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에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를 연재 중인 북 칼럼니스트이자 에세이스트 이다혜 기자. 책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읽기를 즐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이다혜 기자는,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페미니즘적 책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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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내용 요약
이다혜의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2017년 현암사에서 출간된 에세이로, 저자가 영화와 대중문화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읽으며 느낀 혼란과 깨달음을 담은 책이다. 📖 이다혜는 영화 평론가이자 문화 칼럼니스트로, 이 책에서 어른이 된 후 마주한 세상의 모순과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책은 총 4부—‘어른이 된다는 것’, ‘여성으로 산다는 것’, ‘사랑과 관계’, ‘세상과 나’—로 구성되며, 영화와 드라마 속
262p. 전통적으로 여자가 등장하는 모든 전래 동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극강의 인내심으로 복을 받았다. 모든 여자들은 그런 동화의 주인공을 꿈꾸는 소녀 시절을 보냈다. 왕자님이 올 때까지 독이 든 사과를 먹고 누워있거나, 구멍 뚫린 독에 물을 붓거나, 여하튼 신데렐라부터 콩쥐까지 다들 그렇게 인내의 제왕들이었다. ✔️모든 모험은 그녀들이 어디로 떠나면서 시작되는 대신, 행운의 존재들이 그녀를 찾아오면서 비롯된다. 여성들은 투덜거리기보다 인내하는 쪽을 선택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누군가에게는 남편의 폭력이 그렇고, 바람기가, 거짓말이, 불법행위가 그렇다.
236p. 로빈 스턴은 <가스등 이펙트>라는 책에서 이런 심리를 분석한 적 있는데, ‘가스라이팅’ 혹은 ‘가스등 이펙트’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다룬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소망이 잘못된 상대를 만나 빚는 비극으로, 일과 관련해서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조차 ✔️자신을 하찮게 취급하는 배우자나 애인, 직장 상사나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영화 <가스등>에 비유해 설명한다.
✔️나의 의견을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상대와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큰 그림을 보지 그래? 생리 중이야? 왜 그렇게 예민해? 남들은 괜찮다는데.
대화를 꺼냈다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대화를
접어본 적 있다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그런 상대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이성적인 비판을 가장한, 반복적이고 집요한 공격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도록 조심하라.
217p. 고전 소설 읽기는 매혹적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신분제도가 있고,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던 시절, ✔️그런 것들이 한계인 줄도 모르고 오로지 구원, 죽음, 사랑에 대해 ‘틀 안에서’ 극한까지 밀어붙여 만들어낸 걸작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궁극의 가치를 추구하는 동안 대체 다른 것들은 어째야 좋을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224p. 영화 <LA컨피덴셜>을 보면서 러셀 크로가 킴 베이신저를 때릴 때 나도 가슴이 먹먹해지더라니까. 사랑하는 여자를 때리는 러셀 크로에 감정이입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얼마나 이상한 이야기인가. 그런데 이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늘 피해자가 생각하는 것이다. 왜 가해자가 가해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왜”라니. 마치 이유가 있으면 그래도 된다는 듯이. 그런데 이런 식의 사고는 ✔️남성 중심의 스토리텔링에 잘 깃든 결과가 아닐까? 그런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남자의 심리 쪽이다. 여자는 이해할 수 없으며 감정적이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말해왔다. 그런 이야기가 많다. 여자는 늘 갑자기 화를 내고 갑자기 사라지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여자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여성들의 많은 행동에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남성 중심의 서사는, 사실 알고 싶지 않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니까.
230p. 누가 알려주면 열심히 배울 텐데. 어떤 말이 왜 나쁜지. 어떤 글이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말이나 글이 아니라, 지적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말과 글을 낳은 생각이다. 문제는 웬만큼 배워서 한 번에 고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편견에 기인한 생각을 뿌리 뽑겠다고 마음먹기는 쉬운데, 늘 어딘가에 생각의 조각들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 간절히, 누군가가 내 대신 책임지고 모든 것을 정리해서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31p. 내가 스무 살 때 배웠던 몇몇 좋아 보였던 가치들이 이제는 낡게 보인다는 점이 기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더 많은 것들이 좋아졌고, 나 자신이 더 멀리까지 왔다는 믿음이 생긴다. 동시에 지금의 내가 믿고 있는 가치들 또한 매번 점검하고 업데이트 혹은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