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문예학, 성차별 연구 분야에 관련해 수많은 책을 집필한 잉에 슈테판의 역사 속 여성들 이야기. <유명한 남성들의 그늘에 가려진 유능한 여성들의 운명>이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천재적인 남성들'과의 관계에서 특수한 정체성의 문제에 시달려야 했던 여성들을 다루고 있다.
제목이 다소 오해의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육아서가 아니라 여성 인물을 초점으로 천재들이라고 불리던 남성의 여성으로서 알려졌던 11인의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클라라 비크 슈만이나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야의 경우에는 전에 읽었던 책들이나 후대의 평판이 많이 치우쳤다는 걸 이 책에서 읽게 되었다. 내가 알던 클라라 슈만은 슈만의 뮤즈로서 또 브람스와의 삼각관계로 세기의 로맨스 정도로 인식되던 인물이다. 시대가 여성 천재에 대한 평가나 잣대가 어떠한지는 클라라의 생애와 후대의 평가를 봐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분야에서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인물들을 선정해서 여성의 재능이 남편이나 남성 동료들에 의해서 어떤 평가와 인식을 받았는지를 저자의 시각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알려진 인물도 있었고 잘 몰랐던 인물도 있었는데, 알려진 인물들도 치우친 시선과 평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야의 일기 편의 톨스토이와의 그녀의 생활을 읽으면서는 예술가의 작품성과 인성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러시아 문학의 대가라고 일컫는 톨스토이의 젠더 감수성은 그녀의 일기에서 봤듯 알았다면 과연 그녀가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진다. 이른바 성녀와 창녀를 나누는 이중적인 잣대와 인식들이 대작가의 인식이라는 게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젤다 세이머 편도 피츠제럴드의 연인이자 자유분방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그녀의 모습은 그의 작품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의 모티브로 차용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분히 남성적 입장에서 여성의 모습을 자신이 글을 쓰는 것과 젤다의 글쓰기에 대한 다른 태도와 인식이 읽는 내내 가부장적인 남성의 전형적 사고인가 싶었다.
과학 분야나 신학 분야의 인물들의 일생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부분들을 포기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조명된 11인이 여성들은 자기주장과 자포자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관철시킨 이도 있고 포기한 채 세상 밖으로 나가 버린 이들도 있었다.
20세기 초의 여성들의 당시의 생애가 1세기가 지난 지금에서 봐도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보게 된다.
주로 유럽 쪽 인물들을 독일 저자가 쓴 내용들이라서 낯선 느낌이 있었고, 어떤 문장들은 감정적 흐름이 너무 치우쳐서 읽기가 다소 벅찼다.
1. 예니 베스트팔렌-마르크스의 생애(1814-1881)
“이 모든 투쟁에서 여성들은 더 사소한 부분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들을 떠맡게 되거든요.”
2. 클라라 비크-슈만의 생애와 업적(1819-1896)
“나는 내 삶의 중심을 내 안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찾아야 하는가?”
3.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톨스토야의 일기(1844-1919)
“‘사람이 사는 데에는 살을 섞을 여자와 이성적인 관계를 나눌 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 그의 이러한 신념을 29년 전에 알았더라면, 나는 결코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4. 카미유 클로델의 생애와 업적(1864-1943)
“이것은 여성에 대한 착취이자 예술가를 파멸시키는 일이다.”
5. 밀레바 마리치-아인슈타인의 생애(1875-1947)
“난 여성도 남성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 클라라 베스트호프-릴케의 생애와 작품(1878-1954)
“그녀는 남자처럼 대리석을 다루었다.”
7. 샤를로테 베렌트-코린트의 생애와 업적(1880-1967)
“나는 나의 한창때를 로비스에게 바쳤다.”
8. 헤트비히 구겐하이머-힌체의 생애와 업적(1884-1942)
“그녀는 자신의 논문을 쓰기보다는 남편의 일을 후원했다.”
9. 니논 아우슬랜더-헤세의 생애와 예술(1895-1966)
“나는 예술이 아니라 단지 내 삶을 만들어냈어요. 삶이 곧 나의 작품이었습니다.”
10. 샤를로테 폰 키르슈바움의 생애(1899-1975)
“대체 누가 여성의 입장이 의존적이며,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가?”
11. 젤다 세이어-피츠제럴드의 생애와 글(1900-1948)
“나는 쥐 생각을 사냥하는 고양이 생각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