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된지 무려 40년이 넘어, 그 긴 기간동안 이 땅의 목마른 지식인들에 대한 교양서로의 역할을 충실하고 묵묵히 해 온 꽤 유명한 책이다.
지금이야 이런 류의 교양서들이 차고 넘쳐 오히려 그 많은 책 중에서 양서를 잘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정도지만 당시에는 거의 독보적인 명성을 확보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있다.
제목이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라고 되어 있지만 문학에 할당된 분량보다는 예술, 그 중에서도 미술이 차지하는 지면의 양이 압도적이다.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은 1권에 해당하는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의 물리적으로 엄청난 기간동안을 다루고 있다.
시대, 사회 또는 종교가 문학과 예술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그리고 문학과 예술의 변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밀도높고 품격있는 문체로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교양 능력치가 상승(?)하는 듯한 의미있는 독서였다.
일단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먼저 봤지만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2권~4권도 읽어보고 싶다
(인상 깊은 문구)
-구석기 시대의 사냥꾼 예술가는 그 그림을 통해 실물 자체를 소유한다고 믿었고, 그림을 그림으로써 그려진 사물을 지배하는 힘을 얻는다고 믿었다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절름발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호메로스가 이런 육체적 결함의 소유자라는 전설 속에도 선사시대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고방식, 즉 시인과 화가, 조각가 등 예술품의 작자는 전쟁이나 전투에 부적합한 사람들 가운데서만 나올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나타나 있다
-기원전 12세기 아카이아의 왕과 귀족, 즉 이 시대에 '영웅시대'라는 명칭을 붙이게 해준 '영웅'들은 스스로를 '뭇 도시의 약탈자'라고 자랑스럽게 칭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강도요 해적이었다
-알몸은 랑게의 말처럼 '죽음과 마찬가지로 민주적인 것'으로, 귀족사회는 나체의 묘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배계급이 목적없는 예술이라는 사치를 감당할만한 여유를 지닐 때 비로소 예술이 주술과 종교, 과학과 실용행위에서 독립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는 아직 '세계의 운행에 내재하는 정의'라는 것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었는데,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서는 인간은 이미 우연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는다
-초기 기독교 예술에서 흔히 현실의 의도적 단순화라거나 현실의 절대적 종합, 혹은 현실의 의식적인 이상화 내지 고차원화라고 칭찬받는 대부분의 것은 능력 부족과 기술의 빈곤 때문에 대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의 재현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며, 초보적인 서툰 스케치 솜씨에서 나온 것이다
-카롤링거 왕조의 문예부흥이 고대 초기 기독교 문화와 다른 점은 바로 로마 전통을 그대로 계속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로이 발견해냈다는 사실이다
-어떤 특권계급에 새로 가담한 사람들은 그 계급의 범절이나 체면과 연관되는 갖가지 문제에 관해서 원래 그 계급의 대표자들보다 훨씬 더 엄격하며, 그 계급에 단일성을 부여하고 다른 계급과 구별해주는 온갖 이념을 그 이념 속에서 자라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강하게 의식한다는 것은 사회계급의 역사에서 흔히 되풀이되는 널리 알려진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