수 있는 그 오래디오랜 육체적 두려움이, 마침내 남자의 남근에 의해 일깨워지고 추적당해 쫓겨나고 만 것이며,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밀림 바로 한가운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기 본성의 진정한 근본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본질적으로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 자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자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떤 승리감을, 거의 허세를 부리고 싶기까지 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랬다!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삶이었다! 이게 바로 자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었다. 위장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궁극적인 벌거벗음을 한 남자, 즉 다른 한 존재와 함께 나눈 것이다.

📃 그렇지만 지난 백 년의 세월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은 정말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오. 남자들은 단지 일하는 벌레로 전락했고 그들의 남자다움과 진정한 삶은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계를 이 지상에서 쓸어버리고 산업 시대를 하나의 끔찍한 오류로서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 싶소. 하지만 그건 나도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난 차라리 가만히 침묵을 지킨 채, 내 자신의 삶이나 살아보려고 애쓰는 게 나을 것이오. 살아갈 만한 인생이 나한테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혹 그런 게 나에게 있다면 말이오.

📃 성(性)이란 사실 접촉에 불과한 것으로서, 모든 접촉 중에서 가장 친밀한 접촉일 뿐이오. 그런데 그 접촉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소. 우리는 그저 절반만 의식이 있고 절반만 살아 있을 뿐이오. 우리는 온전히 살아서 의식이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오.

📃 의지의 힘으로 우리는, 내면의 직관적 깨달음을 우리의 외부 의식에서 차단해 버린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공포 또는 불안 상태가 초래되고, 그 결과 우리는 재난이 정말로 닥칠 때 충격을 열 배나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민음사 펴냄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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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공간

@yuragonggan

  • 유라공간님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게시물 이미지
이성이 지배하던 시대
남녀간의 사랑은 너무나 무미건조했던 시대였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전쟁과 산업화로 인한
시대의 건조함은 읽는 내내 푸석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민음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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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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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로렌스의 마지막 소설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문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출간됐다. 로렌스 재단과의 정식 계약을 통해, 199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펴낸 '결정판' 무삭제 텍스트를 판본으로 삼았다.

이 소설은 로렌스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완성된 작품인데, 최종 탈고되기까지 두 번의 완전한 재창작 과정을 거쳤다. 출간 당시 노골적인 성 묘사와 비속어로 인해 많은 논란과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사실 로렌스는 외설이나 무의미한 성적 탐닉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거부했던 사람이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코니와 멜러즈의 성적 관계는 불륜이나 난잡한 성행위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기계,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는 산업사회의 문명 속에서 진정한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모색의 방편으로 추구되는 것이다.

로렌스는 산업사회가 창조적인 인간다움을 말살해버린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육체의 죽음을 막고 육체를 되살려내는 것만이 현대 산업문명이 파국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육체의 회복은 남녀간의 건강한 육체적 접촉 즉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주인공 멜러즈의 입을 통해 제시된다. "남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성행위를 하고 여자가 따뜻한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잘되리라고 난 믿고 있소. 차디찬 가슴으로 하는 그 모든 성행위야말로 바로 백치같은 어리석음과 죽음을 낳는 근원인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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