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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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페이지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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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시리즈 4권. 김경주 시인의 첫 시집.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김경주의 등장은 돌발적이고 뜨거운 사건이었다. 연극과 미술과 영화의 문법을 넘나드는 다매체적 문법과 탈문법적 언어들, 그리고 시각의 층위를 넘나드는 다차원적 시차(視差), 그러면서도 '폭력적'일 수준의 낭만의 광휘는 서정적 논리 자체가 내파되는 언어적 퍼포먼스였다.

"이 무시무시한 신인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권혁웅)는 평은 지울 수 없는 그의 시의 한 자국으로 남아 있다.

김경주의 이러한 시작(詩作) '행위'는 두번째 시집 <기담>과 세번째 시집(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이) <시차의 눈을 달랜다>에서도 이어져 아직 실현해보지 못한 장르 미상의 어떤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욕망하며 타고 난 직관으로 온몸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가며 눈앞의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하는 모험을 해 왔다. 그런 뒤에 우리는 다시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읽는다.

그리고 숨차고 울렁거리는 언어의 폭우와 틈을 파고들어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다른 층위를 보고 느끼는 분명한 '있음'에 대한 감각은 모두 이 시집 안에 내재된 에너지의 기화였음을 깨닫는다. 김경주 시의 근원적 우주인 첫 시집을 다시 읽는 이 '회귀'의 경험은 또한 다시 살아난 이 시집의 당위를 실감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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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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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0
kafahr님의 프로필 이미지

kafahr

@kafahr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 ‘木蓮’, 김경주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라

바람이 벽에 스미면 못도 나무의 내연(內緣)을 간직한
빈 가지처럼 허공의 희미함을 흔들고 있는 것인가

내가 그것을 알아본 건
주머니 가득한 못을 내려놓고 간
어느 낡은 여관의 일이다
그리고 그 높은 여관방에서 나는 젖은 몸을 벗어두고
빨간 거미 한 마리가
입 밖으로 스르르 기어 나올 때까지
몸이 휘었다

못은 밤에 몰래 휜다는 것을 안다

사람은 울면서 비로소
자기가 기르는 짐승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 ‘몸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김경주



불을 끄고 방 안에 누워 있었다
누군가 창문을 잠시 두드리고 가는 것이었다
이 밤에 불빛이 없는 창문을
두드리게 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아직 떠난 것이 아닌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문득
내가 아닌 누군가 방에 오래 누워 있다가 간 느낌

이웃이거니 생각하고
가만히 그냥 누워 있었는데
조금 후 창문을 두드리던 소리의 주인은
내가 이름 붙일 수 없는 시간들을 두드리다가
제 소리를 거두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곳이 처음이 아닌 듯한 느낌 또한 쓸쓸한 것이어서
짐을 들이고 정리하면서
바닥에서 발견한 새까만 손톱 발톱 조각들을
한참 만지작거리곤 하였다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내가 살던 시간 앞에 와서
꿈처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방 곳곳에 남아 있는 얼룩이
그를 어룽어룽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이 방 창문에서 날린
풍선 하나가 아직도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어떤 방(房)을 떠나기 전, 언젠가 벽에 써놓고 떠난
자욱한 문장 하나 내 눈의 지하에
붉은 열을 내려보내는 밤
나도 유령처럼 오래전 나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 ‘누군가 창문을 조용히 두드리다 간 밤’, 김경주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땅속에 있던 지하 방들이 하나둘 떠올라 풍선처럼 날아가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

인간의 수많은 움막을 싣고 지구는 우주 속에 둥둥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편지를 쓰는 일은 자신의 분홍을 밀랍하는 일이다 불씨가 제 정신을 떠돌며 떨고 있듯 북극의 냄새를 풍기며 입술을 떠나는 휘파람, 가슴에 몇천 평을 더 가꿀 수도 있다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들이, 이 세상을 희롱하는 방법은, 외로워해주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바닥에 누워 두 눈의 음(音)을 듣는 일이다 제 몸의 음악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외로움이란 한생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사랑이다 아버지는 병든 어머니를 평생 등 뒤에서만 안고 잤다 제정신으로 듣는 음악이란 없다

지구에서 떠올라온 그네 하나가 흘러다닌다 인간의 잠들이 우주를 떠다니는 동안 방에서 날아와 나는 그네를 탄다 내 눈속의 아리아가 G선상을 떠다닐 때까지, 열을 가진 자만이 떠오를 수 있는 법 한 방울 한 방울 잠을 털며

밤이면 방을 밀고 나는 우주로 간다

- ‘우주로 날아가는 방 1’, 김경주



당신과 내가 한 번은 같은 곳에 누웠다고 하자 당신의 혀를 만지며 눈을 뜨고 주머니 속에서 나의 아름다운 유리알들을 꺼내 보여주었을 텐데 긴 사슬을 물에 풀고 떠나는 해 질 녘의 외항선처럼 내항의 흐름을 잃어버린 시간, 내가 들어가서 객사한 창(窓), 남몰래 당신의 두 눈을 돌려주어야 할 텐데

이 내막으로 나는 제법 어두운 모래알들을 가지고 노는 소년이 될 줄 알았다
그 적막한 야만이 당신이었다고 하자 생의 각질들을 조금씩 벗겨내는 언어라는 것이 먼저 인간을 기웃거리는 허공을 보아버렸음을 인정하자

새들이 간직한 미로를 가지고 싶었으나 그들이 유기해버린 바람의 지도는 밤에 조용히 부서진다 한 인간을 향한 시간의 내피가 인연이 된다면 한 마음을 향한 나의 인간은 울음인가 그 내피들이 다 대답이 되었다고는 말하지 말자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배가 도착했다고 하자 언어란 시간이 몸에 오는 인간의 물리(物理)에 다름 아니어서 당신과 내가 한 번은 같은 곳에 누웠다가, 울고 갔다고 적어두자

-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 mf’,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20년 3월 20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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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혜

@sjpdtjsefx4i

외로움을 글로 빚은 것 같다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김경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8년 10월 24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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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R' 시리즈 4권. 김경주 시인의 첫 시집.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김경주의 등장은 돌발적이고 뜨거운 사건이었다. 연극과 미술과 영화의 문법을 넘나드는 다매체적 문법과 탈문법적 언어들, 그리고 시각의 층위를 넘나드는 다차원적 시차(視差), 그러면서도 '폭력적'일 수준의 낭만의 광휘는 서정적 논리 자체가 내파되는 언어적 퍼포먼스였다.

"이 무시무시한 신인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권혁웅)는 평은 지울 수 없는 그의 시의 한 자국으로 남아 있다.

김경주의 이러한 시작(詩作) '행위'는 두번째 시집 <기담>과 세번째 시집(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이) <시차의 눈을 달랜다>에서도 이어져 아직 실현해보지 못한 장르 미상의 어떤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욕망하며 타고 난 직관으로 온몸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가며 눈앞의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하는 모험을 해 왔다. 그런 뒤에 우리는 다시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읽는다.

그리고 숨차고 울렁거리는 언어의 폭우와 틈을 파고들어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다른 층위를 보고 느끼는 분명한 '있음'에 대한 감각은 모두 이 시집 안에 내재된 에너지의 기화였음을 깨닫는다. 김경주 시의 근원적 우주인 첫 시집을 다시 읽는 이 '회귀'의 경험은 또한 다시 살아난 이 시집의 당위를 실감하게 할 것이다.

출판사 책 소개

역동적 상상력과 무한한 체험의 반복Repetition,
몸 잃은 거룩한 말들의 부활Resurrection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가운데 새로운 기호 ‘R’이 생겨났다. 한국 시의 수준과 다양성을 동시에 측량해 한국 시의 박물관이 되어온 문지시인선이지만 이 완전하고자 하는 노력 밖에서 일어나는 빗발치는 망망한 말의 유랑이 있었음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거룩한 유랑들이 출판 환경과 개인의 사정으로 독자들에게로 가는 통로가 차단당하는 사정이 있어,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이에 내부에 작은 여백을 열고 이 독립 행성들을 모시고자 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R’. 문지 시인선 번호 어깨 근처에 ‘리본’처럼 달린 R은 직접적으로는 복간reissue을 뜻하며 이 반복repetition이 곧 새로 태어나는 일이기에 부활resurrection의 뜻을 함축한다. 문학과지성 시인선의 일련번호 속에서 다문다문 R을 만날 때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낱낱의 꽃잎이 신기한 언어의 화성으로 울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를 기대한다. 그때쯤이면 되살아난 시집의 고유한 개성적 울림이 시집에 내재된 에너지의 분출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그렇게 수용하고자 한 독자 자신의 역동적 상상력의 작동임을 제 몸의 체험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만날 문학과지성 시인선 R은 이성복의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유하의 『무림일기』, 황병승의 『여장남자 시코쿠』, 김경주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다.

R 04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체감 불가능한 것들의 무한한 체험
한 시인의 우주를 체험하는 ‘어떤 회귀’


2000년대 한국 시단에서 김경주의 등장은 돌발적이고 뜨거운 사건이었다. 연극과 미술과 영화의 문법을 넘나드는 다매체적 문법과 탈문법적 언어들, 그리고 시각의 층위를 넘나드는 다차원적 시차(視差), 그러면서도 ‘폭력적’일 수준의 낭만의 광휘는 서정적 논리 자체가 내파되는 언어적 퍼포먼스였다. “이 무시무시한 신인의 등장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자 저주다. 시인으로서의 믿음과 비평가로서의 안목 둘 다를 걸고 말하건대,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권혁웅)는 평은 지울 수 없는 그의 시의 한 자국으로 남아 있다. 김경주의 이러한 시작(詩作) ‘행위’는 두번째 시집 『기담』과 세번째 시집(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이) 『시차의 눈을 달랜다』에서도 이어져 아직 실현해보지 못한 장르 미상의 어떤 새로운 예술적 경지를 욕망하며 타고 난 직관으로 온몸으로 그곳을 향해 나아가며 눈앞의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간파하는 모험을 해 왔다. 그런 뒤에 우리는 다시 시인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읽는다. 그리고 숨차고 울렁거리는 언어의 폭우와 틈을 파고들어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다른 층위를 보고 느끼는 분명한 ‘있음’에 대한 감각은 모두 이 시집 안에 내재된 에너지의 기화였음을 깨닫는다. 김경주 시의 근원적 우주인 첫 시집을 다시 읽는 이 ‘회귀’의 경험은 또한 다시 살아난 이 시집의 당위를 실감하게 할 것이다.

시차,라는 불구의 조건은 영원한 예술의 조건
김경주의 눈은 다른 시간, 삶의 다른 계기, 삶의 다른 기미를 읽는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목련」)에서 볼 수 있듯 시인의 눈에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상이 맺히는 듯하다. 화폭에 그려진 바람을 보고, 그늘의 비린 냄새를 맡는 시인의 이러한 시차적 체험은 시인을 시인이게 하는 불구의 조건이자 영원한 예술의 조건이 된다.

양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었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_외계(外界) 전문

다르게 읽고 외곽의 것을 눈 안에 먼저 들이는 김경주의 이러한 시적 증상은 불가능성들의 시적 가능성을 탐하는 시인만의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이자 모든 시들이 나아갈 모험에 앞장선 선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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