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약관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차세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떠오른 김애란의 첫 장편. 독서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줄어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큰글자 도서로 선보인다.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아름이는 태어나서 세 살 때 늙어지는 희귀병을 가진 17세 소년이다. 정신은 17세, 육체는 80세, 죽음보다 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아름이와 그의 가족 이야기가 수채화처럼 뭉클하게 펼쳐진다.
전반부엔 아름이가 태어나기 전 엄마 아빠가 서로 만나게 된 이야기부터 힘겹게 결혼해서 아름이를 낳고 중반부엔 아이가 희귀병에 걸린 얘기 그리고 중 후반부엔 아름이와 같이 백혈병에 걸린 소녀와의 두근거리는 사랑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러나 여기까지 진행된 스토리라면 흔하디흔한 그저 그런 감동 소설이겠지만 여기서 드라마틱 한 반전이 일어난다.
아름이가 사랑에 빠져 그토록 가슴 설레게 만들었던 그 소녀의 실체는 사실 불치병 소녀와 소년과 사랑을 다룬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사위가 맘에 안 들어 하는 장인이 뭘 잘하느냐에
그럼... 나는 정말 뭘 잘하지?
아! 나는 포기를 잘 하는구나!
장인이 하는 말
'잘하는 거라곤 일찍부터 새끼 치는 거밖에 없는 놈이더구나'
그리고 장모가 비꼬듯 또 한마디
'그것도 재주는 재주지요'
주인공 어머니에게 아빠가 카페에서 임신 소식을 듣고 당황해 있을 때 어머니가 아빠에게 하는 말
'새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새똥으로 위장하는 곤충이 있대'
'근데?'
'그게 꼭 너 같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 나오는 것'
그렇다. 사람이나 동물은 태어나는 것이 맞지만 식물은 태어나는 것보다 움터는 껍질을 벗고 터져 나오는 의미가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렇고 보면 우리 인간도 어머니의 뱃속을 가르고, 알을 낳는 파충류도 단단한 껍질을 깨고 결국은 터져 나오는 것이다.
참고 또 참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버티다가 수박 터지듯 '쩍'하고 갈라지면서 세상의 늦은 봄 햇살을 맞이하는 순간은 얼마나 희망차고 아름다운 세상일까?
작가의 엉뚱하면서도 세밀한 표현이 바로 이런 것인가?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두 아이를 기르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들이 수빈이, 태원이 누굴 닮았어?
'엄마요'
잘생기든 못생기든 아빠 닮았단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배고팠는지 아직도 난 다 큰 애들 앞에서 빈말이라도 한 번쯤 '응 난 아빠 닮았어'이 소리가 듣고 싶었는지...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이 주일 전 군대를 보낸 아들을 생각하니 나의 이전 군 생활 시절 경험을 복원시켜 완전한 군인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주고 싶었다.
내가 늙어가기 시작했다고 생각되는 시점이 바로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라 생각한 것이다.
남자에게 아이에서 어른이란 군 생활을 마친 시기가 될 것이다.
'죽음 보다 나쁜 건 늙음'이다.
아름이와 장씨 할아버지의 대화 중에 나온 말이다. 이 세상 사람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누구나 다 늙지는 않는다. 늙어지기 전에 죽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철없는 17세 젊은 나이에 덜컥 애를 가진 부모의 심정은 어떤 심정일까?
두려움의 두근거림, 걱정과 동시에 새로운 탄생에 대한 신비감이 서로 교차되었을 것이다. 앞날에 대한 불안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시련으로 다가올지 예상이나 했을까?
작가는 아름이의 눈을 통해 이들의 외로운 역정과 불운의 삶을 아름답고 잔잔하게 그려나갔다. 눈물 나지만 슬퍼지지 않게, 미소 짓게 하지만 코믹하지 않게 감정의 골을 끝까지 유지해 나가는 감수성이 탁월한 작품이다.
햇빛 가득한 아름다운 문장과 고운 선율의 감미롭고 가슴 따뜻한 감동이 지친 내 마음을 녹아내고 있다.
이 한 편의 소설이 주는 감동, 쉬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