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한국인론'이라는 문구가 인상 깊은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가만보면, '외국인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이 어떤지에 대해서나 관심이 있었지, 정작 우리가 직접 바라보는 한국인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거 같다.
이 책이 출판된지 40년이 넘어서(물론 내가 읽은 책은 2020년 개정판이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새로 고친 부분은 없고 오히려 원상복귀한 부분이 많다고 한다.)그런지 몰라도, 오늘날 사람들은 공감하지 못할 한국인의 특성도 간혹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갸웃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또한 한국인 특성을 '한'이라는 틀에만 갇어 놓고 설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아쉬웠던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국인의 특징이 있으니, 바로 '먹는 것에 진심인 민족'과 '눈치가 발달한 민족'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도 그 부분이 여러번 언급되어 있어 재미삼아 모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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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돌아오면 잘사는 집에서든 가난한 집에서든 으레 밥으로 고봉으로 수북이 담아주는 것이 하나의 의례적인 풍속이 되어버렸다. - 2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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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언어가 풍부한 나라라 할지라도 '쓰고, 씁쓸하고, 쓰디쓰고' 또 '달고, 들큼하고, 달콤하고, 달짝지근하고'를 구별할 영광을 누리지 못한다. 오직 우리만이 그 복잡한 혓바닥의 미각을 언어로 가려 나타낼 뿐이다. 먹는다는 말부터가 얼마나 다양하게 쓰이는 것일까? 나이도 먹고 '더위'도 먹고 '공금'도 먹으며, 심지어는 '욕'까지도 먹는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는 데도 '싱거운 놈, 짠 놈, 매운 놈'이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식인종이라고 의심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 2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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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치가 발달한 민족이다. "눈치만 빠르면 절간에서도 새우젓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속담도 있다. 논리나 분석력보다도 '눈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우리의 한 사고방식이다. - 4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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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도 '눈치'의 사유방식은 여전하다. 직장에서는 사장의 눈치를, 민은 관의 눈치를, 공무원은 상관의 눈치를, 나라 전체는 미국의 눈치를••••••. - 49쪽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이어령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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