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 시공사 펴냄

리틀 라이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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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출간일

2016.6.16

페이지

6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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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을 대표하는 문학상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나란히 오르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은 화제작.

영국과 미국의 대표 문학상 후보에 선정되기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는 "밤을 새워 읽었다", "천 페이지가 더 길었으면 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눈물이 나 몇 번을 읽다 멈춰야 했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 "읽는 내내 매일 밤 이 소설에 관한 꿈을 꿨다" 같은 리뷰와 함께 이미 입소문이 퍼진 작품으로, 맨부커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후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응원 댓글이 달리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담은 <리틀 라이프>는 또한 그 소재의 선정성과 가차 없음으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되기도 했다.

현대 소설로는 드물게 요약본과 해설서가 등장하고, 서평 사이트 '굿리즈'에 4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별점 4점 이상의 평점을 남기고 있으며, 영화 [캐롤]의 배우 루니 마라가 추천 도서로 꼽는 등, 출간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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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1. 보이지 않는 흉터

"주드, 너 자살하려 했던 거야?"라거나 "주드, 무슨 일인지 나한테 이야기해줘."라거나 "주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같은 문장들을. 그중 어떤 말이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 《리스페너드 스트리트》, 115p

누군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자해를 하면, 남겨진 사람들에게 가장 무겁게 남는 것은 죄책감이다.

'그때 내가 더 잘해줬더라면, 그 순간 말을 걸었더라면…' 이 후회는 평생을 따라다닌다.

주드는 유능한 변호사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커리어, 단정한 외모, 부족함 없는 삶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그 겉모습 아래에는 오래전부터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그는 삶의 절반 이상을 그 고통 속에서 버텨왔고, 세상과는 나눌 수 없는 아픔을 홀로 견뎌왔다.

화려한 경력과 단정한 태도는, 어쩌면 그 상처를 감추기 위해 쌓아 올린 완벽한 가면이었을지 모른다.

다행히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덜 가볍게 하지는 못했다.

'그날 내가 조금만 더 다가갔다면,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못한 말과 행동은 평생의 짐으로 남았다.

2. 아이를 갖지 않는 자유, 부모가 되는 또 다른 자유

사실 난 정말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 아이를 가진다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었고, 어떤 식으로는 마음에 둬본 적도 없었지. 그게 안 가질 이유로는 충분해 보였어. 난 아이를 가진다는 건 적극적으로 원해야, 아니 심지어 미치게 열망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열정도 없고 태도도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감행할 일이 아니었지.

— 《포스트맨》, 240p

이상하게도 이번 2부에서는 주인공 주드가 아닌, 그의 양아버지 해럴드의 이야기에 꽂혔다.

나 역시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혼 7년차 이지만 여전히 아이가 없다. 신혼 초반에는 '왜 아이를 안 갖느냐?'라는 질문부터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면 결혼은 왜 했냐?'라는 말까지 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나의 몫이다. 왜 제3자가 왈가왈부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없고, 후회도 역시 없다. 물론 남편의 속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아쉬움 속에서도 내 뜻을 존중해주고 있다.

가끔 ‘내 아이는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생각이 흔들린 적이 없다. 오히려 책임감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더 무책임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해럴드의 고백이 내 마음과 겹쳐지며 묘하게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갖지 않는 선택 역시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의 한 방식임을, 이 대목에서 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해럴드는 다 큰 주드를 양아들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어린아이를 입양한다. 이미 상처로 가득한 성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주드는 해럴드 덕분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단순히 생물학적 관계를 뜻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책임지고 곁에 있어주겠다는 결심, 그 마음이 부모의 본질일 것이다. 해럴드는 주드를 통해 그것을 보여주었고, 나는 나의 방식으로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3. 돈이 가려주는 것들

잭슨은 부자였다. 너무 부자여서 평생 하루도 일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부자여서 그의 전시회들이 매진된 건, 소문에 의하면 그의 어머니가 작품을 몽땅 사서 경매에 내놓아 가격을 올린 다음 다시 되사서 잭슨의 판매 기록을 부풀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 《허영》, 396p

잭슨은 좋은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의 성공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가짜였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해로운 영향만 끼치는 존재였다. 그는 스스로만 망가진 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까지 타락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가 위험한 인물임을 알면서도, 그의 화려함과 돈에 기대어 허영심을 채우려 했다. 그래서 잭슨은 단순한 한 개인의 타락이 아니라, 타락을 전염시키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잭슨의 삶은 돈이 모든 걸 가려주는 듯한 모습,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삶들이 그가 나쁜 인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 또한 한 번쯤은 돈 걱정 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인간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실제로 돈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봐버린 사람이다. 아버지는 40대 이후로 단 한 번도 돈을 벌지 않았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킨다는 핑계로 많은 대출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빚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에게 원망을 듣고, 심지어 칼부림을 막아야 하는 순간까지 겪어야 했다. 내 결혼식 때조차 아버지는 돈 한 푼 없는 통장을 내밀며 준비하라고 했고, 결국 내 돈으로 혼수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남편과 서로 돈을 벌며 나름 여유롭게 살고 있는 지금조차도, 마음 한편에는 돈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남아 있다. 여전히 돈이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니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잭슨의 허영이 내게 단순한 욕망 그 이상으로 다가왔나 보다.

4.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 앞에서

"입양을 취소하고 싶으시면 이해할게요."

난 너무 기함해서 화가 났어. 그런 건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거든. 뭐라고 소리 지르려다가 쳐다봤더니, 그가 얼마나 용기를 쥐어짜고 있는지,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지가 보였어. 정말로 내가 그런 걸 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런 것 예상하고 있었던 거야. 입양 직후 몇 년 동안 주드는 늘 이게 얼마나 갈까, 결국 어떤 짓을 해서 내가 파양을 하게 될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

— 《등식의 공리》, 528p

왜 주드가 양아버지에게도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는지, 왜 끊임없이 자해를 반복했는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공포와 불신이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1권을 완독하는 순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리틀 라이프》 1권의 마지막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주드의 어린 시절에 학대가 있었을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그것이 아동 성매매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주드가 의지했던 루크 수사였다는 이야기는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성직자의 탈을 쓴 괴물이 주드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다는 사실은, 독자로서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었다.

주드는 고아였다. 그러니 어린 마음에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루크 수사는 그 마음을 교묘히 이용했다. 주드가 순수하게 기댄 마음을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배신한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슬픔과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폭력의 실체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2권에서 주드가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기보다, 차라리 더는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따라가기 벅찰 만큼, 너무 힘든 이야기였다.

리틀 라이프 1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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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이

@jayu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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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을 대표하는 문학상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나란히 오르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은 화제작.

영국과 미국의 대표 문학상 후보에 선정되기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는 "밤을 새워 읽었다", "천 페이지가 더 길었으면 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눈물이 나 몇 번을 읽다 멈춰야 했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 "읽는 내내 매일 밤 이 소설에 관한 꿈을 꿨다" 같은 리뷰와 함께 이미 입소문이 퍼진 작품으로, 맨부커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후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응원 댓글이 달리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담은 <리틀 라이프>는 또한 그 소재의 선정성과 가차 없음으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되기도 했다.

현대 소설로는 드물게 요약본과 해설서가 등장하고, 서평 사이트 '굿리즈'에 4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별점 4점 이상의 평점을 남기고 있으며, 영화 [캐롤]의 배우 루니 마라가 추천 도서로 꼽는 등, 출간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생이지만
그것도 인생이라고 말해주길”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한 남자의 삶

★ 2015 맨부커상 ·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 ★ 커커스 문학상 수상작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NPR.가디언.이코노미스트
외 25개 언론사 선정 ‘올해의 책’

천 페이지를 압도하는 폭풍 같은 서사
2015년 맨부커상 최고의 화제작


이 소설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너무나 흔한 관용구대로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독자를 두렵고 불편하게 하면서도 사로잡는 소설을 묘사할 더 적절한 표현은 없다. _커커스 문학상 선정단

영미권을 대표하는 문학상 맨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나란히 오르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25개 언론사에서 ‘올해의 책’으로 꼽은 화제작 《리틀 라이프》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영국과 미국의 대표 문학상 후보에 선정되기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는 “밤을 새워 읽었다” “천 페이지가 더 길었으면 하는 소설은 처음이다” “눈물이 나 몇 번을 읽다 멈춰야 했다”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 “읽는 내내 매일 밤 이 소설에 관한 꿈을 꿨다” 같은 리뷰와 함께 이미 입소문이 퍼진 작품으로, 맨부커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후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응원 댓글이 달리며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린 시절 끔찍한 학대와 폭력의 트라우마를 간직한 비밀스러운 인물 주드의 이야기를 담은 《리틀 라이프》는 또한 그 소재의 선정성과 가차 없음으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되기도 했다.
현대 소설로는 드물게 요약본과 해설서가 등장하고, 서평 사이트 ‘굿리즈’에 4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별점 4점 이상의 평점을 남기고 있으며, 영화 <캐롤>의 배우 루니 마라가 추천 도서로 꼽는 등, 출간된 지 일 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감히, 생의 어둠을 마주한 소설”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한 남자의 삶


“쓰레기봉지 안에 달걀껍질과 비실해진 양상추, 상한 스파게티, 그리고 네가 있었지.” _본문 중에서

대학 동창인 네 친구 윌럼, 맬컴, 제이비, 주드는 각자의 꿈을 안고 뉴욕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윌럼은 배우, 맬컴은 건축가, 제이비는 화가이고, 주인공인 주드는 고통으로 가득 찬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는 변호사다. 주드는 잘생긴 외모와 비상한 머리에도 불구하고 대학 시절부터 비밀투성이에 자존감이 낮았지만 친구들은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사랑한다. 친구들은 주드가 왜 다리를 저는지, 팔과 등에 상처는 왜 끊이지 않으며, 어려서는 어떻게 살았고 가족은 있는지 등 그에 대해 모르는 게 많지만 주드가 불편해하기 때문에 묻지 않는다.
사실 주드는 태어나자마자 쓰기레봉지에 담겨 버려졌고, 수도원에서 자라는 동안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 아홉 살 때 한 수사와 함께 수도원을 도망쳐 나오지만, 그를 기다리는 바깥세상은 수도원보다 더욱 끔찍하기만 했다. 그러다 십대 후반 어느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마치 인생이 그에게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처럼 끔찍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 펼쳐졌다.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믿을 수 없는 행복을 마주한 주드. 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것이라 여겨본 적 없는 행복이 커져갈수록 과거의 기억 또한 점점 또렷해지며 현재의 그를 비난하고 조롱한다. 과거의 불행과 현재의 행복 사이의 낙차가 클수록 그는 자신의 생이 견디기 어렵다. 생의 지옥은 어디까지이며 생의 행복은 어디까지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부당함을 넘어서려 했던 남자, 살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해야 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한 가닥 희망의 가능성마저 거부하며 생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예측을 거부하며 세상을 도발하는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


“네 남자의 이야기 속에 삶의 고통과 공포와 사랑 모두를 담아내고 싶었다.” _한야 야나기하라

비평가들이 “잔인한 걸작”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리틀 라이프》는 마지막까지 예측을 거부하며 거듭 충격을 안겨주지만, 쉽게 예측할 수 없기로는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 또한 마찬가지다. 맨부커상 최종후보까지 오른 작가로는 드물게 야나기하라는 전업작가가 아니며, 단순히 생계를 위해 부업을 유지하는 작가도 아니다. 야나기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급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에서 일했고, 지금은 《T: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의 부편집장으로 있다. 한 인간의 생의 어둠을 끝 간 데까지 파고든 작품으로 화제를 몰고 온 작가치고는 화려한 이력이다. 작가 약력에는 자신을 “뉴요커”로만 소개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작가라는 복잡한 정체성들을 모두 걷어낸다.
“본업을 갖는 것은 창작할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더 창의적인 예술가가 될 자유를 준다”라고 말하는 야나기하라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 《리틀 라이프》 역시 잡지사를 다니는 동안 주중에는 세 시간씩, 주말에는 여섯 시간씩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작품을 썼고, 그 결과 18개월 만에 대작을 완성했다. 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보더라도 놀라운 창작력이지만, 그 천 페이지가 무색하도록 엄청난 흡인력으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주로 밤에 집필을 하면서 이 어두운 세계에 파묻힐수록 다음 날 출근을 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고 말할 만큼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 소설을 통해 야나기하라는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작가에게 흔히 기대할 법한 소재들과는 어떠한 접점도 없는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고통스럽거나, 혹은 기쁘거나”
눈을 뗄 수 없는 한 남자의 얼굴


《리틀 라이프》의 표지에 쓰인 인물 사진은 유명한 미국의 사진작가 ‘피터 후자’의 작품으로, 야나기하라는 처음부터 이 사진을 표지 이미지로 염두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피터 후자는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고독,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특유의 섬세하고 애잔한 시선으로 담아낸 흑백 초상 사진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사진 속의 가차 없고 무력한 어떤 것이 내 소설 속 인물인 주드와 윌럼을 떠올리게 했다”는 야나기하라의 말처럼 힘겹게 울음을 참는 듯한 남자의 얼굴은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과 맞닿아 있어, 이 사진을 염두에 둔 작가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사진의 제목 때문에(역설적이게도 작품의 제목은 <절정에 달한 남자(Orgasmic Man)>다) 출판사 측에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이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인지 기뻐하는 것인지”의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자는 야나기하라의 말에 동의했고, 그 결과 한국을 비롯한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저 ‘우는 남자’의 얼굴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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