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흥미로웠던 데미안이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어렵게 다가올 줄이야...
11%. 하지만 더 이상 별과 책에서 지혜를 구하지 않고 대신 내 피 속에 흐르는 가르침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12. 물론 나는 밝고 참된 세계에 속했고 우리 부모님의 자식이었지만, 내 눈과 귀가 향하는 곳이면 어디에나 다른 세계가 있었다. 비록 낯설고 괴이했으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양심의 가책과 공포를 느꼈지만, 나 역시도 그 다른 세계 안에서 살고 있었다.
18. 그때 문득 내 안에 새록고 묘한 느낌이, 가시가 잔뜩 박힌 사악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스쳤다. 내가 아버지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시 동안이긴 해도 진실을 모르는 아버지가 우습게 보였고, 젖은 신발에 대한 꾸지람도 내게는 사소한 일처럼 여겨졌다.
20. 지금 이 행동은 비록 내 돈이긴 해도 도둑질이 분명했다.
20. 나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구름 아래를 걸어다녔다. 전과는 달라 보이는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며, 나를 지켜보는 집들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 곁을 지나쳤다.
22. 나보다 높은 학년이었고 나이도 몇 살 더 많았지만 그 애는 다른 아이들에게 그랬듯이 곧 내 눈에도 띄었다. 이 범상치 않은 학생은 실제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였고 소년다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었다.
24. 아주 오래전 이야기들은 항상 진실을 담고 있지만 반드시 옳게 기록되어 전해지는 건 아니거든.
25. 그 일을 겪을 당시에는 이렇게 명확한 형태의 사고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당시 내 감정 속에 들끓고 있었다.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뿌듯함도 안겨주는 묘한 충동의 감정이었다.
28. 누군가가 두렵다면 그것은 네가 그 누군가에게 너 자신을 지배할 권력을 허락했기 때문이지.
32. 데미안이 부모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내게 요구할까 봐 두려웠다. 설득과 훈계, 조롱과 냉소로 나를 더 독립적으로 만들려 할 것 같았다. 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일이라는 것을!
37. 하지만 누군가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는 가끔 짐작할 수 있지. 그럴 때는 다음 순간 무슨 행동을 할지도 대부분 예측할 수 있어. 아주 단순한 기술인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뿡이야. 물론 연습이 필요한 일이지.
37.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만일 그 나방의 암컷 수가 수컷만큼 많았다면 수컷은 후각이 예리하지 못했을 거란 말이야! 수컷의 후각이 발달한 것은 단지 그런일에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지. 동물이나 사람도 어떤 특정 목적을 향해 주의력과 의지력을 온통 쏟으면 그 목적을 이루게 돼. 그게 전부야.
40. 하느님은 선하고 고귀한 조재이고, 아버지 같은 존재이며, 아름답고 높은 존재, 다정한 존재이지. 다 맞아! 하지만 세계는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사람들은 다른 것이라면 모두 악마의 차지로 여기지. 그래서 다른 편 세상, 그 온전한 반쪽을 가로채 은폐하고 있는 거야.
40. 나는 여호와 하느님을 숭배하는 것에 반대하진 않아, 전혀! 하지만 우리는 '전체'를 숭배하고 섬겨야 한다고 생각해. 그저 인위적으로 나뉘어 틀에 박혀버린 반쪽짜리 세계 말고 완전한 세계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하느님뿐 아니라 악마도 섬겨야 한단 말이지.
40. 삶과 일치하는 생각만이 가치 있는 거야. 너는 너의 '허락된 세계'가 반쪽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성직자들과 선생님들처럼 다른 반쪽을 억누르려 해왔어.
41. 사실 이것은 단순히 편안함의 문제거든! 편안함에 빠져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이 귀찮은 사람은 법을 있는 그대로 따르지. 그게 쉬우니까. 반면에 다른 이들은 자기 내면의 법칙을 스스로 감지해. 그 법칙은 신사로서 날마다 해야 하는 일을 금지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일을 허용하기도 하지. 각자가 스스로 일어서야 하는 것야.
41. 데미안은 '오로지 대화를 하기 위해' 말하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43. 겉으로 보이는 고독은 언제나 세상을 향해 던지는 가장 남자다운 조롱 같았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강렬하게 엄습해오는 우울과 절망에 자주 시달렸다.
52. 어쨌든 네가 무엇 때문에 술을 마시는지는 우리 둘 다 몰라. 네 안에서 네 삶을 형성하는 것만 이미 알고 있지. 그런 존재가 우리 안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거야. 우리 안에 모든 것을 알고 의도하며,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존재가 있다는 걸 말이야
54. "새는 신이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55. 우리는 이 이름을 신성한 것과 사악한 것의 결합을 상징적 과제로 삼은 어떤 신의 이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57. 학우들도 내가 우무도 겁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 은근히 조심스럽게 대했다.
57. 누군가가 자신에게 몹시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냈다면, 그 무언가는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열망과 욕구가 그를 거기로 이끈 것이다.
59. 생각해보니 제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도덕적이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은 전부 도덕적이거든요. 저는 도덕적이지 않은 것을 찾고 있었지요. 도덕적인 것은 언제나 괴로움만 안겨주거든요.
61. 타오르는 불을 오랫동안 바라본 덕분에 이후로 계속해서 어떤 새로운 힘과 기쁨, 나 자신에 대한 고양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기할 정도로 기운을 북돋아 주는 유익한 체험이었다.
83.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내게 이끌리고 있어요. 그 사랑이 나를 끌어당기면 나는 그리로 갈 거예요. 나는 나 자신을 선물로 주고 싶지 않아요. 이끌리기를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