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 보면 어떤 부사와 형용사를 이렇게 번역했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번역이 초벌 수준이다. 번역 퀄리티가 어째서 이 모양인가 하면서 짜증내면서 읽다가 보니 애초에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차라리 영어 원문 그대로 읽었다면 재미있었을 수도 있다. 내가 영미권의, 록을 좋아하는(던) 40대 아재라면 아주 흥분하면서 읽겠지.
2000년이 넘어가면서 모든 대중문화가 과거의 대중문화를 반복하거나 재해석하고만 있다는 내용을, 과도한 사례와 에피소드를 덧붙여가면서 늘어지게 설명한다. 그리고 아쉽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는 탄식이 이어진다.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부분은 있었기에 절반 정도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읽었다. 이를테면 정보의 과도함으로 인간의 뇌가 얄팍한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얘기라거나. "생각과 물건과 사람이 너무 많다. 좇을 만한 방향이 너무 많다. 나는 뭔가에 정성을 기울이는 이유가 그러면 세상이 조금 더 만만한 크기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고 믿게 됐다.(113p)" 인터넷의 무한한 아카이브에서는 사람들이 앞뒤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수평적으로, 옆으로 이동한다는 얘기. 모든 시대가 공평하게 레퍼런스가 될 따름이라는 얘기.
간결하고 눈에 띄는 표지 디자인에 혹해서 샀다가 두 번이나 정독에 실패하고 만 애증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