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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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16.6.24

페이지

139쪽

상세 정보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인 이장욱의 네번째 시집.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이장욱은 줄곧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은 세계의 접힌 부분들을 펼쳐 읽으며 단정한 문장으로 낱낱의 세계를 건져 올리는 일을 계속해왔다. 20년이 넘도록 서서히 변화하고 성장하면서도 세계라는 "수수께끼들 앞에서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첫번째 출간한 시집에서의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에 놓여 있는 시들'은, 4년 뒤 두번째 시집에서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과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시간"으로 확장된다. 소설과 시를 가리지 않는 특징이라 이장욱표(標)라고 이름 붙여볼까 싶은 "조금 낯선 무엇, 약간 비스듬히 어긋나 있는" 정서는 사실 처음부터 해독해낼 작정을 하고 읽으려 든다면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지난 세번째 시집 추천사에서 동료 시인이자 연구자인 진은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시에 대해서는 덧붙일 것이 없으니까. 어떤 좋은 그림들은 그것을 끼워넣을 모든 액자를 조잡하게 느껴지게 할 만큼이나 좋다." 그리고(그래서), 네번째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에는 해설이 없다.

"일관된 생애" 속에서 문득 출몰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들,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과 어렴풋이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맴도는 존재들, 그리고 이미 말해진 것, 맹세한 것, 확신하는 것이 아닌 모호함 속에서야 가능해지는 이장욱 특유의 세계가 담긴 5부 61편의 시들을 온전히 대면하게 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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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psyp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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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0
샤대프린스님의 프로필 이미지

샤대프린스

@apoetofmyheart

우연이 아니라서 가능한

사실 이장욱의 시를 먼저 읽었는데 나중에 읽은 이제니의 시가 워낙 강렬해서 다소간 감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이 분명 있었는데 말이다(물론 이제니 감상문을 시작했던 것처럼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었을 것이다, 분명). 일단, 이장욱 무척 좋았다 (아니,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시집의 포문을 여는 「우편」의 도입부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우편」 中)

그의 시에는 일종의 필연성이 내재하여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그는 이 시들을 쓰기 전에 이미 전부 들었던 것일까?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어떻게든 쓰기로 되어 있었던 것이 이 시들일지 모른다. (시집의 첫 번째 작품과 표제작, 마지막 작품을 주의 깊게 읽으라는 말이 있다. 처음과 끝에 놓였거나, 시집을 대표하도록 선정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제니의 시집과 마찬가지로 이 시집이 어떻다고 한 문장으로 축약해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기엔 시들이 너무 많은 방향으로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들의 태도는 줄곧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세계를 차분하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기. 이장욱을 통해 쓰인 문장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세상이 어떤 모양인지 엿볼 수 있다.

그것은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중략) 우리가 이것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 / 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내 인생의 책」 中)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데도 끝끝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삶을 살아가는 것과 그 삶이 의미하는 바를 도출하는 것 사이에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토씨 하나 덧붙일 수 없도록 완성되"어버린 것들이 지배하는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주해할 수 있는가. 이장욱의 시들은 세상을 어떻게든 주해하려는 시도이다. 자칫 운명론으로 귀결될 수 있는 흐름을 매번 통솔하면서 '이해할 수 없음, 알아낼 수 없음'의 상태까지 나아가는 것. 그 끝에서 우리는 꼭 해피엔딩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희망하거나 기대하지 않아도 좋다. 그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럴 수 없는 것만이 진실이래도 말이다.

이봐. / 노력하면 조금씩 불가능해진다. (중략)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밤에는 역설」 中)

그렇지만 이런 문장이 훅 들어올 때면 얼마간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노력하면 조금씩 불가능해진다니. 모두가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맞닥뜨리기 싫어서 아무도 말하지 못했던 문장을 이장욱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우리가 말하면 말할수록,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사실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반복하는 것일 뿐, 거기에 무언가 의미를 더할 수 없고 통찰을 쌓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니에 비해서 비교적 짧은 분량에 행갈이와 온점으로 단출하게 제시하기에 균형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장욱은 이제니처럼 쓰면 안 될 것 같고, 이제니는 이장욱처럼 쓰면 안 될 것 같다.) 시인은 필연적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적확한 형식으로 쓸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앞서 언급했던 필연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먼저 나를 슬퍼한 것이 틀림없다. (중략) 틀림없다. 나를 다 읽은 뒤에 탁, / 덮어버린 것이. (「밤의 독서」 中)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양으로 누워 있는데 / 누군가 하늘 저편의 검은 공간을 / 내 이름으로 불렀다. (「필연」 中)
내가 아닌 모든 것과 / 나의 / 명백한 사이에서 (「기린과 /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 사이에서」 中)

"내가 아닌 모든 것과 나의 명백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화자는 체감한다. "나를 다 읽은 뒤에" "먼저 나를 슬퍼한" 그 사람이 읽었던 '나'와 "하늘 저편의 검은 공간"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나'. 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할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바로 이장욱이다. 이 시집은 우연이 아니기에 가능한 무엇이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은이)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1년 12월 10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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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wkqjfwnznsyo

밤에는 역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2017년 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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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인 이장욱의 네번째 시집.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이장욱은 줄곧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은 세계의 접힌 부분들을 펼쳐 읽으며 단정한 문장으로 낱낱의 세계를 건져 올리는 일을 계속해왔다. 20년이 넘도록 서서히 변화하고 성장하면서도 세계라는 "수수께끼들 앞에서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첫번째 출간한 시집에서의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에 놓여 있는 시들'은, 4년 뒤 두번째 시집에서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과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시간"으로 확장된다. 소설과 시를 가리지 않는 특징이라 이장욱표(標)라고 이름 붙여볼까 싶은 "조금 낯선 무엇, 약간 비스듬히 어긋나 있는" 정서는 사실 처음부터 해독해낼 작정을 하고 읽으려 든다면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지난 세번째 시집 추천사에서 동료 시인이자 연구자인 진은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시에 대해서는 덧붙일 것이 없으니까. 어떤 좋은 그림들은 그것을 끼워넣을 모든 액자를 조잡하게 느껴지게 할 만큼이나 좋다." 그리고(그래서), 네번째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에는 해설이 없다.

"일관된 생애" 속에서 문득 출몰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들,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과 어렴풋이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맴도는 존재들, 그리고 이미 말해진 것, 맹세한 것, 확신하는 것이 아닌 모호함 속에서야 가능해지는 이장욱 특유의 세계가 담긴 5부 61편의 시들을 온전히 대면하게 하기 위해서다.

출판사 책 소개

세계의 접힌 페이지가 문득 열리는 순간
눈보라 속 한 송이 눈을 포착하는 힘


시인이자 소설가, 평론가인 이장욱의 네번째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9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이장욱은 줄곧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은 세계의 접힌 부분들을 펼쳐 읽으며 단정한 문장으로 낱낱의 세계를 건져 올리는 일을 계속해왔다. 20년이 넘도록 서서히 변화하고 성장하면서도 세계라는 “수수께끼들 앞에서 충실하려고 노력”(『기린이 아닌 모든 것』 ‘작가의 말’에서)하는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첫번째 출간한 시집에서의 ‘현실과 꿈의 경계 지점에 놓여 있는 시들’(오형엽)은, 4년 뒤 두번째 시집에서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과 “현재와 과거가 혼재된 시간”(이광호)으로 확장된다. 소설과 시를 가리지 않는 특징이라 이장욱표(標)라고 이름 붙여볼까 싶은 “조금 낯선 무엇, 약간 비스듬히 어긋나 있는”(강지희) 정서는 사실 처음부터 해독해낼 작정을 하고 읽으려 든다면 오히려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지난 세번째 시집 추천사에서 동료 시인이자 연구자인 진은영은 이렇게 말했다. “그의 시에 대해서는 덧붙일 것이 없으니까. 어떤 좋은 그림들은 그것을 끼워넣을 모든 액자를 조잡하게 느껴지게 할 만큼이나 좋다.” 그리고(그래서), 네번째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에는 해설이 없다. “일관된 생애” 속에서 문득 출몰했다 서서히 사라지는 것들,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과/어렴풋이 보이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초점」) 맴도는 존재들, 그리고 이미 말해진 것, 맹세한 것, 확신하는 것이 아닌 모호함 속에서야 가능해지는 이장욱 특유의 세계가 담긴 5부 61편의 시들을 온전히 대면하게 하기 위해서다.

단 한 권의 책

아무래도 나는 어제의 옷을 다시 입고
오늘의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거짓된 삶에 대하여 계속
무언가를 떠올렸다.
―「일관된 생애」 부분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우편」) 시집 첫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살아”(「내 인생의 책」)가듯이, 우리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고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비슷한 슬픔에 빠”지는 “일관된 생애”(「일관된 생애」)를 지속하고 있는 하나의 희미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 ‘덩어리’의 세계는 이 시집에서 이를테면 영원한 “눈”이 내리는 “겨울” 같은 곳이다. 그렇다면 우리 하나하나의 삶은 “눈송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삶이 ‘접힌 페이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낱낱의 눈송이를 쉽게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은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인 데다 “목차가 없고/제목이 없고/결론은 사라”진 채 혼자 서가에 꽂혀 있지만, 우리에게는 “눈송이 하나가 내리다가” “딱/한 문장”에 멈추듯이(「내 인생의 책」), 덩어리에서 “불쑥” 유일해지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서로가 있다.

“증인들은 […] 내리는 눈송이들의 궤적을 다 기억합니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도착하고 떠나고 다시
도착했는데
실은 그것이 나의 모든 것
―「구원」 부분

많은 것들이 ‘명백한 척’을 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이를 바라보며 찰나에 밑줄을 긋고 수수께끼를 충실히 겪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 “내리는 눈의 마음을./자기 자신을./단 한 글자도”(「영숙의 독심술」) 읽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덩어리인 것들, 그 “정지한 세계”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차라리 “사랑하려고 했”다면 곧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얼음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일관된 생애에 찾아드는 “한 번 몸을 돌리면 모든 게 바”뀌는 교차로(「交叉路」), “어둠이었다가/순식간에 동이 트는 세계”(「깜빡임」), “뜻밖의 곳에서/뜻밖의 것들이 튀어나”(「박스」)오는 이 모든 순간들의 “증인”이 되는 일은 너무나 신비롭다. 눈보라 속 한 송이 눈의 궤적을 포착하듯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배경이 되는 곳”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행인”)처럼 세상이라는 배경에 흡수되었던 누군가는 “문득” “난데없이” “순식간에” “행인들 가운데서” “불쑥/정확한 말을 내뱉”으며 ‘태어난다’(「영숙의 독심술」). 증명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세계라고.(「을지로」)”

소설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 시집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저자가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겠다. 여러 평론가들은 이장욱의 시와 소설이 매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매끄럽게 해석되지 않는 공백의 지점들”(조연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짚곤 한다. “세상의 모든 기차역에 서 있는 사람”(「영원에 가까운 삶」)인 듯 ‘허공 자체인 것’을 말하려는 시도가 소설집[『기린이 아닌 모든 것』(2015)과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2013)]과 이 시집에 수록된 동명의 시들(「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천국보다 낯선」)에서 얼마나 다른지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이장욱’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축구가 도달할 수 없는 야구의 의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야구가 도달할 수 없는 축구의 가치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축구가 아닌 야구가 있으며, 야구가 아닌 축구가 있지요. 저는 그것이 세상의 아름다움이자 신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맥락에서, 시가 할 수 있는데 소설이 할 수 없는 것, 또는 소설이 할 수 있는데 시가 할 수 없는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의 심연과 고도를 품고 있는 소설들을, 그리고 소설의 품과 구체성을 지닌 시들을 많이 보아왔으니까요. 단지 시와 소설은 서로 다른 모듈들로 이루어진 체계라고 할 수는 있을 듯합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매력을 발생시키는 것이겠지요. 저는 제 삶과 정신과 감성의 힘이 허용하는 한, 그 상이한 매력들 속으로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가보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이장욱, <2014년 3월 ‘이달의 소설’ 선정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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