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자국

조재도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이빨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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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8.10.9

페이지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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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의 저 한쪽으로 비켜 세워둔 '장애'의 문제를 중심으로 가져와 초점화 성장소설이다. '장애'를 삶의 한 부분으로 안고, '장애'와 어울려 살아가려는 소년의 일상을 잔잔한 목소리로 그려냈다. 소설은 승재가 오가는 집과 학교 두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때, 소설의 또 다른 주요 공간인 학교에서는 공언하기 즉 '자기 드러내기'의 노력이 펼쳐진다. 승재가 속한 특별활동 '마인드비전' 수업은 소년소녀들의 내밀한 속사정을 풀어내는 한판 장이 된다. 그네들은 이 수업을 통해 학교 안팎 어디에서도 털어놓을 수 없던 사소하고도 속 깊은 비밀들을 이야기한다.

멋 부리지 않고, 흉내 내지 않고, 오직 자신의 문제에 골몰하는 승재는 그러한 문체 속에서 진정성 있는 캐릭터로 다가온다. 반항심보다는 고민이 더 깊고, 내뱉고 표현하기보다는 동그랗게 "귓바퀴 오므린" 양 세상의 말을 듣는 아이 승재. 그가 꾸밈없는 담백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성장의 곰삭은 의미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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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빈

@honeybee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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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 2024 봄호
창간3주년 특집. 민주주의와 선거

세계적인 '선거의 해'에 맞춰 《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 봄》에서 정치학, 법학, 인권학 등과 관련된 6명 전문인이 민주주의 핵심과 선거 제도의 원리에 대해 깊은 분석을 다룬 여섯 편의 전문 서평은 민주주의 과제와 가능성을 논했다.

이 중 몇몇 주요한 서평을 살펴보면, 다층적인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고민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통한 현재 정치적 대안을 다룬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의 17인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며 비판을 반영해 글을 고친다고 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서평 전문 계간지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고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지식과 인사이트를 제공하여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평가가 들어있는 서평지를 읽고, 독서 경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플라이북앱을 통해 알렙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박찬국 외 15명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펴냄

8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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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최경희

@c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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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가지고 있는 15세 소년 안 율의 시선을 따라가는 시간은 참 암울하다. 
 
정신적 피폐함이 사람의 사고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드나? 하는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황폐하게 한다. 
 
가제본으로 받은 제 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율의 시선' 
 
"인간관계는 전략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환한 미소로 속내를 숨기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그리고 빠르게 파고든다. 친밀감을 유도한 후 우위를 점하고 '우리' 라는 허울 좋은 말을 붙여 편을 가르면 끝. 그런 점에서 삶은 게임과 닮았다." 
 
책의 서두에서 이 글을 읽었을 때 15세 소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참 납득이 되지 않았다. 소설 속의 인물이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율의 시선을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앞집 할머니가 살해되고 범인을 목격한 율
경찰이 목격자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때서야 범인을 보았다고 말하는 율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니?" 하는 엄마의 재촉에 무심한 듯  마음 속으로 던지는 한 마디
"신고해서 제가 얻을 게 없잖아요" 
 
 아버지가 죽은 후 율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그의 눈에는 항상 사람들의 발 만 보일 뿐이다. 
 
어느 날 자신과 닮은 아이 이도해를 만난다.
죽은 고양이 시체를 안고 있는 가느다란 발목에 툭 불거진 복사뼈, 상처투성이 발등을 가진 자신을 북극성이라고 말하는 이도해. 
 
우연히 학교에서 다시 이도해를 만나게 되는데.

"내가 보이는 사람은 오랜만이네"

학교의 왕따로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없는 존재로 살아가는 이도해의 말이 참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다. 
 
축구, 공부, 모든 면에서 남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배경을 가진 친구 진욱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진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빌라의 쓰레기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친구' 는 필요하니까.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안전하게 졸업하기 위한 수단, 그게 친구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율의 생각들이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하리 만큼 공포스러웠다. 
도대체 15세 소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고....... 
 
"우리의 몸이 상처를 입듯 정신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상처를 치료하지 않고 곪게 내버려 두는 사람이 많죠. 우리는 그걸 PTSD라고 부릅니다" 
 
어떤 일이 율의 정신세계를 이렇게 황폐하게 했을까?
단지 아버지의 죽음으로?
책의 중반을 넘기면서 나의 의문은 극에 달했다.
아무리 청소년이라도 율의 생각과 행동들이 화가 나기 시작 했으니깐. 
 
그렇지만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아버지는 그냥 죽은 것이 아니었다.
달려오는 차에 율을 대신해 자신의 몸을 던지고 죽은 것이었다.
율의 기억 속에서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 뿐 아무도 그때 119를 불러주지 않았고,
누군가의 죽음은 그저 남의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한 아버지의 죽음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율의 마음에 각인 되었다.
 
그 후 율은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TV를 통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의식을 잃은 소년이 발견되고
친구 진욱이 말했던 가난한 빌라의 쓰레기 집에 살고 있는 소년이 이도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으로 살아가려는 여정이 나중에는 차츰 이해가 되었다.
어른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죄책감이 들면서.......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의 일로도 벅차다."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 서진욱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록 나는 전혀 다른 세계 속에서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율은 이도해를 통해, 엄마를 통해, 서진욱을 통해 서서히 바깥 세상으로 나오려는 용기를 가진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 모든 사람은 극심한 충격을 받으면 공통적으로 우울과 불안에 빠진다. 차이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누군가는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누군가는 무기력을 학습한다." 
 
우연히 시험 공부를 하다 도서관에서 읽게 된 책 한 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한 책에 쓰여 있는 글귀와 마주하며 율은 자신이 가진 아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다. 
 
자신 보다 더 힘들 것 같은 자신을 닮은 아이 이도해의 불행을 목격하면서 서서히 율은 자신이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서 빠져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어떻게 마음이 아픈지? 
누군가의 끊임없는 관심과 한 마디가 아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이 참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는 책의 추천 글귀가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아픈 이야기이지만
성장하는 이야기다. 
 
글을 읽는 내내 암울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은 피어난다는 메시지가 아름답다.
감사하며 읽은 책이다. 
 
 "난생 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율의 시선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율의시선 #창비청소년문학상 #창비 #김민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소설 
#청소년소설 #청소년 #성장소설 #책추천 #독서 #독서모임 #글쓰기
1시간 전
0
Hee님의 프로필 이미지

Hee

@hee329

오 '왓츠인마이책장' 요거 좋은딩..ㅎㅎ
https://twitter.com/sanhomaydraw/status/1781246337876738326?t=KJ_yT5x0u46HP6PRRmpMng&s=19
1시간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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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우리가 삶의 저 한쪽으로 비켜 세워둔 '장애'의 문제를 중심으로 가져와 초점화 성장소설이다. '장애'를 삶의 한 부분으로 안고, '장애'와 어울려 살아가려는 소년의 일상을 잔잔한 목소리로 그려냈다. 소설은 승재가 오가는 집과 학교 두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때, 소설의 또 다른 주요 공간인 학교에서는 공언하기 즉 '자기 드러내기'의 노력이 펼쳐진다. 승재가 속한 특별활동 '마인드비전' 수업은 소년소녀들의 내밀한 속사정을 풀어내는 한판 장이 된다. 그네들은 이 수업을 통해 학교 안팎 어디에서도 털어놓을 수 없던 사소하고도 속 깊은 비밀들을 이야기한다.

멋 부리지 않고, 흉내 내지 않고, 오직 자신의 문제에 골몰하는 승재는 그러한 문체 속에서 진정성 있는 캐릭터로 다가온다. 반항심보다는 고민이 더 깊고, 내뱉고 표현하기보다는 동그랗게 "귓바퀴 오므린" 양 세상의 말을 듣는 아이 승재. 그가 꾸밈없는 담백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성장의 곰삭은 의미를 일깨운다.

출판사 책 소개

지난 9월 베이징 올림픽의 열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개최된 바 있다. 패럴림픽 그 자체보다도 한국 공중파 방송의 무관심을 꼬집는 여론이 형성되었는데, 어쩌면 이 연쇄작용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관습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장애’를 특정한 날, 특별한 행사 속에서만 만나고 있지는 않은가?
조재도의 성장소설 『이빨 자국』은 우리가 삶의 저 한쪽으로 비켜 세워둔 ‘장애’의 문제를 중심으로 가져와 초점화한다. ‘장애’를 삶의 한 부분으로 안고, ‘장애’와 어울려 살아가려는 소년의 일상을 잔잔한 목소리로 그려낸 이 작품이 실천문학의 청소년 문학선 ‘담쟁이 문고’ 첫 책으로 출간되는 것은 바로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
소설은 승재가 오가는 집과 학교 두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승재네 집은 장애아 가정의 일상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승재의 큰형이자 정신지체장애인인 승운은 승재의 생활 속에 늘 함께 있는 불편한 존재다. 처마 밑에 하염없이 서 있거나 버스 정류장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는 승운의 모습은 언뜻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승운은 언제나 그 평화로운 풍경에 균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승운은 승재의 방학숙제를 망가뜨리는가 하면, 다리 밑으로 떨어져 다치고, 사기를 치려고 마음먹은 이웃의 도구가 되고, 급기야 행방불명된다. 이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우리는 승운의 모습보다는 그를 둘러싼 가족의 모습에 더 반응하게 된다. 아버지, 엄마 그리고 화자인 승재― 세 식구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세 종류의 시선을 드러낸다. 아버지는 승운을 골칫덩어리, 애초부터 소통이 불가능한 대상, 불운의 주요인으로 생각한다. 해서 아버지에게 승운은 아슬아슬한 폭력의 대상이 된다. 한편 승운의 수족(手足)이자 유일한 원군인 엄마는 장애를 한없는 보살핌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 가운데 평범한 듯하지만 결코 예사롭지 않은 승재의 시선이 있다. 승재는 승운 혹은 ‘장애’와 소통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어린 시절 형에게 말을 가르쳐주려고 했던 기억),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그러나 승재는 승운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는다. 그것은 감추고 싶고 외면하고 싶지만 그것이 바로 자신의 가족이 앓는 상처이기 때문이고, 상처는 상처를 숨기는 데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데서 치유되기 때문이다. 승재의 시선 안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서도 ‘소외’된 대상, 승운. 승재는 그 승운의 실체를 어둡고 구석진 형의 방에서 목격한다.

방에 들어서니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발에서 나는 고린내보다 더 심했다. 아마도 엄마가 바쁜 나머지 가을이 다 가도록 목욕 한번 시켜주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았다.
방바닥엔 요와 이불이 깔려 있고 형이 입던 옷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수건을 덧댄 베개에는 시커먼 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어 있다.
아무리 보아도 이건 사람 사는 방이 아니다. 짐승의 우리도 이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자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맺혔다.
형이 너무 불쌍했다.
한집에 살면서 나는 형이 집에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집에서 밥 먹고 집에 들어와 잠만 자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런 방에서 짐승처럼 지내다니. 엄마야 바빠서 어쩔 수 없다지만 나는 뭔가? 일주일에 한 번 청소만 해줘도 이렇게 더럽고 지저분하지 않을 것 아닌가? _ 본문 중에서

승재가 그 퀴퀴한 방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외진 방’들이 떠오른다. 승재가 본 그 방의 실체는 우리가 가둬둔 이야기, 소외된 현실의 다른 얼굴이다.
중학교 2학년인 승재의 최대 관심사는 이성친구도, 진로도 아닌 ‘정신지체장애인’ 형이 속한 ‘우리 가족’이다. 그리고 ‘장애’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한 소년의 가족에 관한 ‘사적’ 비밀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공공연하게 숨기고 있는 비밀일 수 있다.

수치심과 상처로 마음 빚기, ‘Mind­vision’
이때, 소설의 또 다른 주요 공간인 학교에서는 공언하기 즉 ‘자기 드러내기’의 노력이 펼쳐진다. 일명 승재가 속한 특별활동 “만두빚어”반의 ‘마인드비전’ 수업은 소년소녀들의 내밀한 속사정을 풀어내는 한판 장이 된다. 그네들은 이 수업을 통해 학교 안팎 어디에서도 털어놓을 수 없던 사소하고도 속 깊은 비밀들을 이야기하고, 이야기 듣는 와중에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진실게임을 벌인다. 마인드비전반의 “만두빚어”라는 기발한 별칭은 마치 만두처럼 자아를 빚어가는 이들의 진짜 이름일지도 모른다.
이 중에서 ‘종민’이 들려주는 고모 이야기는 장애인들의 세계를 또 다른 하나의 세상으로 이해시킨다. 종민은 장애인인 자신의 고모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 우리가 소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범하는 오류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도덕, 윤리, 공동선의 의무로서 장애 문제를 대하기보다는 “또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과 이 세상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종민의 솔직한 글과 행동은 승재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다. “쪽팔림은 순간이고 행복은 영원하다”라는 종민의 말은 수치와 상처가 ‘비밀’이라는 마법에서 풀려나야 할 이유를 건강한 소년다운 특유의 낙천성으로 설명한다.

우리는 “장애” 앞에서 어떤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 소설의 결말은 마냥 낙천적이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 엄마, 승재는 승운을 장애인 시설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다. 쌀쌀한 초봄에 시작되어 첫눈이 오기 직전인 겨울에 끝나는 승재의 이 성장일기는 마치 계절이 돌아오듯, 그들의 장애는 그들 곁에 머무를 것임을 예견하게 한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결정이지만 이 마지막 장의 제목은 “새로운 결정”이다. 작가는 승재네 가족이 통과한 세 계절이 또 다른 시작을 예견하게 할 것이라는 단순한 암시 외에도, 우리에게 “새로운 결정”이라는 숙제를 제시하고 있다. 함께 사는 것이 옳은 결정인가? 모두가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는 앞선 종민의 이야기와 부딪치기에 더욱 문제적인 결론일 수밖에 없다. 즉, 작가는 장애 문제에 있어 어떤 한 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고, 우리 사회에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이 소설을 끝맺는다.
이 소박한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없다.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 없이, 유유한 강물처럼 흐르는 문장은 일기의 마지막 장을 닫는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현 청소년 문학 시장의 톡톡 튀는 형식(문장, 소재, 구성)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이 점이야말로 가장 큰 매력이랄 수 있다. 멋 부리지 않고, 흉내 내지 않고, 오직 자신의 문제에 골몰하는 승재는 그러한 문체 속에서 진정성 있는 캐릭터로 다가온다. 반항심보다는 고민이 더 깊고, 내뱉고 표현하기보다는 동그랗게 “귓바퀴 오므린” 양 세상의 말을 듣는 아이 승재. 그가 꾸밈없는 담백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성장의 곰삭은 의미를 일깨운다.

“이빨 자국”
마지막 장면에 묘사되는, 승재의 손등에 허옇게 남아 있는 “이빨 자국”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빨 자국”으로 대변되는 성장 과정의 상처는 승재가 더 이상 “쪽팔리지” 않더라도, 더 이상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해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끔히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대변한다. 이러한 결말은 우리에게 온화하고도 쓸쓸한 성장의 한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현직 교사이며 시인인 최성수가 책의 뒤표지에 “성장이란 세상과의 관계를 깨달아가는 일”이라고 썼거니와 이 소설은 우리가 세상에서 맺는 첫 번째 관계에서의 상처를 다루고 있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장일기
『이빨 자국』은 작가의 유년에서 출발한 성장 소설이다. 정신지체 장애인 형을 둔 작가의 가족사는 작품의 모티프가 된다. “이 소설에 나오는 구승재라는 아이와 나는 어떤 사이냐고…구승재와 나는 어느 면에서는 같고 또 어느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작가의 말」) 소년 조재도의 성장담은 소설의 화자 ‘승재’를 통해 마치 성실하게 써내려간 일기처럼 생생하고 담담하게 펼쳐진다. 때문에 이 고백적 소설은 현재의 시공간에서 숨 쉬는 한 소년 ‘구승재’의 삶으로 거듭난다.
소년 승재에 투영되어 있는 작가의 얼굴은 만두빚어반 선생님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작달막한 키, 안경 너머 반짝거리는 눈마저 실제 작가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만두빚어반 선생님은 (작가의 과거가 승재라면,) 작가의 현재를 반영한다. ‘마인드비전’은 학교 선생님인 작가가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 현장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 속 장면들에는 학생들의 글과 대화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문장의 힘 외에도 이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은 진솔함이다. 이는 교직에 있었던 작가의 실제 삶이 글 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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