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나이 열아홉에 세상에 나와서 그의 이름을 남미 전역에 알렸던, 그리고 그간 국내에는 단 4편만이 소개되어 아쉬움을 남겼던 시집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가 완역되었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전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네루다의 시를 정현종 시인이 우리말로 옮겼다.
너에 대한 기억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밤으로부터 나타난다.
강은 그 그치지 않는 슬픔을 바다와 섞는다.
새벽의 부두처럼 버려졌다.
이별의 시간이다, 오, 버려진 자!
차가운 꽃부리들이 내 머리 위에 비 오듯 쏟아진다.
오, 파편 구덩이, 난파한 것의 사나운 동굴.
네 속에 전쟁과 싸움은 축적되었다.
너로부터 노래하는 새의 날개는 솟아올랐다.
너는 모든 걸 삼켰다, 먼 거리처럼.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그건 공격과 키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반짝인 마법의 시간이었다.
조타수의 두려움, 눈먼 잠수부의 격렬함,
사랑의 광포한 취기, 네 속에 모든게 침몰했다!
안개의 어린 시절 내 영혼은 날개를 달았고 상처받았다.
길 잃은 발견자, 네 속에 모든게 침몰했다!
너는 슬픔을 띠 둘렀고, 욕망에 매달렸으며,
슬픔에 비틀거렸다,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나는 어두운 그림자의 벽을 열어젖혔고,
욕망과 행동을 넘어서, 계속 걸었다.
오, 살, 내 이 살, 내가 사랑했고 잃어버린 여자,
축축한 시간에 나는 너를 부르고, 너를 향해 내 노랫소리를 높인다.
항아리처럼 너는 무한한 다정함을 저장했고
또 무한한 망각이 너를 항아리처럼 깨뜨렸다.
섬들의 검은 고독이 있었고,
그리로, 사랑의 여자여, 네 말은 나를 끌어들였다.
갈증과 굶주림이 있었고, 너는 과일이었다.
슬픔과 폐허가 있었고, 너는 기적이었다.
아, 여자여, 나는 네가 어떻게 네 영혼의 흙 속에,
네 팔의 십자형 속에 나를 담았는지 모른다!
너에 대한 내 욕망은 얼마나 끔찍하고 짧았던가!
얼마나 힘들고 또 취했으며, 얼마나 팽팽하고 탐욕스러웠던가.
키스들의 묘지, 네 무덤에는 아직 불이 타고
과일 송이들이 타며, 새들이 쪼고 있다.
오, 물어뜯긴 입, 오, 키스한 사지,
오, 굶주린 이빨, 오, 얽힌 몸
오, 우리가 녹아들고 절망한
희망과 힘의 미친 결합.
그리고 그 다정함, 물처럼 밀가루처럼 가벼운.
그리고 말이 좀처럼 입술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게 내 운명이었고 그 속에서 내 갈망은 항해했으며,
그리고 그 속에 내 갈망은 떨어졌다,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오, 파편 구덩이, 모든 게 네 속에 떨어졌다,
어떤 슬픔을 네가 표현하지 않았으며, 어떤 슬픔 속에 네가 빠지지 않았으랴!
놀에서 놀로 너는 여전히 불렀고 노래했다.
뱃머리에서 선원처럼 서서.
너는 여전히 노래 속에 꽃피고 현재에 틈입했다.
오, 파편 구덩이, 열린 쓰라린 우물.
창백한 눈먼 잠수부, 불행한 투석꾼,
길 잃은 발견자, 네 속에 모든 게 침몰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밤이 모든 시간표를
묶어버리는 힘든 낙담의 시간.
철썩이는 바다 띠가 해변을 둘러싼다.
차가운 별들 떠오르고, 검은 새들 이동한다.
새벽 부두처럼 버려졌다.
떠는 그림자만이 내 손 속에서 몸부림친다.
오, 그 무엇보다도 먼. 오, 그 무엇보다도 먼.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오, 버려진 자!
- ‘절망의 노래’, Pablo Neru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