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의 세번째 소설집. <파씨의 입문> 이후 4년여 만에 펴내는 소설집으로, 2012년 봄부터 2015년 가을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이중 '上行', '상류엔 맹금류', '누가' 등은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미 평단과 독자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아온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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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내용 요약
황정은의 아무도 아닌은 2016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단편소설집으로, 2012년 봄부터 2015년 가을까지 쓴 여덟 편의 이야기를 묶은 작품이다. 📖 이 책은 평범하고 흔한,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작가는 특유의 담담하고 정확한 문체로, 세상에서 ‘아무도 아닌’ 이들의 고독과 상실, 그리고 희미한 희망을 그린다. 첫 번째 단편 「상행」은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간 주인공이 돈도 집도 없는 현실을 깨닫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시골에서도 뭔가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황정은의 단편은 별 감흥 없는 것도 있고, 정말 좋은 것도 있고 그렇다. 나는 그의 단편보다는 중편이나 장편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호흡이 긴 이야기들을 물 흐르듯 끌고 가는 힘이 있으니까, 황정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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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읽은 황정은의 책 중 『계속해보겠습니다』(창비, 2014)를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실린 「웃는 남자」를 읽으니 내가 『디디의 우산』(창비, 2019)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dd」(『파씨의 입문』, 창비, 2012』)와 「웃는 남자」(『웃는 남자』, 은행나무, 2017)를 부수고 녹여서 만든 「d」(『디디의 우산』)가 한국문학에서 어떠한 원형으로, 고전으로 남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신(前身)들도 너무나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야···
“더 행복해지자, 담배와 소변 냄새가 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다짐하고는 했다. 행복하다. 이것을 더 가지자. 더 행복해지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것 한 가지를 생각하자.” (176쪽) 이런 문장들은 계속 읽어도 계속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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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인물들이 욕을 하거나 욕을 듣는 장면을 좋아한다. 욕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욕이라는 것은 내뱉자마자 어떤 부조리극을 완성하므로. 한마디 욕에 열 마디, 스무 마디가 압축되어 있으므로. 「복경」이 그래서 좋았고.
“그게 도대체 뭘까요? / 남에게 무시를 당한다면 당하는 나도 나쁘다. 왜냐하면 내가 존귀하니까. 나도 실은 존귀하니까. 그런데 나는 과연 존귀한 걸까요? 내가 나를 존귀하다고 여기고 있는 결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스스로 귀하다는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나는? 그것은 어떻게 하게 되는 생각일까, 하고 생각하느라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그것은 어떻게 느끼는 것입니까? 사람이 날 때부터 존귀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알아채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학습되는 것입니까? 스스로 귀하다는 것은······ 자존, 존귀, 귀하다는 것은, 존, 그것은 존, 존나 귀하다는 의미입니까. 내가 존귀합니까. 나는 그냥 있었는데요 언제나 여기저기에 있었는데요. 이렇게 그냥 있어도 존귀할 수 있습니까.” (202쪽)
단정하고 단단한 문장도 좋고, 무언가 하나를 놓고 놔주지 절대 놓지 않으려는 듯 끌고 가는 사유 역시도 최고. 이렇게 써놓고 나니 나는 황정은 인물의 입에서 비어져 나오는, 터져 나오는 덩어리를 사랑하는 것 같다. 어느 한 문장을 떼어놓고는 향유할 수 없는 그 덩어리들. 그것들이 나를 상상하게 하므로. 더 나은 내가 되게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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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것을 상상해야 해. 그것을 상상하고 여력을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인간다움의 조건은 여력의 여부가 아닙니까.” (「복경」, 194쪽)
담담한 문체의 책. 담담하게 슬퍼하고 담담하게 분노하는 이야기.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뭔가 나의 저 밑에 있는 찝찝한 감정은 내가 알고 싶지 않았던, 나를 속이고 있는 그런 찌질한 감정이 아닐까 싶다. 나와 같은 행동을 한 화자를 보며 '나는 저런 감정을 가지고 저런 행동을 한게 아닌데' 하고 또다시 나 자신을 속이는 나를 발견한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