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선이 나한테 본인 일기장 보여주는 느낌. 신기해. 쓰는 사람으로선 가감 있었겠지만 읽는 사람으로선 정말 가감 없다 느끼게 되니까. 작년 9월부터 일기장에 손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초등학생 이후로 처음인데,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매일 조금씩 잘 쓰고 있다. 출간 당시에 샀던 책인데 어째선지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가, 일기를 쓰게 된 이후에 꺼내 들었다. 그냥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이럴 때면 나는 독서에 깃드는 어떤 우연은 필연임을 믿지 않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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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들 앞에서 나는 가만히 서서 울컥할 수밖에.
“앞으로의 인생을 다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막막하고 숨이 막혀. 매일매일 오늘만 생각하며 산다.” (155쪽)
“엄마의 편지에 '헤쳐나간다'는 말이 세 번이나 나오는 게 슬펐다. 우린 뭘 그렇게 자꾸 헤쳐나가려고 애를 쓰고 또 쓰고 있는 걸까. 끝없이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218쪽)
“나는 무엇이 되려고 이렇게 계속 존재하고 있는 걸까?” (238쪽)
어떤 어려움과 아픔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 나는 가장 힘들다. 물론 지금처럼 백은선의 문장을 보며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고 해도, 어려움은 아픔은 그대로 있다.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거니까. 그럼에도 공감과 위로를 받는 건 사실이다. 백은선이 내게, “나도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다”고 말해주어 좋았다. 그 아무것도 아닌 말이 지금의 내게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문학 쪽으로 몸을 옴팍 기대고 있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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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어설프게라도 계속 이야기해서 말할 수 없는 것을 약간이라도 드러내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목소리가 많아져야 그 안에서 중심에 가장 가까운 것들의 접점이 점점 보이게 되고 결국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38쪽)
백은선은 지금 어떻게든 말해보고 있구나, 아프도록 그렇게 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나는 쓰면 쓸수록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물론 백은선도 그런 사람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사실은 그가 눈앞에 보이는 손쉬운 침묵이 아니라 어렵고 험한 길, 읽고 말하고 쓰는 일을 택했다는 거다. 불능의 감각을 찢고 나온 처절한 날것의 육성, 그 외침 혹은 울부짖음으로부터 나는 또 어떤 말과 글을 가능케 할 수 있을까. 그것을 기대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마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