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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탄생 80주년 기념판)
안네 프랑크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9,000 원
8,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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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때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고전
#나치
#유대인
#일기
352쪽 | 2009-04-30
분량 보통인책 | 난이도 보통인책
상세 정보
안네 프랑크 탄생 80주년 기념판.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있는 동안 은신처에 숨어 살기 시작한 열세 살 때부터 2년 뒤 나치에 발각되어 끌려가기까지 써내려간 안네의 일기는 감수성 강하고 영리한 사춘기 소녀의 순수한 내면세계를 보여주는 전쟁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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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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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안네 프랑크
1929년 6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에서 유대 인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났으며, 1933년 나치의 유대 인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나치에 의해 네덜란드가 점령되면서 1942년부터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고, 1944년 8월 4일 누군가의 밀고로 은신처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그리고 수용소로 끌려간 뒤 1945년 3월의 어느 날, 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떠난다. 훌륭한 작가와 언론인이 되기를 꿈꾸던 소녀 안네는 은신 생활 중에 쓴 일기에 ‘은신처’라는 특수한 환경과 ‘사춘기’라는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다양한 감정과 고민들을 솔직하고 재치 있는 표현으로 그려 냈다. 그리고 이 일기는 전쟁이 끝난 후인 1947년,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에 의해 책으로 출간되었다. ‘은신처’를 뜻하는 네덜란드 어 『Het Achterhuis』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안네의 일기』는 이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안네 자신의 바람대로 지금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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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긴 글 1
새바님이 이 책을 읽었어요
8달 전
유대인 탄압을 피해 약 2년간 은둔 생활을 하며 기록된 안네의 일기는 특이하게 일기장을 의인화하여 대화하듯이 기록되었다. 어떤 일기는 마치 시편을 읽는 것 같았다. 이 일기의 진위에 대한 논쟁도 있고, 아버지에 의해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안네가 작가 지망이라고 하지만, 일기의 문체가 13, 14살 소녀가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만한 문장들도 많다. 1944년 5월 6일 일기는 언젠가 혜리도 나에게 그러한 말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1942년 6월 20일(토) 나는 지금까지 일기를 써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도대체 열세 살 먹은 소녀의 고백에 흥미를 가질 사람이 누가 있겠어?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야. 나는 쓰고 싶고, 가슴속에 숨어 있는 것을 모조리 털어놓고 싶어. 이제 내가 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가 하는 이유가 분명해졌어. 그것은 내게 참된 친구가 없기 때문이야.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노골적인 것을 쓰고 싶진 않지만, 오랫동안 기다리던 친구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려서 바로 이 일기장을 내 친구로 삼아 ‘키티’라고 부르겠어. 1942년 6월 21일(일) 수학 담당인 나이 많으신 켑터 선생님은 내가 너무 떠든다고 애를 태우시다, ‘수다쟁이’란 제목으로 작문을 지어 오라고 하셨어. 수다쟁이라니, 도대체 무얼 써야 한담. 그래서 나중에 쓰기로 하고 노트에 제목만 적어놓고 그날은 좀 조용해지려고 했지. 그날 저녁 다른 숙제를 다 끝냈을 때 노트에 적어놓은 제목이 눈에 띄잖아. 그래서 만년필 끝을 만지작거리면서 큼직한 글씨로 듬성듬성 쓰기 시작했어. 그러다 보면 무슨 우스갯거리든 생각이 날 것 같았는데, 내가 왜 수다를 떨었는지를 설명할 길이 없었어. 끙끙거리며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단숨에 세 페이지나 되는 훌륭한 작문을 엮어 내렸어. 내 작문은, 수다를 떠는 것은 여자의 본성이고, 참으려고 해도 좀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수다를 떠신다, 유전적인 기질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내용이야. 켑터 선생님은 내 작문을 읽고 웃으셨어. 그런데 다음 시간에도 내가 여전히 떠들어대니까 이번엔 ‘고쳐지지 않는 수다쟁이’란 작문 제목을 내주셨어. 또 작문을 지어서 제출했더니, 선생님은 별 말씀도 하지 않으셨어. 그런데 세 번째 시간에는 선생님도 참지 못하시고, “안네야, 이번엔 떠든 벌로 ‘꽥꽥 하고 나터베크 부인이 떠듭니다’란 작문을 지어 오너라”고 명령하시잖겠니. 교실 전체가 웃음바다가 되었어. 나도 이젠 그런 이야기엔 지쳐버렸지만 별수 없이 따라 웃을 수밖에. 이번엔 좀 새롭고 참신한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운좋게 시를 잘 쓰는 산네가 이 작문을 시로 쓰도록 도와주겠다고 해서 뛸 듯이 기뻤어. 선생님은 이런 우스운 제목으로 나를 골리려고 했지만, 도리어 나는 선생님을 웃음거리로 만들리라 마음먹었어. 산네 덕분에 멋진 시가 씌어졌어. 그 시는 세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오리 엄마와 백조 아빠의 이야기인데, 새끼들이 너무 떠들어대서 백조 아빠가 물어 죽였다는 내용이야. 다행히 켑터 선생님은 비유의 뜻을 이해하시고, 그 시를 큰 소리로 낭독하고 해설까지 해주셨어. 다른 반에 가서도 그러셨단다. 그 이후로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다시 숙제를 내주시지는 않고, 늘 그 이야기를 하셔. 1942년 9월 28일(월) 왜 어른들은 걸핏하면 대수롭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다툴까? 지금까지 나는 어린이들만 싸우곤 하지 어른들까지 그러는 줄은 몰랐어. 물론 서로가 사리에 맞는 의견 충돌은 있는 법이지만, 대개는 쓸데없는 억지뿐이야. 나는 도무지 이런 것들에 익숙해질 수가 없어. 더구나 토론(싸움이란 말 대신에 토론이란 말을 쓰고 있어)의 대상이 언제나 나에 관한 일들이니 어떻게 익숙해질 수가 있겠니. 나에 관한 한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거야. 용모, 성격, 태도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어. 아무리 큰 소리로 꾸중을 듣거나 욕을 먹어도 참고 순종해야 한다는 거야. 그러나 누운 채 모욕을 당할 수는 없어. 차라리 맞서서 안네 프랑크가 갓난아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생각이야. 도리어 내가 어른들을 교육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면 모두 놀라서 입을 다물어버리겠지. 사실 그들의 방자한 태도나 판 단 아주머니의 우둔함에는 아주 질렸어. 곧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면 철저히 앙갚음을 할 작정이야. 그러면 그들도 태도를 바꾸겠지. 정말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버릇 없고 고집 세고 건방지고 둔하고 게으름뱅이일까? 천만에. 사람은 누구에게나 결점이 있는 법인데 공연히 나에 대해서 과장할 뿐이야. 키티, 이 같은 조롱과 멸시를 받고 얼마나 내 가슴속이 들끓었는지 너만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 자신이 언제까지 참아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언젠가 폭발해버릴 것 같아. 1942년 9월 29일(화) 아주머니가 어처구니없는 말로 변명을 하는 바람에 엄마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어. 아주머니는 더욱 화가 나서 독일 말, 네덜란드 말로 마구 투덜거리다가 지쳐버리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어. 아주머니는 방을 나가려다가 후딱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았어. 그때 공교롭게도 나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어. 고의가 아니라, 가까이서 모조리 듣고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거야. 그러자 아주머니는 점잖지 못한 독일 말을 마구 퍼부어대면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성이 난 생선 장수 여인처럼 악다구니를 썼어. 참 가관이었지. 조금만 참으면 이토록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을 텐데, 어리석고 가엾은 사람이야! 어쨌든 나도 여기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단다. 사람은 싸우고 법석을 떨 때 상대방의 거짓 없는 성격을 볼 수 있다는 거야. 1943년 7월 11일(일) 우리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처럼 미프가 책을 가져다주는 토요일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어. 보통 사람들은 이런 곳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책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모르겠지. 독서와 공부와 라디오가 우리의 소중한 오락이란다. 안네. 1943년 7월 19일(월) 재미있는 유머를 들려줄게. 우리가 다시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될 때의 희망을 각각 소개하겠어. 언니와 판 단 아저씨는 무엇보다도 뜨겁고 물이 철철 넘치는 목욕탕에 들어가 푹 잠겨보겠대. 판 단 아주머니는 즉시 크림 케이크를 먹으러 제과점으로 달려가겠다고 하고, 뒤셀 씨는 그의 부인인 로체 여사를 만날 일에 흥분하고 있고, 엄마는 구수한 커피를, 페터는 영화관을, 그리고 아빠는 보센 씨를 문병 가시겠다고 해. 아, 자유라는 것을 생각만 하고도 가슴이 뿌듯해서 나는 어디로 달려가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나 우선 내 집,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내 집이 필요할 것이고, 다음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학교야. 1943년 8월 5일(목) 아빠의 커다란 침대에 기어들면 총소리가 아무리 심해져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1944년 1월 22일(토) 사람은 어째서 자기들의 진실한 감정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왜 나는 마음에도 없는 태도를 꾸며야 할까? 우리는 왜 서로 믿지 못할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끔은 가족에게까지 자기 본심을 고백하지 못하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1944년 2월 3일(목) 너에게 이런 이야기는 그만두겠어. 나는 굳게 침묵을 지키고, 이런 소동과 흥분의 와중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 살면 다행이고 죽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니?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지구는 계속해서 돌고, 세월은 흘러가겠지. 모든 것이 나와는 관계 없이 이루어져가고 있어. 운명에 저항한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나는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고 잘 되기를 빌면서 공부만 할 뿐이야. 안네. 1944년 2월 12일(토) 태양은 빛나고, 하늘은 짙푸르고, 상쾌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부는구나.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과 욕망이 은근히 가슴에 스며든다. 이야기하고 싶고, 자유와 친구가 그립고, 그리고 외롭게 지내고 싶기도 한……. 마음껏 울고 싶기도 하단다. 당장이라도 울음이 가슴속에서 터져나올 것 같고, 목놓아 울고 나면 후련해질 것만 같아. 왜 이리 마음이 설레는 걸까? 1944년 3월 6일(월) 페터가 쓸쓸한 표정을 하는 것을 그냥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키티, 너는 상상할 수 없을 거야. 페터가 말다툼이나 애정 문제로 이따금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가는 나 자신이 페터의 처지에 있는 것처럼 상상할 수 있어. 가엾은 페터! 그는 정말 애정에 굶주리고 있어. 그가 자기에게는 아무 친구도 필요 없다고 말할 때면 그의 말이 내 귀엔 거칠고 아프게 들려와. 그는 오해하고 있는 거야. 그의 말은 그런 뜻이 아닐 거야. 그는 자신의 외로움을 짓씹으면서 일부러 무관심하거나 어른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감정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하는 일종의 겉치장에 지나지 않는 거야. 가엾은 페터! 그는 언제까지나 이런 연극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초인적인 노력은 분명 어느 땐가 무서운 힘으로 폭발하고야 말 거야. 오, 페터! 나에게 만일 그대를 위로할 힘이 있다면, 그리고 나에게 그대를 위로하는 역할을 배당해준다면, 우리는 다같이 서로의 외로움을 지워버릴 수 있을 텐데……. 추신―키티, 내가 너에게 항상 정직하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러니까 나는 페터를 만나는 것만을 고대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어. 나는 그도 역시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싶고, 그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스릴에 찬 환희를 느낀단다. 그도 분명 나와 다름없이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겠지. 그러나 사실 내 마음을 끄는 것은 그의 그 조마조마하고 주춤거리는 태도라는 것을 그는 몰라. 1944년 3월 7일(화) 나는 나를 따라 다니는 사람보다는 참된 친구를 갖고 싶고, 아양 떠는 웃음보다는 나의 행동이나 인격을 존중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어. 그러면 분명히 내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은 무척 적어지겠지. 정말로 참다운 친구라면 몇 명만이라도 만족할 수 있을 거야. 1944년 3월 12일(일) 행복한 사람은 누구든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법이야. 용기와 신념을 지닌 사람은 결코 불행 속에서 죽지 않아. 안네. 1944년 4월 11일(화) 우리는 우리가 숨어 살고, 한 자리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유대 사람이며, 수없는 의무만이 있고 권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신세라는 것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어. 우리 유대인들은 자기 감정을 밖에 나타내서는 안 돼. 모든 부자유를 꾹 참고 불평을 말해서는 안 돼. 할 수 있는 일을 힘껏 하고 나서 나머지는 신을 믿는 수밖에 없어. 이 무서운 전쟁은 어느 때든 끝나는 날이 있겠지. 우리가 유대 사람일뿐 아니라 다시 일반 국민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거야. 누가 이러한 괴로움을 우리에게 주었을까? 누가 우리 유대 사람을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게 했을까? 또 누가 오늘날까지 우리를 이러한 곤경 속에 빠뜨린 채 내버려두었을까? 우리를 지금과 같은 처지에 있게 한 것은 하나님일 것이며, 우리를 다시 구원해주는 것도 역시 하나님이실 거야. 우리가 이 고난을 참아 전쟁이 끝날 때, 그때까지도 아직 유대 사람이 살아남는다면, 그때야말로 유대 사람은 세상의 모범으로서 존경받게 될 거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종교에서 좋은 것을 배우지 않으리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니. 이를 위해서, 오직 이것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 고생해야만 해. 우리는 결코 네덜란드 사람이 아니고, 영국인도 아니고, 그러한 나라의 대표도 물론 아니고, 어디까지나 유대인이야. 우리는 그렇게 자부하고 있어. 내가 자유롭게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해. 나는 내가 여자―강한 성격의 용감한 여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만일 하나님이 나를 오래 살게 해주신다면, 엄마 이상의 인간이 되겠어. 보잘것없는 인간으로서 일생을 마치진 않을 작정이야. 세계와 인류를 위해서 일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용기와 행동이 필요하겠지. 안네. 1944년 4월 41일(금) 키티, 활짝 열어젖힌 창가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듣고, 두 볼에 따뜻한 태양을 느끼며, 사랑하는 소년의 팔에 안겨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그의 팔이 내 몸에 느껴지고 말은 없어도 그가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하면 부드럽고 행복한 기분에 잠기는구나. 이와 같은 침묵은 정말 값진 거야. 오오, 이 고요함이 다시는 깨지지 말기를! 1944년 4월 28일(금) 나는 열네 살 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을까? 정말로 아직 사춘기의 여학생에 불과할까? 나는 같은 나이 또래의 여느 아이보다도 고된 고생을 경험해왔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비교적 경험이 많아.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어. 그리워한 나머지 너무나도 빨리 나를 허락한 것 같아. 후에 다른 남자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자기의 감정과 이성이 언제나 내부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야. 감정도 이성도 나타낼 시기란 따로 있는 법이겠지. 내가 적당한 시기를 옳게 선택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 안네. 1944년 5월 3일(수) 너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이따금 절망적으로 “전쟁을 해서 무슨 소득이 있단 말인가! 왜 인간은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없을까? 이 파괴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하고 자문해본단다. 이 의문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이에 대한 만족스런 답변은 얻지 못했어. 왜 인간은 건설을 위해서 조립식 주택을 만들며, 한편으론 거대한 전투기나 폭탄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왜 매일 전쟁을 위해서 몇백만이란 엄청난 돈을 쓰면서, 의료 시설이나 예술가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돈은 한푼도 없을까? 이 세상에는 먹을 것이 너무 많아 썩혀버리는 곳도 있는데, 어째서 굶어죽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은 왜 이렇게 미치광이 같을까? 나는 아직 젊고 개발되지 않은 소질도 많이 가지고 있어. 젊고 건강하며, 모범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 그리고 아직 그 길 위에 있으니까 하루 종일 불평만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잖니? 나는 타고난 행복하고 쾌활한 성질과 힘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 해방의 날이 가까이 왔다는 것,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이 모험이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가를 매일매일 깨닫고 있어. 그런데 내가 왜 절망할 필요가 있겠니? 안네. 1944년 5월 6일(토) 저는 고생을 많이 해서 제 나이보다 숙성하니까 아빠는 저를 열네 살의 소녀라고 보실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그렇게 보셔서는 안 될 거예요. 전 제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아요. 전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뿐이에요. 아빠가 저를 타이르시더라도 제가 다락방에 가는 걸 막으실 순 없어요. 아빠가 그 일을 딱 금지하시든지, 그렇지 않으면 저를 어디까지나 신뢰하시든지 두 길 밖에는 없어요. 저를 신뢰하신다면 저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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