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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얇은 책
출간일
2017.9.15
페이지
168쪽
상세 정보
문학동네 시인선 98권.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희중 시인의 세번째 시집. 첫 시집 <푸른 비상구>에 이어 두번째 시집 <참 오래 쓴 가위>가 출간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이희중 시인의 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시에 있어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시에도 어떤 순리가 있다면 그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시와 시인의 보폭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팽팽한 완력으로 당겼다 조였다 벌이는 둘 사이의 기 싸움이 분명 있을 텐데 겉의 평온함은 놀라울 정도로 볼륨 제로의 침묵을 자랑한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히는 시들 뒤로 남는 깊이라는 여운은 자주 또 오래 다질수록 그윽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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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동네 시인선 98권.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희중 시인의 세번째 시집. 첫 시집 <푸른 비상구>에 이어 두번째 시집 <참 오래 쓴 가위>가 출간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이희중 시인의 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시에 있어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시에도 어떤 순리가 있다면 그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시와 시인의 보폭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팽팽한 완력으로 당겼다 조였다 벌이는 둘 사이의 기 싸움이 분명 있을 텐데 겉의 평온함은 놀라울 정도로 볼륨 제로의 침묵을 자랑한다.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히는 시들 뒤로 남는 깊이라는 여운은 자주 또 오래 다질수록 그윽함을 더한다.
출판사 책 소개
1987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희중 시인의 세번째 시집을 펴낸다. 첫 시집 『푸른 비상구』에 이어 두번째 시집 『참 오래 쓴 가위』가 출간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이희중 시인의 시집을 기다려온 이들은 알겠지만 그는 시에 있어 좀처럼 서두르는 법이 없다. 시에도 어떤 순리가 있다면 그 흐름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시와 시인의 보폭이 한 치의 오차도 없다. 팽팽한 완력으로 당겼다 조였다 벌이는 둘 사이의 기싸움이 분명 있을 텐데 겉의 평온함은 놀라울 정도로 볼륨 제로의 침묵을 자랑한다. 고수라 한다면 바로 이러한 무심에 심중을 두지 않을까나.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히는 시들 뒤로 깊이라는 여운이 오래 내 속 깊은 데서 징소리를 낸다. 칼날 같은 말씀이 아니라 귀한 위로의 차 한 잔 같은 시, 그리하여 삶의 해무를 걷어주는 시, 그 시의 발신자 이희중 시인 얘기를 좀 해보련다. 서두를 길게 끌게 한 그의 신작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좀더 상세히 들여다보자는 얘기렷다.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는 총 4부로 이루어진 시집이다. 각 부의 제목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1부 ‘속 깊은 서가’, 2부 ‘필생의 여름’, 3부 ‘나와 사과’, 4부 ‘서늘한 새벽’. 구태여 부 제목을 다 발음하고자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랄까 중요 단어들을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 ‘속 깊다’가 그러하고 ‘서가’가 그러하며 ‘필생’이 그러하고 ‘나’가 그러하다. ‘여름’이 그러하고 ‘사과’가 그러하며 ‘서늘함’이 그러하고 ‘새벽’이 그러하다. 요컨대 이들만이라도 머릿돌로 얹는다면 최소한 시들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일은 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 더한 집중으로 시집 속으로 맹렬히 뛰어들어본다 했을 때 이 시집은 뭐랄까 어떤 ‘제로’를 향해 쉴 새 없이 눈금을 흔들어대는 저울을 닮아 있다. 누가 더 갖고 누가 더 모자라고 할 게 없이 끊임없이 영, 그 제로를 향하려고 몸과 정신을 뒤트는 사람, 그게 시인 같다. 도통 오버를 모르는 사람, 평소의 보폭과 다르게 발이 빨라지거나 발이 느려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 분명한 이유 없이 감정에 치우친 언사는 절대로 내뱉지 않는 사람. 그러니까 결국 ‘죽음하고만 싸’우는 사람.
이번 시집에 유독 ‘~론’이라는 제목을 단 시들이 많은 이유도 나는 게서 찾곤 하였다. 「상처론」 「짜증론」 「범론」 「간지럼론」 「총론(銃論)」「사랑론」 「걱정론」 「여행론」 「타임머신론」처럼 ‘~론’이 붙은 시가 총 9편인데 이들 시를 보자면 우리가 빤히 아는 주제들을 ‘론’에 붙여 새롭게 정의하는바, 그 새로움에 더한 눈길을 끌게 한다. 이에 해설을 쓴 고형진 평론가의 말을 몇 줄 빌려와보자. “그의 ‘~론시’는 사물과 연관된 사람이나 가정을 표명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찰로 인간의 내면을 파헤친다. 어떤 사물에 대한 느낌을 직접 드러내는 대신, 그 사물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성찰하고, 또 어떤 경험에서 촉발된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대신, 어떤 감정이 상대에게 전달되는 양상을 관찰하며 인간의 내면을 성찰함으로써 시인이 전하는 인간 군상들의 됨됨이들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진실로 전해진다.”( 해설 「낯익은 듯 낯선 시의 위엄」에서)
어떤 식으로든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시는 절대로 안 쓰는 사람, 시인 이희중. 그는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세상 차가운 현실을 보태거나 모자람 없이 줄줄 읊는 사람이기도 하다. “알면 멀어진다”(「알면 멀어진다」)라고 말한 것도 시인이고, “내가 나이를 먹는 게 아니고 세월이 나를 둔 채 지나간다”(「부고」)라고 말한 것도 시인이며, “예술은, 먹을 것은 잘 장만하지 못하면서 새끼를 많이 낳거나 불러 키우는 입만 산 나쁜 부모”(「젊은 예술가를 위한 노래」)라고 말한 것도 시인이고, “그이들한테 내가 무엇이 될까보다는 그들이 나한테 무엇이 될지에 나는 늘 골몰했으므로”(「옛 애인들의 표정」)라고 말한 것도 시인이다.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시는 바로 이러한 일침이 박힌 시들이 아닐까. 안 아픈데 자꾸만 아프다고 하는 시로부터 이희중 시인은 멀리 있다. 더는 사랑하지 않는데 여전히 사랑한다고 하는 시로부터 이희중 시인은 멀리 있다. 내일 죽을 건데 영원히 살 것이라고 하는 시로부터 이희중 시인은 멀리 있다. 어쩌면 이 멀리 있음으로 읽는 우리에게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참으로 인간적이다 싶으니까, 이 인간적인 솔직함이야말로 오랜 감동의 화수분이다 하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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