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세르 신화

일리야 N. 마다손 (지은이), 양민종 (옮긴이) 지음 | 솔출판사 펴냄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 :샤먼을 통해 만난 신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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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10

페이지

480쪽

상세 정보

다년간 몽골, 시베리아 지역을 답사하며 각종 신화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민속을 연구해온 양민종 교수가 게세르 판본 중 문학적 가치가 높고 채록자의 창작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구비문학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을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 해제, 관련 논문을 엮었다.

〈게세르〉는 영웅서사시의 제목이자 서사시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게세르 이야기의 분포지역은 알타이에서부터 티베트와 몽골초원을 거쳐 만주와 한반도까지 이른다. 넓은 지역에 걸쳐 같은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구비문학 작품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해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 얼개의 유사점으로 볼 때,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칼묵의 〈장가르〉,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부리야트의 〈게세르 신화〉 그리고 심지어 한반도의 〈단군신화〉를 포괄하는 대규모 이야기 군을 게세르 이야기라고 한다. 이 중에서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일연선사의 《삼국유사》에 남아 있는 단군신화이다.

기존의 통설과 달리 게세르 이야기들 가운데 공식 확인되는 최초의 채록본은 단군신화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북방의 신화를 본 따 단군신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의 얼개가 게세르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게세르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인 시각은 아니다.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게세르 신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다가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사상이며 민속이나 원시적 종교로만 인식되어온 샤머니즘을 고대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게 한다.

옮긴이가 직접 답사하며 찍은 사진과 답사 동료들로부터 제공받은 사진, 부리야트 국립도서관에 전시된 게세르 관련 사진들을 실어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야기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내용과 관련된 삽화를 통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제신 구조 및 게세르 신화에 대한 간단한 해제를 실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게세르 신화의 판본 비교연구에 관한 논문을 실어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된다. 또한 부리야트어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이야기에 담겨 있는 고대문화 분석까지, 상세한 주석 역시 구비문학자 와 종교학자, 동양사학자 및 학생들에게 연구의 동반자가 된다.

북방 지역은 흔히 한민족의 근원지로 주장되면서도 여전히 환상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을 살펴볼 때 유라시아 대륙, 바이칼 호수는 연구의 중심에 설 여러 가지 역사 문화적 근거들을 지닌다. 오늘날 동북공정이나 북방공정의 핵심으로 진행되는 신화의 역사화와 일방향적인 전파설에 반대하며 읽는 즐거움을 주는 문학이자, 고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민속자료로서의 신화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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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세르 신화

일리야 N. 마다손 (지은이), 양민종 (옮긴이) 지음
솔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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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몽골, 시베리아 지역을 답사하며 각종 신화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민속을 연구해온 양민종 교수가 게세르 판본 중 문학적 가치가 높고 채록자의 창작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구비문학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을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 해제, 관련 논문을 엮었다.

〈게세르〉는 영웅서사시의 제목이자 서사시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게세르 이야기의 분포지역은 알타이에서부터 티베트와 몽골초원을 거쳐 만주와 한반도까지 이른다. 넓은 지역에 걸쳐 같은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구비문학 작품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해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 얼개의 유사점으로 볼 때,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칼묵의 〈장가르〉,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부리야트의 〈게세르 신화〉 그리고 심지어 한반도의 〈단군신화〉를 포괄하는 대규모 이야기 군을 게세르 이야기라고 한다. 이 중에서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일연선사의 《삼국유사》에 남아 있는 단군신화이다.

기존의 통설과 달리 게세르 이야기들 가운데 공식 확인되는 최초의 채록본은 단군신화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북방의 신화를 본 따 단군신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의 얼개가 게세르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게세르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인 시각은 아니다.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게세르 신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다가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사상이며 민속이나 원시적 종교로만 인식되어온 샤머니즘을 고대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게 한다.

옮긴이가 직접 답사하며 찍은 사진과 답사 동료들로부터 제공받은 사진, 부리야트 국립도서관에 전시된 게세르 관련 사진들을 실어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야기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내용과 관련된 삽화를 통해 읽는 재미를 더했다.

제신 구조 및 게세르 신화에 대한 간단한 해제를 실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게세르 신화의 판본 비교연구에 관한 논문을 실어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된다. 또한 부리야트어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이야기에 담겨 있는 고대문화 분석까지, 상세한 주석 역시 구비문학자 와 종교학자, 동양사학자 및 학생들에게 연구의 동반자가 된다.

북방 지역은 흔히 한민족의 근원지로 주장되면서도 여전히 환상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을 살펴볼 때 유라시아 대륙, 바이칼 호수는 연구의 중심에 설 여러 가지 역사 문화적 근거들을 지닌다. 오늘날 동북공정이나 북방공정의 핵심으로 진행되는 신화의 역사화와 일방향적인 전파설에 반대하며 읽는 즐거움을 주는 문학이자, 고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민속자료로서의 신화를 선사한다.

출판사 책 소개

아시아의 《일리아드》
북방 민족 최대最大의 영웅서사시!
지상과 우주의 조화와 평화를 복원하기 위해
하늘의 영화를 버리고 인간의 땅을 택한 한 영웅의 신화를 만난다.

게세르 동상. 러시아 부리야트 공화국

육당 최남선은 “조선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단서로 단군신화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단군신화의 해명을 위해 동아시아 고대 신화와 서사시 비교연구가 관건임을 지적하였고 부리야트의〈게세르Geser〉에 주목하였다. 〈게세르〉는 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는 영웅서사시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서사시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게세르 이야기의 분포지역은 알타이에서부터 티베트와 몽골초원을 거쳐 만주와 한반도까지 이른다. 이렇게 넓은 지역에 걸쳐 같은 이야기 얼개를 가지고 있는 게세르 이야기는 단순한 구비문학 작품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관을 해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난 신들의 세계》는 다년간 몽골, 시베리아 지역을 답사하며 각종 신화와 이야기를 수집하고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민속을 연구해온 양민종 교수가 여러 게세르 판본들 중 문학적 가치가 가장 높고 채록자의 창작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 구비문학의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을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 해제, 관련 논문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동북공정이나 북방공정의 핵심으로 진행되는 신화의 역사화와 근거 없는 일방향적인 전파설에 반대하며 읽는 즐거움을 주는 문학으로서, 고대의 문화를 보여주는 민속자료로서의 신화를 선사한다.

풍부한 구성, 읽는 즐거움과 백과사전적 연구 자료를 동시에!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나는 신들의 세계》는 저자가 직접 답사하며 찍은 사진과 답사 동료들로부터 제공받은 사진 그리고 부리야트 국립도서관에 전시된 게세르 관련 사진들을 실어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야기의 배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내용과 관련된 삽화를 통해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리고 복잡한 제신 구조 및 게세르 신화에 대한 간단한 해제를 실어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한편, 게세르 신화의 판본 비교연구에 관한 논문을 실어 연구자들에게 참고가 되도록 하였다. 또한 부리야트어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이야기에 담겨 있는 고대문화 분석까지, 통찰력을 과시하는 상세한 주석 역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큰 미덕으로 구비문학자 와 종교학자, 동양사학자 및 학생들에게 친절한 연구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1. 오늘 우리는 왜 게세르 신화를 읽는가?
흥미진진한 내용 전개와 색다른 판타지,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게세르 신화의 이야기 얼개는 문학으로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구의 신화나 중국 신화와 다른 면모를 보이는 독특한 판타지는 우리의 빈곤한 상상력을 풍요롭게 해주며 게세르 신화의 매력을 잘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가 게세르 신화에 주목하는 까닭은 이야기 읽기의 즐거움이나 새로운 판타지 문법을 접하는 흥미의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게세르가 한반도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바로 우리들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게세르 신화는 일연선사가 기록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단군신화와 닮은꼴이고, 한반도에서 면면히 생명력을 이어온 샤머니즘 전통과도 맥이 닿아 있다. ― 26~27쪽

신기하면서도 친숙한 그곳, 북방의 신화
한민족, 알타이어계 역사와 문화를 재해석할 수 있는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북방 지역은 흔히 한민족의 근원지로 주장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환상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일찍이 육당 최남선 선생 등 선학들이 바이칼 호수 일대를 우리 민족문화의 발상지로서 주목한 바 있다. 물론 현재까지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정설은 없지만 오늘날 한반도에 정착한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유라시아 대륙의 유목민족과 같은 혈통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기원과 형성을 살펴볼 때 유라시아 대륙, 바이칼 호수는 연구의 중심에 설 여러 가지 역사 문화적 근거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세르 신화는 부리야트만의 서사시가 아닌 단군신화를 포함한 동아시아 서사시의 원형으로 봐야 한다.
이야기 얼개의 유사점으로 볼 때, 알타이의 〈마아다이 카라〉, 칼묵의 〈장가르〉, 티베트의 〈게세르〉, 몽골의 〈게세르〉, 부리야트의 〈게세르 신화〉 그리고 심지어 한반도의 〈단군신화〉를 포괄하는 대규모 이야기 군을 게세르 이야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 기록으로 남은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일연선사의 《삼국유사》에 남아 있는 단군신화이다. 기존의 통설과 달리 게세르 이야기들 가운데 공식 확인되는 최초의 채록본은 단군신화인 것이다. 이러한 추론 과정을 거치면, 우리가 북방의 신화를 본 따 단군신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의 얼개가 게세르의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퍼져 있는 모습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제 우리는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나는 신들의 세계》를 통해 1920년대 육당의 진술이 사실이었음을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부리야트인의 게세르 신화는 단군신화와 다를 바 없는 우리의 신화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세르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적인 시각은 아니다.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견되는 게세르 신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로 다가가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인간을 사랑한 하늘신, 보편적 인간주의―홍익인간, 재세이화
민족주의의 오명을 넘어 동아시아의 보편가치를 찾는다

나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지상세계에서 영원히 살 생각입니다. 평화와 행복이 복원된 조화로운 이 땅을 지키며 여러분과 운명을 같이하겠습니다. 온 세상에 우리의 자손들을 번성시키며 이 지상세계를 더 살기 좋은 복된 땅으로 만들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지상에서의 삶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 415쪽

하늘신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명망이 높았던 벨리그테(게세르의 어릴 적 이름)는 하늘세계 전쟁에서 패배한 악신들이 지상에서 환생하여 자연재해와 빈곤으로 인간 세계를 도탄에 빠뜨리자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지상에 내려온다. 사람의 몸을 통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게세르는 우리가 겪는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인간 세계에 내려온 근본목적을 달성해나간다. 배반도 당하고 자신보다 강한 적 앞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패배하고, 속아서 고통을 겪기도 하는 등 그가 인간 세상의 악을 평정하고 하늘과 인간의 조화와 평화를 복원하는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는 힘은 아주 고전적 가치이자 고전적이기에 지금까지도 유효한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고통 받는 인간이 안쓰러워 고민에 잠기고 감당해내기 힘든 무리한 싸움에도 나선다.
역자 양민종은 이러한 게세르 신화, 즉 단군신화를 한 민족의 신화로 치부한다면 그 신화는 그저 건국신화, 족조族祖신화로 의의를 한정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전체에서 고루 발견되는 이 게세르 이야기들의, 곧 우리 단군신화의 지향점은 단순히 한 민족의 건국신화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보편가치, 즉 보편적 인간주의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의 개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고전이란 시간을 넘어 어디서든 변하지 않는 보편가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비극이, 영웅서사시가 고전으로 자리 잡듯, 이제 동양의 새로운 고전이 자리 잡는다.

2. 샤머니즘, 미신에서 문화철학으로
동북아시아 시베리아 일대의 샤머니즘 세계의 신들은 대부분 이공 계통의 직업을 갖고 있다. 샤먼 세계의 신전들이 만들어지는 당시의 시점에서 보면 가장 첨단의 과학적인 장비를 생산하는 계층이면서 가장 과학적인 합리성으로 무장된 계층이 장인 역할을 하는 하늘신, 텡그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장인 역할을 하는 텡그리들의 주업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과학의 진보에 따라 신들의 직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 이를 보면 동아시아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은 정체

된 미신적인 요소보다는 과학적 합리성, 변화를 모색하는 유연성을 갖춘 일종의 과학철학이기도 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고대문화를 샤머니즘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동북아시아의 샤머니즘은 고대인의 야만적인 종교적 형태로서 해석하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과학적 사고를 투영한 일종의 신화 세계의 문화철학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 435쪽

오해를 던져버리고 바로 본 우리의 고대 문화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사상이며 민속인 샤머니즘은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혹세무민의 의식을 일삼는 원시적 종교로만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샤머니즘은 고대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하나의 문화이다. 오늘날에는 샤머니즘이 그것의 일부분인 희생제의로만 인식되고 폄하되어 여러 문화 텍스트에서 희화화되고 기괴한 눈요깃거리로 등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자 양민종은 우리의 민속연구를 위해 이 둘을 분리하여 고찰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샤머니즘 세계관의 정수를 확인하는 텍스트의 중심에 게세르 신화가 있는 것이다.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은 여러 판본들 중에서 신화 공간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고 샤머니즘이 가장 많이 투영되어 있다.
우리는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나는 신들의 세계》를 통해 고대문화의 일부로서 샤머니즘을 엿볼 수 있고, 더 나아가 역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샤머니즘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릴 수 있다.

샤먼은 신과 인간의 화해를 통해 조화로운 일상을 추구하는 중개자.
샤머니즘은 야만적인 미신이 아니라 고대인의 관념이 담긴 철학이자 종교인 것이다.
샤머니즘은 과거의 역사이고 현재의 문화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샤먼 의식을 잘 간직하고 있는 샤머니즘의 고향인 바이칼 호수의 알혼 섬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철마다 말과 양 등 희생물을 올려놓고 성대한 제사를 올린다. 그러나 오늘날의 부리야트 샤먼들은 잔혹한 희생제의나 의뢰인을 속이는 혹세무민의 의식을 펼치기보다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세계관을 펼치며, 전통 의료행위와 심리 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샤먼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인텔리 계층으로 진입하고, 적극적으로 저술 활동을 펼치고 대중교육에 나서기도 한다.
?
현대에 있어서 샤머니즘의 의미는 혹세무민하는 질병 치료와 미래를 점치고 기복 신앙하는 미신적인 형태가 아니다. 최신의 과학지식으로 합리적으로 무장하고 인문지식으로 세상을 꿰뚫어보며 인간의 삶의 원칙을 화해와 조화, 평화와 행복에서 찾는 우리들 모두가 현대의 샤먼이며, 그와 같은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샤머니즘 세계관의 원칙을 가장 일관되게 이어와서 현재에 구현하는 민족이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샤머니즘 혹은 천신주의를 이어온 적손일 수 있다. ―425쪽

3. 연구서보다 재미있는 그러나 연구서를 방불케 하는
샤머니즘과 바이칼 지역 민속 연구 자료의 보고寶庫


아바이 게세르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아바이’라는 말은 몽골계 부리야트인의 구비신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호칭이다. 함경도 방언의 ‘아바이’처럼 ‘선조’, ‘아저씨’ 혹은 ‘아버지’라는 의미를 가진 경칭이기도 하다. 바이칼 호수에서 알타이 산맥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는 알타이어계 민족들 사이에서 ‘아바이’는 오늘날에도 남성 연장자의 이름 앞에 붙이는 일반적인 존칭으로 사용된다. ― 416쪽

뉴르가이는 부리야트어로 ‘코흘리개’라는 뜻이다. 부리야트인 전통사회에서는 자식이 어렸을 때 코흘리개, 개똥이 등과 같이 지저분하거나 듣기 싫은 이름으로 부르다가 자식이 열세 살 이상으로 성장하면 이름을 새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지상을 떠도는 나쁜 영들이 어린아이를 해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지혜와 배려였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반도에서도 발견되는데…….
―432쪽

《바이칼의 게세르 신화―샤먼을 통해 만나는 신들의 세계》는 흥미롭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서구의 신화와 달리, 우리와 유사한 정서와 세계관을 담고 있어 친근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문학자인 양민종의 수려한 번역으로 따분한 고대 신화가 아닌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태어났다.
오늘날 누가 뉴스에 이름 한 자락 나오지 않는 지역의 서사시에 관심을 갖겠는가? 그동안 아시아의 신화나 문화 연구는 거의 불모지라고 말할 만큼 소수 연구자들의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나마 접할 수 있었던 것도 2차 문헌이나 외국학자들의 글이었다. 양민종은 구비문학의 특성을 지키며 원전 그대로의 내용을 전하는 성실한 번역으로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동양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 책이 빛을 발하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역자 양민종은 이야기의 내용을 성실히 전하고자 하는 꼼꼼한 번역 외에도, 오늘날 〈게세르 신화〉의 의의와 판본 연구 논문, 신화를 통해 들여다보는 동아시아 고대문화에 대한 해박한 분석이 포함된 주석, 사진 자료 등 풍부한 구성으로 다년간 연구한 바이칼 지역에 대한 애정을 지식으로 쏟아놓는다.
주석을 미주로 처리해 일반 독자들은 방해받지 않고 이야기 자체를 즐길 수 있지만 부리야트어 분석에서 시작하여 부리야트 문화에 대한 상세한 소개, 서구 문화와의 비교분석까지 포함된 풍부한 주석은 구비문학자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사와 문화 연구자, 샤머니즘 연구자와 종교학자 및 학생들에게 풍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 역시 우리와 부리야트 문화를 비교하며 유사점을 찾아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4. 왜 바이칼의 게세르인가?
게세르 신화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티베트나 몽골 판본이 아닌 부리야트 판본을 선택한 이유는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들에 샤머니즘의 세계와 신화의 세계가 가장 잘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와 몽골의 게세르가 역사적인 맥락을 갖고 있어 신화 세계로 설명하기 곤란하며, 특히 몽골 게세르의 대표적인 판본인 〈1716년 베이징 판본〉의 경우 구비문학 작품의 채록본이 아니라 당시의 창작문학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번역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구비문학 작품은 낭송자와 채록자가 분명하고 구전의 자질을 갖고 있을 때에 가치를 가진다. 구비문학 작품을 통해 역사적인 맥락을 읽어내기 위해서도 이야기의 구전이 확인되고 채록의 현장성이 입증되는 부리야트 지역의 게세르 신화들이 적당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 35~36쪽

게세르 신화는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채록된 판본들만 해도 100여 개가 넘으며 티베트와 몽골 인근에서 발견되는 것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그중에서 티베트 지역의 〈링 게세르 판본〉과 〈1716년 베이징 판본〉 그리고 바이칼 호수 주변 몽골계 부리야트인의 〈게세르 신화〉를 주요 판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출판순서로 보면 몽골어로 된 〈1716년 베이징 판본〉이 가장 앞서고, 1830년대에 출간된〈링 게세르 판본〉이 1630년대 소실된 티베트 판본의 몽골어 번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번역 대본인 〈페트로프-마다손 판본〉은 전설적인 부리야트인 낭송자 페트로프P. Petrov(1866~1943)의 낭송을 1940~1941년에 걸쳐 마다손I. N. Madason이 채록하여 1941~1943년 사이에 출간한 것이다.

뚜렷한 신화 공간, 왜곡되지 않은 순수한 구비문학
세속적 서사시화의 진행이 더디게 이루어진 원본에 가까운 판본

게세르 신화 각 판본은 샤머니즘의 경전으로 이해될 정도로 무속 세계관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샤머니즘의 색채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불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거나 아예 세속 영웅서사시로 바뀐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부리야트 판본의 내용은 샤머니즘 세계관이 투영된 신화 공간으로 추정되며 신화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내용상으로는 〈1716년 베이징 판본〉이나 1630년대에 채록된 것으로 알려진 티베트 판본들보다 더 오래된 고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비문학과 신화 연구에서는 판본의 선정과 이본들에 대한 검토가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게세르 연구에서는 판본 비교연구와 몽골, 티베트, 부리야트 게세르 판본들에 대한 의미부여와 비교가 작품의 이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716년 베이징 판본〉이 예로부터 전해오는 신화적인 성격의 게세르 이야기가 아닌 예술가의 문학적 장식이 복합된 창작품이라는 언급은 〈1716년 베이징 판본〉 게세르 이야기의 서문에도 직접 기술되어 있는데, 이 사실은 〈1716년 베이징 판본〉의 구비문학적인 가치를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구전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서 문학적으로 형

상화하였다’는 것은 〈1716년 베이징 판본〉을 구비문학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타당성을 상실하게 하는 요소를 넘어서 신화 왜곡의 가능성을 제기하게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베이징 판본의 창작문학적인 속성은 게세르 신화의 왜곡되지 않은 구비문학 판본을 살펴볼 지역으로 부리야트에 주목하는 이유와 필요를 우회적으로 보여주며, 육당이 1920년대에 몽골이 아닌 부리야트의 판본에 주목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정신문화와 샤머니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그리고 육당 선생님이 지적한 동아시아 문화공유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서사시 형태가 아닌 부리야트 게세르의 소개가 필요하다.
샤머니즘 세계의 우주관, 세계관이 고스란히 소개되어 한반도 거주자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전통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바로 부리야트 게세르 신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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