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늘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아름다운 그늘 (신경숙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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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1.11.23

페이지

348쪽

상세 정보

소설가 신경숙의 첫 산문집. 신경숙은 1985년 '겨울우화'로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존재의 텅 빈 심연을 응시하는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삶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해내는 울림이 큰 문체의 향연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첫 산문집에는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습작 시절의 고통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향과 흙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속내 이야기, 책과 문학과 그가 만난 사람들, 햇살과 바람이 빚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자의 자연친화적인 정서와 시골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같은 고향의 기억은 저자의 문학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 '그것을 끊임없이 표현해내려고 애썼'다.

또한 이 산문집은 저자의 체험이 어떻게 작품화되었는지, 체험과 소설의 간극은 어떠한지 하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문집 안에는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장편소설 <외딴 방>에 나타난 죽음에 관한 사실적인 고백이 있고, 단편소설 '배드민턴 치는 여자'에 이어 장편소설 <바이올렛>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원체험이 있다.

그 외에도 산문집 안에는 습작 시절 서정인, 최인훈, 김승옥, 이제하, 오정희의 작품을 필사하던 습작 시절의 이야기,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 그 주변까지 풍요롭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사진작가 최민식,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농부 아버지 등 저자가 독서를 통해 만났거나 전시회, 공연,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이 스크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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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아

@criexyjfyvap

무난하면서 수평선을 걷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

내 이야기 같아서 더 공감됐던 하나의 산문 에피소드
책을 읽던 그 시절들을 나는 모두 사랑한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문예창작과에 입학했으나 그건 꿈만 같았다. 희망이 이토록 꿈결같이 어렴풋하니 다른 모든 일이 다 그랬다. 여기 있으면 저기로 가고 싶고, 저기 있으면 여기가 그리웠다. 무슨 일을 하고 있어도 이건 아닌데, 싶었다. 이게 아닌데 난 왜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나.

한동안 대학 생활에 적응을 못 해 나는 학교에 가야 하는 아침마다 머리가 무거웠다. 기어이는 한 달여를 강의를 빼먹고 용산의 외사촌언니가 다니는 동사무소 옆 음악다방에 앉아 그 언니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며 우울해했다. 외사촌이 너무 귀찮아해 그를 기다릴 수 없는 날은 괜히 거리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피곤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귀가하곤 했다. 무엇도 위안이 되질 못했다. 학교에 가도 이게 아닌데 싶고, 외사촌과 하릴없이 거리를 쏘다녀도 이게 아닌데 싶고, 최루탄이 쏟아지는 거리를 걸어다니면서도 늘 이게 아니었다.

여름방학이었다. 정읍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므로 그곳에서 여름을 지내고 있던 중이었다. 서울을 떠날 때 가방에 몇 권 넣어간 소설들을 읽는 걸로 여름을 버텼다. 들쑥날쑥으로 하루에 한 편씩 두 편씩 읽어내다가 서정인의 <행기>를 읽고 <강>을 읽던 중이었다. 나는 <강>을 그대로 옮겨써보고 싶은 충동으로 만년필에 잉크를 채웠다. 그리고 노트를 폈다. 한 자 한 자 옮겨적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군요."

버스 안. 창 쪽으로 앉은 사나이는 얼굴빛이 창백하다. 실팍한 검정 외투 속에 고개를 웅크리고 있다. 긴 머리칼이 귀 뒤로 고개 위로 덩굴줄기처럼 달라붙었는데 가마 부근에서는 몇 낱이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섰다.

"예, 진눈깨빈데요."

<강>을 시작으로 나는 그 여름을 내 노트에 선배들의 소설을 옮겨적는 일을 하며 지냈다. 최인훈의 <웃음소리>,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제하의 <태평양>,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이청준의 <눈길>, 윤흥길의 <장마>, 최창학의 <창>, 강호무의 <화류항사>……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한 자 한 자 노트에 옮겨적어볼 때와 그 소설들의 느낌은 달랐다. 소설 밑바닥으로 흐르고 있는 양감을 훨씬 더 세밀히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부조리들, 그 절망감들, 그 미학들.

필사를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것이다. 나는 이 길로 가리라. 필사를 하는 동안의 그 황홀함은 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각인시켜준 독특한 체험이었다. 방학이 끝났을 때 필사를 한 노트는 몇 권이 되었고, 그 노트들을 마치 내가 쓴 작품인 양 가방에 넣고 서울에 돌아왔다.

나는 내 삶을 소설가로서 살아가리라 다짐했고, 습작 시절에 언제나 내가 그 여름방학 동안 내 노트에 옮겨적어본 작품들이 세상에 퍼뜨려놓고 있는 그 의미망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할 일을 찾았으므로 거기에만 매달린 덕에 나는 이른 나이에 등단을 했고 누가 뭐라건 꾸벅꾸벅 십 년을 걸어왔다.

왜 모든 일들은 지나가기만 하는가. 왜 붙들 수 없는가. 인생은 내게 대체 무엇을 주려는가. 주기는커녕 내가 감춰놓은 것까지 찾아내 갖고 가버릴 것 같은 저 흘러가는 시간의 위력 앞에서 괴로움만 강해질 때 나는 선배들의 작품을 필사하는 일로 보냈던 그 여름을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반문해본다.

문학에 대한 외경심을 키워왔던 그 여름날들도 지나갔다고 할 것인가? 막연한 꿈을 구체적으로 끌어 당겨주었던 그날들을.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시간은 되풀이되지 않지만 지나가는 일도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사소한 일이라도 그들은 지나가며 생김새와 됨됨이를 새로 갖는다. 나에게 소설은 재생된 새 꼴들을 담아놓을 수 있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았었건 간에 그 지나간 것들은 오늘 여기까지로 오는 길이었으며, 여기 내 앞에 놓여 있는 이 시간 또한 십 년이나 이십 년 뒤 짐작도 못 하겠는 그 시간들로 가는 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이제야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신경숙, <필사로 보냈던 여름방학>

아름다운 그늘

신경숙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7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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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소설가 신경숙의 첫 산문집. 신경숙은 1985년 '겨울우화'로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존재의 텅 빈 심연을 응시하는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삶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해내는 울림이 큰 문체의 향연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첫 산문집에는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습작 시절의 고통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고향과 흙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속내 이야기, 책과 문학과 그가 만난 사람들, 햇살과 바람이 빚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자의 자연친화적인 정서와 시골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같은 고향의 기억은 저자의 문학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 '그것을 끊임없이 표현해내려고 애썼'다.

또한 이 산문집은 저자의 체험이 어떻게 작품화되었는지, 체험과 소설의 간극은 어떠한지 하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문집 안에는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장편소설 <외딴 방>에 나타난 죽음에 관한 사실적인 고백이 있고, 단편소설 '배드민턴 치는 여자'에 이어 장편소설 <바이올렛>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원체험이 있다.

그 외에도 산문집 안에는 습작 시절 서정인, 최인훈, 김승옥, 이제하, 오정희의 작품을 필사하던 습작 시절의 이야기,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 그 주변까지 풍요롭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사진작가 최민식,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농부 아버지 등 저자가 독서를 통해 만났거나 전시회, 공연,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이 스크랩되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이렇게 일찍 산문집을 갖게 될 줄 몰랐습니다. 겨우 서른셋에요.”
그렇게 수줍어하며 책을 펴냈던 것이 1995년. 『아름다운 그늘』은 소설가 신경숙의 첫 산문집이다.
읽는 이의 마음자리가 달라져서일까, 오래전에 씌어진 글들인데도 오늘에 더 와 닿는 것은. 그의 글은 늘 그 자리에 있는 듯하면서도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는 신경숙 문학의 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 습작 시절의 고통과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산문집을 통해 우리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신경숙 문학세계의 근원과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깊고 그윽한 말들의 무늬, 향기로운 산문의 매혹

신경숙은 1985년 「겨울우화」로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존재의 텅 빈 심연을 응시하는 예민하면서도 따뜻한 시선, 삶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해내는 울림이 큰 문체의 향연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다. 이러한 신경숙의 소설이 그의 문학세계의 꽃이자 열매라면, 문학에 대한 열망과 근원을 추슬러 담은 이 산문집은 삶과 사물의 심연을 찾아 하강하는 신경숙 문학의 뿌리이자 그 뿌리를 타고 상승하는 수액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그늘』은 그야말로 매혹적인 문장과 서정의 진경이다. 신경숙 특유의 개성적인 문체는 인간의 말로써 “말해질 수 없는 것들”, 저자가 “살아보려 했으나 마음 붙이지 못한 헤어짐들, 슬픔들, 아름다움들, 사라져버린 것들, 과학적인 접근으로는 닿지 못할 논리 밖의 세계들”을 드러내고, 그것은 다시 “이미 찌그려져버렸거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익명의 존재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은 욕망, 도처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나, 시간 앞에 무력하기만 한 사랑, 불가능한 것에 대한 매달림, 여기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들을 불러와 유연하게 삶과 사물의 본질에 닿게 하고 싶어하는 한 예민한 영혼의 이력과 그러한 것들을 “글쓰기로 재현해내고 싶은 꿈”을 드러낸다.


신경숙 문학세계의 원류를 찾아서

고향과 흙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속내 이야기, 책과 문학과 그가 만난 사람들, 햇살과 바람이 빚는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저자의 자연친화적인 정서와 시골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이같은 고향의 기억은 저자의 문학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 “그것을 끊임없이 표현해내려고 애썼”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은 “한때의 진실이 남기고 간 발자국들. 가두려고 할수록 뚫고 지나가버리는 것. 태어남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소멸. 설명하려 할수록 해체되어버리는 것.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것. 참을 수 없는데 참아지는” 무형의 언어를 가시화하려는 노력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서 환기로서의 문학’ ‘삶을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심미적 체험’으로서의 문학관을 독자들은 산문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 산문집은 저자의 체험이 어떻게 작품화되었는지, 체험과 소설의 간극은 어떠한지 하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산문집 안에는 소설집 『풍금이 있던 자리』, 장편소설 『외딴 방』에 나타난 죽음에 관한 사실적인 고백이 있고, 단편소설 「배드민턴 치는 여자」에 이어 장편소설 『바이올렛』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원체험이 있다.

그 외에도 산문집 안에는 습작 시절 서정인, 최인훈, 김승옥, 이제하, 오정희, 이청준, 윤흥길, 최창학, 강호무의 작품을 필사하던 습작 시절의 이야기,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인 사람”, 그 주변까지 풍요롭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사진작가 최민식,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소설가 박상륭과 이문구, 화가 강연균, 운보 김기창 화백, 조카들, 농부 아버지 등 저자가 독서를 통해 만났거나 전시회, 공연,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초상이 스크랩되어 있다.

신경숙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만난 “미스 리”나 시인 허수경에 관한 글, 성철 스님의 다비식 참관기, 소설가 박경리 선생께 보내는 편지, 소설가 오정희 선생 탐방기 등을 통해 저자는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진지한 성찰의 몸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싱그러운 말들의 풍경, 잔잔한 감동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치밀한 문장, 싱그러운 감성의 향연으로 우리 산문의 진경을 보여준 『아름다운 그늘』의 개정판을 십 년 만에 내놓으면서 저자는 “세월이 흘러도 그 마음이 그 마음이지 여겼으나 한 해 두 해 쌓여 십여 년이 흐르고 보니 어떤 마음으로부터는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갈 수가 없고 간혹 어떤 마음한테는 가고 싶어 사무치나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들을 독자들에게 다시 선보이게 되었으니,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글을 쓰고 싶은” 그때의 마음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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