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크기에 의해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는 관계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사랑하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필요로 했던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 한마디, 눈빛, 표정 등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마음속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프로이트는 “부부의 침대에는 두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 여섯 명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부가 침대에 누워 있지만 그 침대에는 부부만 누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 여섯 명은 누구일까요? 부부, 그리고 부부 각자의 부모입니다. 이 부부에게 삶의 방식과 친밀감의 방식, 정서적 소통 방식을 전수하고 같이 공유했던 부모가 그 침대에 함께 누워 있습니다.
가족은 단순히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여러 세대들의 체계로서 고유한 규칙과 기대,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이란 수 세대를 거쳐 내려오는 그들의 케케묵은 역사와 갈등, 상처의 연장선상에서 태어난 집단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가족은 분명 두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두 남녀의 선택과 동시에 이전 세대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 역시 함께 선택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