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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
보통인 책
출간일
2020.9.25
페이지
260쪽
상세 정보
“한 장의 글로 누군가는 출세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글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문인부터 새 시대의 문장으로 성리학 바깥세상을 꿈꾼 신지식인까지, 역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편지 한 장부터 붓을 꺾지 못해 고난을 자초한 절개 높은 상소문까지. 문장이 담은 시대의 풍경과 시대가 탄생시킨 문장가의 사연을 생생하게 복원한 수작. 사람과 시대, 미시사와 통사를 아우르는 독보적 역사가 백승종 교수의 500년 조선사를 가로지르는 명문장 이야기.
상세정보
“한 장의 글로 누군가는 출세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글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문인부터 새 시대의 문장으로 성리학 바깥세상을 꿈꾼 신지식인까지, 역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편지 한 장부터 붓을 꺾지 못해 고난을 자초한 절개 높은 상소문까지. 문장이 담은 시대의 풍경과 시대가 탄생시킨 문장가의 사연을 생생하게 복원한 수작. 사람과 시대, 미시사와 통사를 아우르는 독보적 역사가 백승종 교수의 500년 조선사를 가로지르는 명문장 이야기.
출판사 책 소개
“한 장의 글로 누군가는 출세를 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사람과 시대, 미시사와 통사를 아우르는 독보적 역사가 백승종 교수의
500년 조선사를 가로지르는 명문장 이야기
이색, 박팽년, 김종직, 허균, 이익, 최한기…
문장이 시대를 이끄는가, 시대가 문장을 이끄는가
시대가 쓴 문장과 문장이 그린 세상에 관하여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을 읽고 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 가는 메일, 각종 SNS 메시지, 넘쳐나는 인터넷 뉴스 등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장은 양적인 면에서 역대 최고일 것이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는 좋은 문장을 쓰고 있을까? 그 전에, 좋은 문장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학자 백승종 교수의 500년 조선사를 가로지르는 명문장 이야기 《문장의 시대, 시대의 문장》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백승종 교수는 정치·사회·문화·사상을 아우르는 통합적 연구, 통사와 미시사를 넘나드는 입체적 접근으로 다양한 주제사를 집필해왔다. 국내 역사학계에 미시사 연구방법론을 본격 도입한 선구자로, 30여 년간 동서고금의 문장을 두루 탐독해온 그가 이번에는 ‘문장의 왕국’ 조선을 풍미한 명문장에 주목해 조선 최고의 문장을 엄선하고 명문장가들이 전하는 지혜와 통찰을 조명한다.
시대의 조류가 바뀌면 문장에도 파란이 일었고, 때로는 문장이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글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문인부터 새 시대의 문장으로 성리학 바깥세상을 꿈꾼 신지식인까지, 역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구한 편지 한 장부터 붓을 꺾지 못해 고난을 자초한 절개 높은 상소문까지. 좋은 문장을 음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500년 조선사를 따라 문장이 담은 시대의 풍경과 시대가 탄생시킨 문장가의 사연을 생생하게 복원한 수작이다.
조선의 역사는 붓끝에서 피어나 문장과 더불어 쇠락했다
시대의 이정표가 된 문장에서
시공을 초월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장까지
조선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문장이 가장 대접받은 시대였다. 무수한 철학 논쟁에 조응하여 문예가 크게 발달했고, 과거 시험으로 인재를 선발해 관리들의 문장 실력을 검증했다. 명나라는 조선의 높은 문예 수준을 의식해 사신을 보낼 때 문장에 뛰어난 관리를 골랐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는 조선의 문헌을 직접 읽고 싶다며 문선(文選)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조선 사람들은 어떤 문장을 좋아했을까? 조선의 문장가들이 추구한 미학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조선 500년을 관통하는 역동적인 문장의 역사와 그 행간에 숨은 조선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린다. 1부 ‘시대의 문장’에서는 여말선초의 전환기에 이색이 무거운 붓을 들어 제자와 정적에게 보낸 편지, 글로 새 나라를 설계한 경세의 문장가 정도전, 문장의 힘으로 국가의 질서를 확립한 세종과 그가 북돋은 실용적 글쓰기의 대가 권채와 박팽년을 통해 시대적 사명이 문장가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본다.
성리학 전성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림파의 종장(宗匠) 김종직과 조선 문장의 미학을 완성한 백광훈, 자신의 시문을 모조리 불태운 남곤의 글에서는 파란만장한 정치사와 함께 펼쳐지는 문장가들의 대립을 풀어낸다. 낡은 시대를 넘어서고자 과거제도와 붕당정치의 폐해를 파헤친 실학 문장가 이익과 개화의 문을 연 혁신의 문장가 최한기 등 새로이 나타난 개혁적인 문장론을 따라 당대의 모순된 현실과 그들이 공유한 시대의식에 공감할 수 있다.
문장의 왕국 조선에서 사람들은 의롭고 강개한 마음뿐만 아니라 감추고 싶은 감정과 욕망까지 글로 기록했다. 그들은 세상의 공적도 허물도 말없이 글로 표현했다. 2부 ‘문장의 시대’에서는 훈구파의 거두이자 문단의 거장 서거정이 아내와 술잔을 기울이며 남긴 소탈한 한시, 옛 문인의 초상화를 벗 삼은 허균의 우정담, 난세를 외면하지 못한 문장가 권필과 백인걸의 피어린 상소문, 티끌세상을 버리고 유불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김시습,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순신과 유성룡의 절절한 우의, 한중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한 홍대용 등 문장에 실린 세상의 다양한 얼굴을 만난다. 시공을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문장들은 인생의 나침반이자 의지처가 되어줄 것이다.
이토록 역동적인 문장의 역사
세상을 밝히는 위대한 문장의 힘
옛 문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백승종 교수는 그간 쌓아온 역사 지식을 총동원해 문장가들의 삶과 사유를 들여다보고 예리한 통찰로 문장이 등장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해설한다. 또한 시대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문장의 특징과 의의를 명쾌하게 짚어주어, 조선의 문장이 지니는 현재적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도 추사 김정희의 ‘실사구시’도 단지 과거의 주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섬광 같은 비판능력이 빛나는 그들의 문장에서, 우리는 참된 문장이 무엇인지 배우고 사물의 본질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저자는 “우리를 공정하고 평화로운 미래로 안내할 문장의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고 쓴다. 낡은 시대의 문장이라 해서 모두 낡은 것만도 아니요, 새 시대의 문장이 꼭 좋다고 우길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 책에서 문장이 개인의 삶과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았다. 마침내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도, 문장은 역시 희망이다.”
역사에서 길어 올린 문장가들의 삶과 사유
생생하게 펼쳐지는 문장의 사연들
■ 세종이 길러낸 조선 제일의 문장가 박팽년
명황(당나라 현종)도 개원(開元) 초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치에 힘써 비단을 대궐 앞에서 불살랐습니다. 그러나 평화가 오래 이어지자 사치를 좋아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였고, 양귀비에게 홀려 방탕한 생활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결국 나라까지 잃게 되었는데도 (무슨 연유인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털끝만 한 차이가 천 리로 벌어진다는 말씀은 바로 이런 일을 가리킨 것입니다. _박팽년의 《명황계감》 서문
세종은 일찍이 문장 강국을 일으키고자 했다. 믿을 만한 문장 교본을 간행했고, 재능 있는 학사에게 ‘연구년’을 주는 사가독서제를 시행했으며, 집현전에서 경학과 문장에 정통한 학자를 키웠다. 사육신으로 잘 알려진 박팽년은 세종이 추구한 실용적 문장론을 완성한 글쓰기의 대가였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삿되기 쉬워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생각한 도덕지상주의자였다고 한다. 글을 통해 세상의 도덕을 제고하려 한 세종은 박팽년에게 《명황계감》의 서문을 쓰게 하였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스캔들에 선유(先儒)의 논평을 붙여 후세에 경계의 뜻을 전하는 책이다. 박팽년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역사상 보기 드문 문장가였다. 단종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사실을 보면 그가 세종이 염원한 의사이자 충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 송곳처럼 날카롭고 추상처럼 매서웠던 조식의 상소문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잘못되었고 나라의 근본이 망하여 천의(天意)가 떠나갔습니다.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 자전(慈殿, 명종의 모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나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으시고, 전하께서는 선왕(先王)의 외로운 후사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천백(千百) 가지 하늘의 재해와 억만 갈래로 갈라진 인심을 무엇으로 수습하겠습니까? _조식의 상소문
글은 때로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남명 조식은 눈앞에 굴러온 벼슬을 사양하며 왕에게 쓴소리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단성 현감에 임명되자마자 사직을 요청하며 조선 역사상 가장 격렬하다고 평가받는 상소문을 올렸다. 조식은 명종 시기의 문란한 국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국가의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명종은 조식의 본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처벌을 주장했다. 그 후로도 조식은 조정의 부름을 받았으나, 시대를 대표할 만한 학식을 갖추고도 그는 시골에 숨어 살았다. 조식이 보기에 명종은 함께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왕이 아니었던 것이다.
■ 당파 싸움의 원인을 재발견한 이익의 비판적 글쓰기
한정된 재물을 가지고 사람들의 무한한 요구에 대응하면 싸움이 벌어진다. 참으로 당연한 이치이다. 한 사람이 벼슬을 얻으면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고 메아리처럼 대답하는 무리가 생긴다. 그들은 모두 관리가 남긴 음식으로 배를 채우므로, 당파가 나뉘는 것 역시 빤한 이치이다. _이익의 〈붕당을 논한다〉
실학자로 이름 높은 성호 이익은 아름다운 문장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과는 무관하다며,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문장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쟁의 원인을 밝힌 논증 역시 정연하고 합리적이었다. 이익은 명분과 같은 도덕적 가치로 사회현상을 진단하지 않았고,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당파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쳤다.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경제적 동기를 실증적인 방법으로 꼼꼼히 분석한 그의 비판적인 태도는 오늘날의 우리가 본받을 만하다.
■ 근대의 여명을 밝힌 혁신의 문장가 최한기
만약 문자를 하나로 통일한다면 어떠할까. 피차의 사정이 통하여 서로 화해할 방법이 생기고 상대방을 위로하는 방법도 충분히 갖추어질 것이다. 또 서책을 깊이 연구하여 글의 뜻을 파악하는 데도 장애가 사라지게 되리라. (…) 문자도 서로 나뉘어 분열하는 것을 피하고 모두 화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_최한기의 〈세상 문자를 하나로 통일하자〉
혜강 최한기는 성리학의 낡은 사상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한 19세기 조선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그는 철저한 경험주의자로서 형이상학과 신비주의를 엄격히 배격했고, 문명국과 오랑캐를 나누는 중국 중심의 화이론에서 벗어나 동서 문명의 자유롭고 대등한 소통과 교역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전통적인 동양 고전이 다루지 못한 과학기술과 의학 등 새로운 지식을 탐구한 최한기는 근대의 여명이 밝아옴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가 읽은 새로운 번역서들, 즉 새 시대의 문장이 최한기를 탄생시킨 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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