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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집)
김승옥 지음
민음사
 펴냄
9,000 원
8,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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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추천!
외로울 때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무진
#새벽
#서울
#안개
405쪽 | 2007-08-03
분량 두꺼운책 | 난이도 보통인책
상세 정보
김승옥 소설집 <무진기행>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149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을 일으키며, 짧은 기간 단숨에 김승옥을 한국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만든 주요 소설들을 한자리에 모았다.<BR> <BR> 한국 문학사 최고의 단편소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무진기행'을 비롯해, 1962년 등단작인 '생명연습', 동인문학상 수상작 '서울 1964년 겨울',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울의 달빛 0장', 건', '역사', '차나 한 잔', '다산성',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등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BR> <BR> 감각적이고 섬세한 시선과 탁월한 언어적 기교를 통해 만들어진 김승옥 소설의 참신함은 '전후문학의 기적', '감수성의 혁명', '단편소설의 전범' 등으로 일컬어지며 비평가들의 화려한 찬사를 받았고, 동시대는 물론 시대를 뛰어넘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BR> <BR> 작가 김승옥은 이전 세대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함을 소설 속에 담았다. 그의 소설에는 기존의 도덕적 상상력과 윤리적 세계관의 굴레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있었다.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성과 감각을 치밀하게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한국 문학의 경향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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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생명연습

역사
차나 한 잔
다산성
염소는 힘이 세다
야행
서울의 달빛 0장

서울의 우울 - 김승옥론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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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김승옥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1945년 귀국하여 전라남도 순천에서 성장하였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62년 단편 「생명연습」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현, 최하림 등과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이 동인지에 「건」, 「환상수첩」 등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1963)를 비롯하여 이후 「역사(力士)」(1964), 「무진기행」(1964), 「서울, 1964년 겨울」(1967) 등의 단편을 1960년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는「서울의 달빛 0장」(1977), 「우리들의 낮은 울타리」(1979) 등을 발표하면서 절필하기 전까지 2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김승옥의 작품에 대해 “감수성의 혁명이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 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고 평했다. 그는 「서울, 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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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글 16
노세형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3주 전
'창신동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들이외다' '미안하다. 아톰 X군, 어떻게 군의 힘으로 적진을 뚫고 나오기 부탁한다. 이제 난... 힘이 없단 말야. 나와 헤어지더라도... 여보게, 우주의 광대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영원한 소년으로 살아 있게'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그 여자를 위해서 어디론가 마냥 달리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달리고 있는 몸에 썩은 감정들이 달라붙을 자리는 없을 것이다' 무진기행 4.5 서울 1964년 겨울 4.0 생명연습 5.0 건 3.5 역사 4.0 차나 한 잔 5.0 다산성 3.5 염소는 힘이 세다 5.0 야행 4.0 서울의 달빛 0장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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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7달 전
1980년 작가의 말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무진기행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11p)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어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이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11p) 나는 물이 가득한 강물이 흐르고 잔디로 덮인 방죽이 시오리 밖의 바닷가까지 뻗어 나가 있고 작은 숲이 있고 다리가 많고 골목이 많고 흙담이 많고 높은 포플러가 에워싼 운동장을 가진 학교들이 있고 바닷가에서 주워 온 까만 자갈이 깔린 뜰을 가진 사무소들이 있고 대로 만든 와상이 밤거리에 나앉아 있는 시골을 생각했고 그것은 무진이었다. 문득 한적이 그리울때도 나는 무진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럴 때의 무진은 내가 관념 속에서 그리고 있는 어느 아늑한 장소일 뿐인지 거기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13p) 그 무렵에 쓴 나의 일기장들은, 그 후에 태워 버려서 지금은 없지만, 모두가 스스로를 모멸하고 옥욕을 웃으며 견디는 내용들이었다. “어머니, 혹시 제가 지금 미친다면 대강 다음과 같은 원인들 때문일 테니 그 점에 유의하셔서 저를 치료해 보십시오.....”(15P) 그렇지만 신문은, 도회인이 누구나 그렇듯이 이제 내 생활의 일부로서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맡아보고 있었던 것이다.(16p) 학교에 다닌다는 것,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 사무소에 출근했다가 퇴근한다는 이 모든 것이 실없는 장난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려서 낑낑댄다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17p) “정말 앞으론 가지 않을 작정이에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에요,”“그럼 왜 여태까진 거기에 놀러 다녔습니까?” “심심해서요.”(26p) 그러나 그의 얼굴은 그 바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바쁘다. 자랑스러워할 틈도 없이 바쁘다. 그것이 서울에서의 나였다. 그만큼 여기는 생활한다는 것에 서투를 수 있다고나 할까? 바쁘다는 것도 서투르게 바빴다. 그리고 그때 나는,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 서투르다는 것은, 그것이 무슨 일이든지 설령 도둑질이라고 할지라도 서투르다는 것은 보기에 딱하고 보는 사람을 신경질 나게 한다고 생각하였다.(33p)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다. 곡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41p) 서울 1964년 겨울 무의미한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난 아직 그걸 모릅니다.(51p) “김 형과 나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같은 지점에 온 것 같습니다. 만일 이 지점이 잘못된 지점이라고 해도 우리 탓은 아닐 거예요.”(52P) "기분 나쁜 얘길 해서 미안합니다. 다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56P) 생명연습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기 세계’를 가졌다고 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 성곽에서도 특히 지하실을 차지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그 지하실에는 곰팡이와 거미줄이 쉴새 없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것이 내게는 모두 그들이 가진 귀한 재산처럼 생각된다.(77P) 역사(力士) ‘창신동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들이외다.’ 나는 그 낙서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전에 이 방에 하숙을 들어 있던 사람이, 밖에 비라도 오는 어느 날, 할 일 없이 누웠다가 누운 그 자세대로 손만을 들어서 적어 놓은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는 있었다. 왜냐하면, 그 방이(그 방의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까지 포함해서) 그 방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절망감이라든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는 이 넓은 세계 속에서 더럽기 짝이 없는 이 방만을 겨우 차지할 수밖에 없느냐는 자기혐오에서 그 방 속에 든 사람은 누구나 그런 낙서를 하지 않고서는 배겨 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그 어떤 사람이 그 낙서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내가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30년대식의 표현을 사랑했다. 그리고 대가의 문장처럼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상에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방들 중에서 내가 나의 방을 구별해 낼 수 가 있다면 그 낙서로써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126P) 내 생활 태도에는 일부러 타락한 자의 그것을 닮으려는 점이 엿보인다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며,(129P) 사실 나 자신도 나의 무궤도하고 부랑아 같은 생활 태도를 비록 내 천성의 게으름과 가난한 자들의 특징인 금전의 낭비벽, 그리고 이제는 돌아갈 고향도 없이 죽는 날까지 이 서울에서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감에다가 핑계를 대고 변명해 보려 했지만 아직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써도 내 생활태도 개선의 가능은 충분하다는 점에 생각이 미치면 나도 나 자신의 기만을 인정치 않을 수 없곤 했던 참이라(130P) '창신동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개새끼들이외다.‘라는 30년대식 표현의 낙서가 적혀 있던 그 방, 그리고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은 이 피아노가 둥둥거리는 집에서 생각하면 너무나 먼 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곳은 버스 하나를 타면 곧장 갈 수 있다는 평범한 가능성마저를 송두리째 말살시켜 버리는 간격의 저쪽에 있었다. 일주일이란 보수를 치르고도 여전히 이 하얀 방에 대하여 서먹서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측량할 길 없는 간격을 내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갑자기 건너뛰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137P) 흙탕물 속의 기포처럼 그 어수선한 마을에서 술집들만은 맑고 조용했다.(139P) 처음에 나는 이 집에 대하여 존경심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이내 그것이 처음 보는 경치에 보내는 감탄과 같은 성질의 것 밖에는 되지 않음을 알았다. 이해와 감정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발견한 것도 그때였다. 이 가족의 계획성 있는 움직임, 약간의 균열쯤은 금방 땜질해 버릴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는 전진적 태도, 무엇인가 창조해 내고 있다는 듯한 자부심이 만들어 준 그늘 없는 표정-문화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희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사람 들은 매일 매일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다라서 어느 지점과의 거리를 단축시키고 있는 셈이었다. 이것이 나의 그들에 대한 이해였다. 그러나 그 어느 지점이 무한하게 먼 곳에 있을 때도 우리는 그들이 거리를 단축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사람 들의 태도야말로 자신들은 걷고 있다고 믿으면서 사실은 매일 매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빈민가에 살던 사람들의 그 끝없는 공전 같아 뵈던 생활이 이곳보다는 오히려 더 알찬 것이 아니었을까. 이것이 나의 감정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어느 쪽인가 한 편이 틀려 있다는 생각이 나를 몹시 짓누르기 시작했다. 본질적으로는 두족이 같이 않느냐는 의문이 나의 내부 한쪽에서 솟아 나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나를 끌고 가는 ‘어느 쪽인가 한편이 틀려 있다’라는 집념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발전하여, 미리 그러기로 되어 있었다는 듯이, 나는 이 양옥의 식구들 생활을 빈껍데기에 비유하고 있었다. 빈껍데기의 생활, 아니라면 적어도 방향이 틀린 생활, 습관적인 생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나를 끌고 갔다.(147P) “그날 밤 피아노가 그토록 시끄럽게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피아노 앞에서 떼어 내기 위해서 방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 할아버지뿐이었습니다. 몇 개의 기침 소리를 들은 듯하기도 했습니다만.” 피아노 앞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자기는 왜 그렇게 고독함을 느꼈고 그의 방으로 데려다 주기 위하여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할어버지의 팔이 왜 그렇게도 억세게 느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나서 그 젊은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느 쪽이 틀려 있었을까요?” “글쎄요.” 라고 대답하며 생각했다. 나로서는 얼른 믿어지지 않는 얘기이다. 첫째, 그런 생활이 있을 것 같지 않고, 있다고 해도 어느 쪽이 반드시 틀렸다고 말 할 수도 없고, 오히려 두 쪽 다 잔혹할 뿐이라는 점에서 똑같고, 어느 족이 틀렸다고 해도 그것은 그 젊은이가 이질적인 사실을 한눈에 동시에 보아 버리려는 데서 생긴 무리이겠지라고. “내가 틀려 있었을까요?” 라고 그 젊은이는 다시 내게 물었다. “글쎄요.” 라고 대답하며 다시 나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아무도 틀려 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자신 있는 생각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모르겠다.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그 젊은이가 보았다는 두 가지 생활이, 사실 바로 곁에서 함께 있다고 하면 나도 좀 멍청해져 버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느낌뿐이었다. (151P) 차나 한잔 그야말로 ‘어쩌다가’의 연속이었다. 그는 자기가, 지난날 우연 속에 자신을 맡겨 버린 것이 갑자기 역겨워졌다. “거지 같은 자식이었다.” 하고 그는 자신을 욕했다.(155P) "화장지 좀 넣고 가세요.“ 그가 방을 나설 때 아내는 둘둘 말린 휴지 뭉치에서 얼마간 찢어 내어 차곡차곡 접어서 그의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세심한 주의력을 가진ㄴ 아내에게 감사와 귀여움이 섞인 느낌이 울컥 솟아나서 그는 손을 들어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 아내의 볼 위에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엇다. 아침 식사 때, 밥상 위에 기어 올라오는 이름 모를 작은 벌레를 그는 무심코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버렸는데 그것이 아내를 울게 만든 이유였다. 아내가 더듬거리며 말하는 내용을 종합하면, 그가 요즘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뚜렷이 이상해진 증거를 댈 순 없지만 느낌으로써랄까, 말하자면 조금 전 벌레를 잔인하게 눌러버릴 때의 그는 확실히 좀 변해 버린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그 전 같았으면 “에잇, 더러운 게 있군.”하고 중얼거리면서 종이를 달라고 하여 거기에 벌레를 싸서 밖으로 던졌을 거라는 것이었다. 묵과하려고는 했지만, 요즘 좀 당황해하고 있는 당신을 보니까 자기마저 이상슬 불안하고 허둥거려진다고 하고 나서 “울어서 미안해요.” 하며 방긋 웃으면서 눈물을 닦았던 것이다.(162P) 그는 대답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간사해져 버렸을까.(177P) 그는 그네들의 말투를 알고 있었다. 저 도회의 어법을, 그리고 그는 항상 그 어법에 잘 속았었따. 방큼 카메라맨이 말한 “다음에 좀 봅시다.”는, 그 뜻을 따라서 정확히 표기하자면 “그럼 다음에 또 만납시다. 안녕히 가십시오.”이다. 그런데 그들은 ‘좀’이라는 부사를 집어넣어서 듣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어 버린다. “다음에 좀 만납시다.” 어쩌면 당신에게 일자리를 얻어 줄 수도 있을지 모리니까요인가? 생각해 보라. 그렇게 밖에 들리지 않지 않은가? 그는 아침나절에, 그가 관계하던 신문사에서 문화부장에게 속았던 일이 생각났다. 그가 해고당한 것을 알리기 전에 문화부장은 먼저 “오늘치 만화 좀....”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해고당할 것을 예측하고 있던 그를 당황하게 했던 것이다. “오늘치 만화.....”라고 했으면 그는 자기가 해고당하지 않았음을 알았으리라. 또는 “오늘부터는 그리실 필요는 없게 됐습니다.”라고 하면 유감스럽긴 하지만 그것도 뜻은 분명하다. 그런데 “오늘치 좀.....” 했던 것이다. 오늘치의 만화를 보아서 재미가 있으면 계속하겠고 그렇지 않으면 해고다라고밖에 들리 않던 그 말투. 그는 갑자기 꽥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187P) “자, ‘아톰X군’, 차나 한잔 하실까 군과도 이별이다.(1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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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1년 전
233p. 나는 숙이의 성냥갑 모으는 취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가난뱅이들의 종교였다. *성냥갑에 있는 서양 그림을 보며 세계일주를 다니는 것 같다며 좋아하던 숙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절대 가보지 못할 곳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때문에 숙이의 취미를 종교라고 표현한 건 아닐까? *무진기행을 읽으며 김승옥 작가님의 독특한 문장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문장임을 다시금 느꼈다. 복잡하고 긴 문장, 헐벗은듯 솔직하고 사실적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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