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책 읽는 시간> 이후 1주일에 1권은 읽고 서평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그 계획을 처음 시도하는 책인데, 내가 이 책을 열흘을 읽었구나.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야 할까? 내 아침 루틴을 조금 변화시켜보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남편이 사이버강의를 신청해서 교재로 받은 책인데 집에 두었던 것을 친정 엄마가 읽고서는 재미있다고 하셨다. 어려운 책은 아니고 읽다 보면 가벼운 기분으로 술술 넘어가는 책이다. 하지만, 눈여겨 볼 만한 부분도 꽤 많아서 가볍게만은 넘기고 싶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마키아벨리'라고 극찬을 받는다는 작가가 사용한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가 좀 거슬렸다. 왜냐면, 정신과 의사인 작가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 이야기일텐데 너무 무례하지 않냐는 생각도 들고, 상업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 일부러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조금 이해가 갔다. 왜냐면, 이 세상에는 완전한 또라이도 없고, 완벽하게 제정신인 사람도 없기 때문이라 한다. 이 책은 총 34장에 걸친 각 케이스별 대처법이 소개되어 있다. 또라이들을 만난다 하더라도 내가 정신줄을 놓고 내 안의 또라이 기질이 뛰쳐나와 똑같이 또라이짓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기도하고, 이를 테면 한두 발짝 뒤로 물러나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 대처법을 이야기해주는데, 읽다 보니 왠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또, 이 책에는 나의 소중하고 사랑하는 또라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고약하고 고집쎈 노인으로 변해가는 우리 부모님들에 대한 이야기나, 남편과 사춘기 시기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자녀들에 대한 대처법 말이다. 나중에 더 후회하기 전에 나의 소중하고 사랑하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치유하기 위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올바르지 못한 그 '또라이'라는 용어가 조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의사가 무거운 주제를 꽤나 유쾌하게 잘 다루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22장 '사랑에 금이 가고 있을 때 대처하는 법'이었다.
서로를 응원하는가? 서로를 존중하는가? 싸우기보다는 웃는 시간이 더 많은가? 하루가 끝나고 배우자를 보는 것이 기다려지는가, 아니면 집에 오기가 두려운가? 자녀들은 우리 사이를 보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242p.
내가 반성하면서 읽은 부분이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이 들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가장 안전한 대상이라고 여기는 남편에게 비난과 원망을 품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스스로를 탓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비난의 화살을 남에게 돌린다고 한다. 내 자신이 이러저러하게 된 이유는 우리 엄마나 아빠 탓이야, 라고 하는 모습도 이 작가는 또라이가 맞다며 일침을 날린다. 나를 뜨끔하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에 철없던 나의 20년 전쯤의 모습이 생각나서 반성도 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사람이 주위에 있는가? 여러분의 특별한 재능과 장점을 알아고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여러분의 자멸적이고 비생산적인 행동을 못 참아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p.311
나의 주변에 완벽한 멘토가 있다면 진짜 귀하고 감사한 일일 것이다. 역시 독자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책을 해석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우리 애들한테 현명한 부모이자 멘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잠깐 해보았다. 매일매일 더디지만 조금씩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불만을 말없이 받아주는 남편이 새삼 고맙다. 요즘 매일 전화영어 한다고 3~40분간 한창 아이들과 붙어서 놀아야 하는 시간에 혼자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는 나에게 싫은 소리 하나 하지 않고, 밤늦게 까지 안자려고 버티는 우리 막둥이와 노느라 매일 다크써클이 심하게 내려오는 우리 남편을 위해 영양제도 주문했다. 가끔은 정신과 의사가 쓴 이런 책을 읽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일상에서 혹은 직장에서 수많은
'또리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또라이라는 단어는 자극적이기도
하고, 바람직한 용어는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또라이는 '정신질환'
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부류의 사람
에게 낙인을 찍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는 완전히 제정신인 사람도
없고, 완전히 또라이인 사람도 없습니다.
기억하세요.
당신도, 나도, 가끔은 또라이가 됩니다.
또라이를 길들이는 대화의 기술 / 마크 고울스톤
***
사람들은 모두 다 감정에 치명적인, '빨간색
버튼'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만약 그것을, 상대방이 잘못해서 누르기라도
하면, 그것은 어느샌가 나를 '또라이'로 변하게
하는 역활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나 다 또라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당신도, 나도,
가끔은 또라이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