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권. 실험적인 서술기법, 강렬한 시각적 언어로 20세기 현대문학의 지형을 뒤바꾼 윌리엄 포크너 최고의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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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내용 요약
윌리엄 포크너의 걸작 『소리와 분노』는 미국 남부의 몰락해가는 명문가 콤슨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를 네 명의 화자를 통해 그려내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서사 방식을 탈피하여 의식의 흐름 기법을 극한으로 활용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물들의 내면 깊숙이 침투하게 만듭니다. 🍂
이야기의 첫 번째 장은 지적 장애를 가진 막내 벤지가 서술합니다. 벤지는 시간의 흐름을 논리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며, 과거와 현재가 섞인 파편화된 기억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누이 캐디에 대한 애틋한
미국 현대 문학 중에 내가 관심을 두거나 또는 다수의 추천을 통해 몇몇 작품을 접한 후 인상깊게 읽은 책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조금 읽다가 솔직히 별로지만, 읽은 시간이 아깝고 아주 내칠만한 정도는 아니라서 완독에만 의미를 두고 끝난 책들이 많았다.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가로 퓰리처상 2회, 노벨문학상 1회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무슨 상을 몇 번 탔느냐는 대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결코 아니다. 정말 탈 만한 사람이라서 상을 주려고 해도 당사자가 자본인 소신에 의해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수상작이라든가, 전 세계 판매부수가 엄청 나다든지 하면 일단 들춰보게 된다. 최근 필립 로스 작품을 읽은 후 유사 작품을 검색하다가 그런 타이틀에 끌려서 접근하게 됐다.
이 작품은 미국 남북전쟁 전후의 역사 배경이 깔려있고, 미국 남부의 몰락해가는 대지주 콤슨가에 대한 서사를 주요인물의 시점으로(딜지 섹션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표현했으나 내용으로 보면 사실상 딜지의 시점이다.) 그려냈다. 필요 이상으로 독특해서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면 책을 접어버리기 일수인데, 이 책은 난해하면서도 사건이나 내용의 진상을 알고 싶어서 어쨌든 계속 그 난해함을 꿰뚫고 나가고 싶은 욕구를 계속 일으킨다.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세계문학적인 막장 드라마'라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서술과 묘사, 시점 등이 굉장히 독특하다. 분열된 서술과 친절하지 않으리만큼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전개 등 그 실험성 때문에 출간 당시 논란과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을 말하고 있는걸까?'하면서 문장을 두 번씩 읽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지적 장애로 판단되는 '벤지'의 시점에서 쓰여진 부분은 비장애인인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쓸 수 있었을까 경외감마저 생긴다. 주요인물들은 장애가 아닐지라도 보편적 관점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오점이 있다.(딜지는 예외이다.) 아예 서술자로서 드러나지 않는-다른 인물들의 시각에서의 서사 속에서만 드러나 있는 캐디 역시 그러하다. 이러한 인물들이기에 내면 심리가 복잡해서 난해한 표현이 많은 것 같다. 복잡한 심리상태일 때는 두서없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오묘한 말을 내뱉고 본인을 둘러싼 모든 배경들에 대해서도 특이하게 느끼는 것이 되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벤지 섹션 중에서
- 버시가 나를 내려놓았고 우리는 엄마 방으로 들어갔다. 불이 있었다. 그게 벽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거울에 불이 또 하나 있었다. 아픈 것 냄새가 났다. 그것은 엄마 머리 위에 접혀 있는 천에 묻어 있었다. 엄마 머리칼이 베개 위에 있었다. 불이 그것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엄마 손 위에 빛났고, 거기서 엄마 반지들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 캐디한테서 나무 냄새가 났다. 구석은 어두웠지만 창문은 보였다. 나는 슬리퍼를 쥐고 거기에 웅크리고 앉았다. 나한테는 그게 보이지 않았지만 내 손에는 그게 보였고, 밤이 되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내 손에는 슬리퍼가 보였지만 나한테는 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에는 슬리퍼가 보였고, 나는 거기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두워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콤슨가의 막내이자 지적 장애인인 벤지가 서술하는 부분은 오로지 감각으로서만 모든 걸 표현하고 직감에 의존한다. 매 사건을 감각으로서 감당하는 벤지는 말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지만 울거나 무의미한 소리를 내는 것 외에는 자신이 느낀 것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런 모든 것을 이해하는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란 누나인 캐디뿐이다. 벤지는 캐디에게서 자꾸만 차가운 냄새 또는 나무 냄새 등을 느끼는데, 그 냄새의 의미가 뭘까? 벤지 섹션은 다른 섹션을 모두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퀜틴 섹션 중에서
- 누구하고든 결혼해야해
아주 많았니 캐디
별로 많이 알지도 않아 오빠가 벤지하고 아버지 돌봐줘
누구 애인지 모르는구나 그럼 그 사람은 그걸 아니
내 몸에 손대지 마 벤지하고 아버지 좀 돌봐줘
- 사십오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중략) 이제 핵심에 가까워지는데 말하자면 너는 다른 모습은 전혀 변하지 않으면서 단지 머리만은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게 할 경험으로서 그것을 생각하는 것 같구나 너는 그런 사정으로는 그러지 않을거야 그건 도박일테니 그리고 이상한 일은 말이야 우연히 잉태되어 숨쉬는 매순간이 자신에게 불리한 협잡 주사위를 매번 새로이 던지는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최후의 도달점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거야 폭력에서부터 어린애도 안 속는 시시한 속임수에 이르는 모든 수단을 시도하는 일 없이 대담하게 직시해야 하는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모든 게 싫어져 맹목적으로 단 한 번 뒤집은 카드에 모든 것을 위험에 내맡기는 것이지 절망이나 회한이나 사별 앞에 처음 느끼는 분노로 그러는 사람은 없어 절망이나 회한이나 사별조차 그 음험한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만 그러거든 하기에 내가 잠깐 동안이에요 하니 (중략) 아버지가 사람이란 다 자기 미덕의 결정권자니라 그러나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 규정하지 않도록 해 하기에 내가 잠깐 동안이에요 하자 아버지가 존재의 과거형은 가장 슬픈 말이야 세상에 그보다 슬픈 말은 없단다 절망도 시간이 흘려가야 있을 수 있지 시간조차 그 존재가 과거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니까
퀜틴은 콤슨가의 장남으로서 굉장히 보수적인 사상을 갖고 있다. 여동생 캐디의 문란함을 자신의 방식대로 감당해보려하지만 실패한다. 퀜틴을 하버드에 보내기 위해 목초지를 팔았다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과연 그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콤슨가의 부모는 부부끼리 합의되지 않은 채 각자 자식들에게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고 어떤 자식에게는 냉소적이고 무관심하게 굴고 누군가에게는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존했다. 콤슨가의 몰락은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 퀜틴과 아버지의 대화 부분은 퀜틴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절정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퀜틴 섹션은 마침표가 없는 문장과 구분 없는 대화 부분이 가장 많다. 작품 속 네 가지 섹션 중에서 가장 흐름이 긴박하면서도 가장 난해하다. 개인적으로는 퀜틴 섹션이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다. 콤슨 가의 구성원은 모두 고통받는 삶을 살았지만 자신의 삶을 은근히 즐긴 부분이 전혀 없이 오로지 고통만 가득했던 사람을 꼽자면 퀜틴이 아닐까 싶다. 벤지 섹션을 최소 2번 읽기를 추천한다면 퀜틴 섹션은 적어도 3번 읽기를 추천한다.
제이슨 섹션 중에서
- 우리는 잠시 식사를 했다. 부엌에서 벤의 소리가 들렸다. 러스터가 밥을 먹여주고 있었다. 내가 말했듯이 먹여 살려야 할 입이 하나 더 있는데 엄마는 그 돈을 받지 않으면서 쟤는 왜 잭슨으로 보내지 않느냐 말이다. 거기에 가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으니 쟤도 더 행복할텐데. (중략) 그러자 엄마가 "나도 곧 저세상으로 갈 거다. 내가 너한테 짐만 된다는 거 안다."하기에 나는 "오랫동안 들어와서 그런지 이제 정말 그 말이 믿어지네요."하고 말했다. 다만 나는 돌아가시더라도 저는 모르게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그날 밤으로 벤을 17번 기차에 태워 보낼 테니까요. 그리고 퀜틴을 받아줄 수 있는 데도 알 것 같은데 그곳 이름은 밀크 스트리트도 허니 애비뉴(구약성서 출애굽기 3장 8절의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비유)도 아니죠."그러자 엄마가 울기 시작해서 나는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비록 그들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반드시 아는 건 아니지만 저도 누구 못잖게 혈육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다 삼촌 탓이에요."퀜틴이 말했다. "제가 행실이 나쁘면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삼촌이 날 그렇게 만들었잖아요. 난 죽고 싶어. 우리 모두 다 죽었으면 좋겠어."그리고 퀜틴은 뛰쳐나갔다. 층계를 달려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쾅 닫혔다.
"쟤가 생전 처음으로 맞는 말을 다 하네요."내가 말했다.
딜지 섹션 중에서
- 딜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눈물이 살갗에 파묻히며 구불구불 흘려내려가는데 그녀의 얼굴은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바짝 쳐들었고 눈물을 닦으려 하지 않았다. (중략) "나는 시작을 보았다. 이제는 마지막이 보여."
하지만 그녀는 큰길에 이르기 전에 멈추어 서더니 옷자락을 쳐들고 속치마 아랫단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런 다음 그들은 계속해서 갔다. 러스터는 우산을 들고 햇볕을 가리기 위해 새 밀짚모자를 멋지게 비스듬히 쓰고 있었다. 벤은 러스터가 앞장서서 가며 어릿광대짓 하는 것을 구경하며 딜지 옆에서 어기적어기적 걸었다. 바보 같은 큰 개가 영리한 작은 개를 구경하는 형국이었다. 집에 도착해 대문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 벤이 다시 낑낑대기 시작했다. 잠시 그들은 모두 진입로 끝의 네모난 집을 올려다보았다. 주랑현관이 썩고 있었고 새 칠이 필요했다.
제이슨 섹션과 딜지 섹션은 이 책에서 가장 무난하게 읽히는 부분이다. 딜지는 콤슨가에서 오랜 세월 일해온 흑인 여성 노예이다. 제이슨은 콤슨가의 차남이자 훗날 원치 않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떠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피해의식과 원망이 가득한 냉소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제이슨. 제이슨의 대사들이 너무 이해가 잘 가고 고급 유머로 느껴지는 거 보면 나도 꽤나 그런 성격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주 웃어대며 읽다가 갑자기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큰 재미는 '자신이 네 가지 섹션 중에서 어느 섹션의 이해가 가장 수월했는지'따져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벤지 섹션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면 감각적인 사람일테고 퀜틴 섹션이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읽혔다면 요즘 흔히 하는 표현으로 '인정'안 할 수가 없다. 문학성과 재미 중 그 무엇을 따지든, 읽는 시간이 알찬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