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전을 읽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그의 저작들의 배경인 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가 궁금하기 때문에 읽게 된다.
아직 저자의 다른 저서들을 읽기 전이다. 읽었던 책 들중에서 에릭 호퍼에 관한 언급이 평전부터 찾아 읽게 된 까닭이다.
저자의 약력과 그에게 붙는 수식어를 살펴보면 떠돌이 철학자, 독학 노동자라는 노동하는 자로서의 사유가 깊은 통찰로 발휘되어 대학에서 학생들과의 강의를 주고 받는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기도 했다는 삶의 모습이 빛을 발한다.
읽으면서 저자 특유의 드라이한 표현 어법이라며 역자의 한계를 이야기 했는데, 그런 저자 특유의 어법이 나름의 담담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라서 더 읽기에는 집중도가 좋았다.
독학으로 당대의 사회의 흐름과 자신의 위치, 사회의 문제에 대한 시각과 견해를 쌓고 이야기 하였다는 게 흔히 말하는 출생의 좋은 조건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이끌어 간 사람들 특유의 자기 고유성이 보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블루칼라로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나름 유쾌하기도 하고 자기 인식이 뚜렷했던 할아버지의 모습 같다는 느낌도 든다. 책 속 저자의 흑백 사진 모습은 이웃 할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서 모아두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미학적 문장이 아닌 철학적 문장 혹은 사실성에 바탕을 둔 문장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건 나의 생각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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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_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 주는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의 용기
자기기만이 없다면 희망은 존재할 수 없지만, 용기는 이성적이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희망은 소멸할 수 있지만 용기는 호흡이 길다. 희망이 분출할 때는 어려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만, 그것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희망_절망과 고통은 정태적인 요소이다. 상승의 동력은 희망과 긍지에서 나온다. 인간들로 하여금 반항하게 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이 아니라 보다 나은 것들에 대한 희구이다.
행복_이런저런 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불행의 원인이 불완전하고 오염된 자아에 있다는 인식을 억누르는 것이 된다. 따라서 과도한 욕망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억누르는 수단이 된다.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가다
친숙성은 생의 날카로운 날을 무디게 한다. 아마 예술가의 본모습은 이 세상에서의 영원한 이방인이거나 다른 별에서 온 방문객일 것이다.
적어도 이 책만큼은 제목에 나와있는 “철학자”라는 무게감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어렵지 않은 문체로 담담하게 말을 하는 호퍼가 마치 내 앞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인생을 먼저 산 나이많은 선배가 들려주는 듯한? 요즈음에는 이런 선배를 주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나도 이제 이런 조언을 듣는 위치가 아닌 해주어야 하는 처지가 됐기 때문일까? 저자의 인생을 반추하는 이 책은 두고두고 시간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듯 하다. 빨리 읽은 것이 후회스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포리즘의 대가, 현실 철학자를 만날 수 있다.
📖 약자 속에 내재하는 자기혐오는 일상적인 생존 경쟁에서 유발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에너지를 드러낸다.
📌 우리나라엔 ‘튜닝의 끝은 결국 순정’이라는 아포리즘이 있다. 자동차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할 때는 화려한 겉모습에 눈길이 가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지식이 쌓이게 되면 결국 단순하게 실용성을 더 중요시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길 위의 철학자』에는 복잡한 개념과 논리 그리고 생소한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솔직하고 진지하다. 에릭 호퍼의 삶은 단순했지만, 그의 철학은 진지했으며 솔직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속에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현실의 삶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복잡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