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곽재식 지음 | 온우주 펴냄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곽재식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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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5.29

페이지

3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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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만 엄선해서 묶은 '온우주 단편선' 1권. 곽재식 단편집으로, 곽재식 특유의 스케일 큰 이색연애담 위주로 모은 작품집이다. 연애담이라고 해서 남녀가 알콩달콩 밀고 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이루는 데 장애물이 있어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이 곽재식 연애담의 특징이다.

표제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나는 결혼을 2주 앞두고 회사의 긴급한 일로 미국에 출장을 와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조짐이 보이던 백두산이 분화해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도 태평양을 건너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안 그래도 과정에서 탈이 많았던 이 결혼, 이대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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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만 엄선해서 묶은 '온우주 단편선' 1권. 곽재식 단편집으로, 곽재식 특유의 스케일 큰 이색연애담 위주로 모은 작품집이다. 연애담이라고 해서 남녀가 알콩달콩 밀고 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이루는 데 장애물이 있어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이 곽재식 연애담의 특징이다.

표제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나는 결혼을 2주 앞두고 회사의 긴급한 일로 미국에 출장을 와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조짐이 보이던 백두산이 분화해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도 태평양을 건너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안 그래도 과정에서 탈이 많았던 이 결혼, 이대로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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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 소개

왕이 앞을 가로막아도 당신이 우주로 달아나도
백두산이 분화해서 모든 길이 막혀도
나는 당신을 놓을 수 없다

사랑은 모험이다,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곽재식표 블록버스터 이색연애담의 진수!


온우주 출판사에서 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만 엄선해서 묶은 온우주 단편선의 첫 번째 작품으로 곽재식의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가 출간되었다. 곽재식 작품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모살기』가 동반 출간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온우주 단편선은 앞으로 국내 작가들의 단편만을 모은 작품집을 매달 한 권 이상 낼 예정이다. 출간 예정인 작가로는 정도경, 이서영, 김현중, 전혜진, 박애진이 있으며, 2013년 한 해 동안 총 7명의 작가가 쓴 작품집 10권을 펴낼 예정이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곽재식은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집 두 권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그중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는 곽재식 특유의 스케일 큰 이색연애담 위주로 모은 작품집이다. 연애담이라고 해서 남녀가 알콩달콩 밀고 당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이루는 데 장애물이 있어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는 점이 곽재식 연애담의 특징이다. 연애 당사자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면서도 극복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스케일 크고 파란만장해서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이 몰입하게 된다. 한마디로, 재미를 보장한다.

이야기를 꾸미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은 닳고 닳은 연애담의 흔하디흔한 장면들을 밑천으로 삼으면서도, 거기다가 박진감 넘치는 활극 같은 것을 부드럽게 밀어 넣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하늘거리는 흰색 옷 입고 챙 넓은 모자 쓰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분위기를 그대로 이야기의 맛으로 살려보려고 궁리했다. 노렸던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액션 블록버스터처럼 꾸며서 색다른 재미가 나게 해본다는 점이었다.
- 작가의 말 中

일상을 특별한 사건 속에 던져 놓고 따스한 시선과 유머로 말하는 이야기꾼은 희귀하고 소중하다. 거시 담론을 다루지 않고, 문제적 인간을 다루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일상적인 이야기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든다. 대단한 사상이나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런 소박한 일상을 특별한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소설이 우리의 삶을 닮았기에, 우리는 울고 웃을 수 있다. - 박든든나름, 권말해설 中

수록작에 대하여

달과 육백만 달러
갑자기 내게 자식이 있다는 연락이 온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하러 관련 공공기관에 가니,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이름이 아이 생모란에 있다. 나는 나와 그녀의 딸인 이원이를 키우기로 결심을 하고 이것저것 생활에 변화를 주는 결단을 내린다. 그러나 엄마 얼굴 그리기 같은 게 다가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아니다, 엄마를 찾아주자!
곽재식표 이색연애담의 시작을 알리는 2005년도 단편.

“내가 니 아빠다.”
검은 투구 쓴 영화 속 악당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대사를 하는 사람은 대체로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괜히 어설픈 파스텔 톤으로 페인트칠한 이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를 보면서, 내가 한 사람의 아버지임을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강하게 느꼈다. - 9쪽

물론 내 딸이 그림을 그리는 게 무슨 공포의 원인이랴. 문제는 그 모습을 보자, 여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서 엄마 얼굴 그리기를 한다는 게 생각이 났던 것이다.
안 된다. 그건 60년대 영화에서부터 줄기차게 우려먹던, 애 마음에 상처 주기 장면 아닌가. 나는 옛날 그녀의 그 밝고 환한 웃는 얼굴 속에 아직까지 영혼의 한 부분이 잠식당해 있는 상태지만, 이원이는 자기랑 꼭 닮은 그녀의 그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찾아보면 대학교 졸업 앨범에 사진이 하나 있긴 하
겠지만, 그건 사진도 좀 이상하게 나왔거니와 그런 식으로 엄마 얼굴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자~ 오늘은 엄마 얼굴 그리는 시간이에요. 어머, 이원이는 왜 아무것도 안 그리고 있니?” 하는 그 장면의 강도가 완화될 것 같지는 않았다. - 36쪽

최악의 레이싱
굉장히 넓어서 자전거가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학교에 다니지만 나는 어쩌다 보니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전거를 탈 줄 알고 자전거를 갖고 있다고 둘러대다가 자전거 데이트를 약속하기까지 하는 수렁에 빠졌으니! 아무리 연습해도 나아지지 않는 나를 위해 친구에 친구 선배에 교수님까지 나서는 초특급 작전이 시작된다.

“다음에는 나도 너 자전거에 태워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그 표정은 차가운 완벽주의자인 그녀에게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말 그대로 “태워죠.” 하는 표현이었다. 장난끼도 좀 있어 보이고, 어떻게 보면 수줍어 보이기도 하면서 또 약간 애원하는 듯한 표정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다운 강한 모습은 또 그대로 엿보이는 표정. 간단히 요약하면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의 신기록이 새로운 세대로 올라서는 모습이었다.
부정불가. 나는 어떠한 의심도, 일말의 우려도 없이.
“그래.”
하고 입을 헤벌리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다시금 말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기숙사까지 같이 걸어 들어가는 그 기나긴 길은 그날따라 이상하게 계속 자전거 쪽으로 화제가 흘러갔다. 이래서 아버지께서 정직하게 살라고 했구나 하는 말을 그날만큼 여러 번 되뇐 적도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말을 꾸며대야 했다. - 77~78쪽

“그건 그래봤자 너무 마이너할 거 같은데. 지금 중요한 게, 조작이 중추반사로 이뤄져야 대응시간이 줄어드는데, 지금 얘는 대뇌판단으로 하고 있다고. 그게 차이가 너무 커서 도저히 데드타임 안쪽으로 떨어지게 할 수가 없네.”
“반사 신경을 키우는 훈련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요?”
재찬이 제안했다. 나는 무슨 신형 우주 전투기 파일럿 취급을 받고 있었다. 진수 선배는 나이에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근엄한 얼굴이 되었다.
“상품 설계의 기본은 유저 프렌들리야. 인터페이스를 사용자한테 맞춰야지, 사용자를 인터페이스에 맞추게 만들면 백전백패한다.” - 100쪽

달팽이와 다슬기
나는 어머니가 베트남인이다. 하지만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는 ‘어머니가 한국 분 아닌 사람 손 들어’라고 했기 때문에 손을 들지 않았다. 거짓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어느 날 선생님이 집안 어르신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들어오란 숙제를 내준다. 평소처럼 건너뛰려던 나는 어머니에게 꼼짝없이 붙들려 “달팽이와 다슬기”라는 옛날이야기를 듣게 된다.
연애담에서 언뜻 비치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을 전면에 드러내는 단편.

그 동네에 살 때 친구들은 훈이, 기식이, 성우 같은 아이들이었다. 나는 딱히 무슨 설명할 거리가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또 개중에 모아놓아 보면 그다지 부족한 아이도 아니었다. 가끔 친구들과 다툴 때가 있었고 그러면 아이들은 곧잘 나를 “베트콩”이라고 놀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 패거리들은 그 녀석의 어머니에 대해 알아내서는 중국에서 온 사람이면 “탕수육”이라고 했고, 필리핀에서 왔다면 “검둥이”라고 맞받아쳤다. 태국에서 온 사람이라면 “에이즈”라고 했고, 어머니가 러시아나 중앙아시아권에서 온 사람이라면 “나이트” 라고 놀리면서 겨루었다.
그렇게 욕하며 싸우다 보면, 선생님들이 질겁을 하면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우리 싸움이란 결국 공을 차다가 공이 금 밖으로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 따위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었다. 그래서 무슨 뜻인지도 모를 욕을 하며 무서운 척 굴다가도, 몇 밤 지나고 나면 결국 다시 친하게 지내기 마련이었다. - 150쪽

“응…… 그래, 이게 끝이야. 뭐야? 이런 이야기 들어본 사람 있니?”
선생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으셨다. 그러자 아이들 몇몇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숙제 안 하는 사람보다 거짓말하는 사람을 훨씬 싫어해. 숙제야 갑자기 좀 놀고 싶어서 못할 수도 있고, 어쩌다 깜빡하고 까먹어서 못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렇게 숙제를 못해놓고, 선생님을 속이고, 자기 자신을 속이고 그러면 되겠니?”
나는 영문을 몰라, 선생님 얼굴을 보며 따졌다.
“이거 숙제 제대로 한 건데요.” - 172쪽


나는 고등학교 때 사귀었던 그녀와 대학 진학하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게 되었다. 그래도 1년 후 남산에 자물쇠 건 곳에서 만나자고 했건만, 벨기에 왕의 방한 코스 중 남산이 있어 그곳의 자물쇠들을 다 철거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 그래도 대하기 어색한 아이였는데, 좋아한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더 어색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계속 친해질수록 더 좋아하게 되니까 그만큼 더 멋있어 보이려고 더 어색해지고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더 긴장되는 그 기분을 그때 나처럼 느껴봤다면 내게 바보니 어쩌니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뭐 바보면 또 어떤가. 온달은 을지문덕을 능가하여 고구려의 장군들 중에 후세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장군이 되었고, 이반은 온 러시아에서 당해낼 자가 없는 무적의 사나이가 되었지 않느냐는 말이다. 세상에 홍성대가 쓴 수학 교재를 들여다보면서, 그녀와 함께 이야기할 내용을 상상하고 가슴 설레게 되는 그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 186~187쪽

그날이 지나고도 우리는 졸업식 때까지 한참 같이 지낼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 말이 꼭 내가 그녀에게 하는 마지막 말인 것 같은 기분에 푹 빠져서 그렇게 말했다. 1년 후 돌아오는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그동안 그녀가 결혼해서 쌍둥이를 낳았다든가 하는 소식을 듣더라도, 갑자기 전쟁이라도 터져서 서울이 적군 수중에 들어가고 나는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부상을 입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떻게든 꼭 그날 거기에 가 있을 거라고 혼자 참 불타오르도록 다짐했던 것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지금, 이 추운 겨울날 아침에 내가 아침부터 이렇게 떨면서 서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바로 다음 주가, 1년 전에 만나자고 약속했던 날이었던 것이다. - 197쪽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나는 결혼을 2주 앞두고 회사의 긴급한 일로 미국에 출장을 와 있다. 그런데 예전부터 조짐이 보이던 백두산이 분화해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도 태평양을 건너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안 그래도 과정에서 탈이 많았던 이 결혼, 이대로 끝날 것인가?
그렇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전화 속의 그녀에게,
“괜찮아. 어…… 내가 예전에…… 음, 어…… 태풍이나 그런 거 때문에 비행기 연착되어서 계획 바뀌고 그래서 난리 많이 쳐봤는데,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결혼식 전에는 충분히 갈 수 있어. 괜찮아.”
“어떻게? 내가 항공사에도 전화해봤고, 공항은…… 공항에는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아예 전화도 안 되더라고. 그래서 공항 홈페이지에도 가봤는데, 앞으로 2주 동안은 절대 비행기가 착륙도 못 하고 이륙도 못 한대. 인천공항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나라 다 마찬가지래. 일본까지 그렇다는데.”
“분명히 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면, 그래도, 야.”
내가 머뭇머뭇하고 있으니, 전화 저편의 그녀는 다시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달래줄 좋은 말을 떠올려보려고 했는데, 이즈음해서는 뭐 딱히 새로운 대사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게다가 결혼 준비를 하는 동안 그녀를 달래기 위해 심리적, 문학적, 경제적, 윤리적, 별별 방식으로 치장된 갖가지 말을 만들어 그녀를 수백 번씩 위로해왔기에, 이제 더 이상 뭐 떠올릴 게 바닥이 나서, 그녀를 달랠 말이라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가 않았다. - 224~225쪽

나는 사극에 나오는 주인공들이나 뉴스에 나오는 멋있는 사람처럼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그사이에 나오는 건강보험 광고나 국민연금 광고에서 인기 하나도 없는 무명 배우가 대충 연기하는 “가족1” “남편2” “아들3” 정도의 인물이 되고 싶을 뿐이었
다. 사랑하는 여자랑 같은 집에서 살면서 애 둘쯤 키우고, 회사 다니면서 돈 벌다가 조금씩 저축해서 노후 준비하고, 가끔 일요일 되면, 하다못해 어디 근처 공원에서 가족끼리 고기나 한번 구워먹는, 뭐 그 정도. 그 정도 인물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저 거대한 빌딩의 주인이 되거나, 이 높은 고가도로를 건설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저 저 산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집들에 살고 있을 저 많은 가족들, 저 작은 불빛 하나하나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평범한 보통 가족들, 그냥 적당히 큰 문제 없이 사는 가족들. 저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그게 이렇게 골치 아픈가. - 283~284쪽

“걔는 혼혈은 아니죠. 부모님 두 분 다 방글라데시계이시니까.”
“내 말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한국 사람이죠.”
“아니, 내 말은 태어날 때부터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
“부모님께서 결혼하시고 나서 한국 국적 따셨으니까, 걔는 태어날 때부터 한국 사람으로 태어났어요.”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냐? 그러니까 완전히 한국 사람은 아니잖아.”
“완전히 한국 사람이죠. 제가 무슨 말씀 드리는지 모르십니까?” - 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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