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상상은 상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상상으로 위로받아 힘을 낼 수 있다면 상상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신발에 날개를 단 헤르메스를 상상해냈으며 끝내 비행기를 만들었다. 공간 이동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의 상상으로 자동차를 실현해내지 않았던가. 상상은 현실을 움직이는 힘이기 때문에 어느 것보다도 자명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p.39
"- 운명은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대로 간다는 거 아이가." p.97
"길바닥을 보면 말이야, 똑 고르고 편편한 거 같은데 비 온 뒤 보면 물이 고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어. 사람도 똑같다고 생각해.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나름의 그늘과 굴곡이 있어.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p.107
"야,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문학샘이 그러드라,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호기심이라고. 그걸 잃으면 재미도 삶의 의욕도 없는 거라고." p.113
"한 번쯤은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가 있는 거 같아.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다른 형태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자신에게 주는 거라고 생각해. 자꾸 그렇게 점검하며 길을 내는 게 재대로 사는 거 아닐까?"
슬아는 몇 년 전 수학여행 중 보았던 글귀가 떠올랐다.
Why I am Here? p.138
"식물들의 세계는 사람하고 다른 줄 알았어. 근데 잘 생각해보니까 꼭 다르지도 않아. 씨앗은 엄마로부터 멀리 가야만 살 수 있어. 엄마랑 같이 있으면 모든 경쟁에서 지고 말거든. 햇볕도 양분, 수분도 모두 불리해. 그래서 멀리 가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지.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도 마찬가지야. 어렸을 때나 전부인양 징징대며 부모를 찾지만 자랄수록 그렇지 않잖아. 사람도 지나치게 부모 그늘에 있으면 반푼이밖에 더 되겠냐~." p.155-156
슬아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자 쪽쪽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모의고사는 내신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할 게 아니었다. 박수갈채에 떠밀리면 제 몸이 발가벗겨지는 것도 모른다더니, 그 장단에 놀아난 자신의 어리석음에 진저리쳐졌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흠, 칭찬 때문에 고래가 춤추는 건지도 모르는 거야.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