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염소들의 거리

엄창석 지음 | 민음사 펴냄

빨간 염소들의 거리 (엄창석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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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5.2

페이지

328쪽

상세 정보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사실적 문체로 존재와 신, 운명과 우연, 의식과 무의식 같은 존재론적 문제와 인간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 엄창석이 이번에는 10대의 이야기를 썼다. 학교라는 고삐에 묶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열다섯 살에 열차 사고를 겪은 후 사춘기를 경험하는 '나'는 재능을 뽐내기 위해 교내 미술부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미술에 대한 괴벽을 보이며 천재성을 발휘하는 진기섭을 만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며 영어 단어를 외웠던 단짝 '우흠'은 묵묵하고 다정하던 모습과 달리 어느새 학교 짱으로 거듭나며 '나'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고, 이들의 지켜보던 평범한 모범생인 '나' 역시 조심스럽게 일탈을 시도하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함께 학교 다니며 사춘기를 보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에서부터 학교 밖에서 만난 마음속 은사인 곤 씨의 죽음과 그 죽음이 일깨운 인생의 의미까지, 일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들이 10대의 풍경 안에서 사랑과 용기, 이별과 그리움의 형태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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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goldstarsky

인종적으로도 어느 정도 균일성이 유지되고, 공교육과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막대한 한국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사회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제 주변을 기준으로 주류와 비주류, 바람직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초라하고, 보잘것없이 보이는 이들에 대한 무시와 혐오가 쉽게 자리를 잡는다. 조선족이나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 쏟아지는 차별적 언어들이 온라인상에서 큰 호응을 얻곤 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 역시 한국과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음을 내보인다. 저자인 J.D. 밴스는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시작한 유망한 백인 젊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그가 러스트벨트라 불리는 미국의 구 공업지대 출신이란 점이다. 힐빌리는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나고 자란 백인들을 칭하는 말로, 그들이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점들이 이 책의 주제라고 할 만하다.

책에 따르면 러스트벨트는 미국 공업의 부흥과 함께 일어난 도시들을 묶어 칭하는 말이다.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미국 동북부로 길게 이어지는 이 도시들은 지난 수십년간 쇠락을 면치 못했다. 일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책적으로 제조업을 포기하고, 공장들을 아시아나 중남미로 이주하도록 한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 주민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고 복지정책에 기대어 살아가는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밴스는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자신의 세대에 이르는 가족의 역사를 통해 힐빌리와 미국이 마주한 문제를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법보다 총이, 돈보다 명예가 귀했던 초기 이민자들의 문화가 실제 삶에서 어떤 문화를 만들었는지를 내보이고 그 문제들을 서술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또래들과 어울려 밖으로 나다녔고 많은 여자들과 문제를 일으켰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용납하지 못했고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그 불안한 환경 속에서 밴스의 어머니는 불안한 정서를 가진 아이로 자라났다. 희망 없는 삶 속에서 밴스의 어머니는 많은 남자들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가정생활을 이어갔고 마약에까지 중독되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밴스는 이러한 일들이 개인이나 특정 가정의 문제가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힐빌리들이 비슷한 과정을 일상적으로 겪는다는 여러 연구를 통해 그는 그 사실을 증명해간다.

특히 흥미로운 건 힐빌리 아이들이 대학교에 거의 진학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꿈꾸지 못하고 학비가 싼 주립대 역시 언감생심으로 여기기 일쑤다. 그렇다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저소득의 편한 일에 만족하거나 복지정책에 기대는 것 말이다.

<힐빌리의 노래>를 읽다보면 힐빌리들이 처한 희망 없음이 선명하게 보이는 듯하다. 밴슨은 부모의 자리를 대신 채워준 조부모의 지지, 해병대 입대를 통해 예외적인 힐빌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예일대 입학 이후 겪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오히려 힐빌리가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화적 열등함을 확인한다. 그는 제가 성공한 엘리트로 신분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수많은 우연들이 도운 결과였단 걸 스스로 인정한다. 그것이 그가 이 책을 쓴 이유이며, 이 책이 미국 내에서 커다란 자극을 준 이유다.

한국에서도 이 책에 나온 수많은 갈등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경제적, 문화적 자산이 열등한 이들은 점차 중앙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가고 자립하는데 실패한다. 더욱이 급등하는 자산가치로 노동의 가치까지 추락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 성공을 거두는 사례보다는 일확천금을 기대하거나 일찌감치 포기하는 삶이 훨씬 더 많이 보이는 오늘이다. 벌어진 계층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반목하고 분노하며 혐오한다. 힐빌리에서 노랫소리가 끊어졌듯이 한국의 지방도시에서도 몰락의 징후들이 읽힌다.

미국이 <힐빌리의 노래>에 응답했듯이 한국 역시 우리의 힐빌리들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지음
흐름출판 펴냄

45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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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방

@reyiabang

오랜만에 들여다 본 소설책.
한번씩 고민했던 부분이 글로 전해져 그런지,
특유의 기질적 차이 혹은 환경적 차이가 사람을 어떻게 형상화하는지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주게 했다.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쉽고 빠르게 읽혀서인지 작가의 다른 저서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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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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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을 모델로 한 서머싯 몸의 소설. 해방과 자유를 바닥까지 긁어모아서 소설 위로 뿌려댄 것 같다. 이 소설은 뭔가 다른 세계를 열어서 그 안으로 나를 내보낸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었다. 내 상상 속의 스트릭랜드는 늘 무표정이 아니면 비소를 짓고 있었다. 스트릭랜드가 부러웠다. 나는 겁이 많아서 스트릭랜드가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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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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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사실적 문체로 존재와 신, 운명과 우연, 의식과 무의식 같은 존재론적 문제와 인간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 엄창석이 이번에는 10대의 이야기를 썼다. 학교라는 고삐에 묶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열다섯 살에 열차 사고를 겪은 후 사춘기를 경험하는 '나'는 재능을 뽐내기 위해 교내 미술부에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미술에 대한 괴벽을 보이며 천재성을 발휘하는 진기섭을 만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며 영어 단어를 외웠던 단짝 '우흠'은 묵묵하고 다정하던 모습과 달리 어느새 학교 짱으로 거듭나며 '나'와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하고, 이들의 지켜보던 평범한 모범생인 '나' 역시 조심스럽게 일탈을 시도하는데…

중고등학생 시절, 함께 학교 다니며 사춘기를 보냈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에서부터 학교 밖에서 만난 마음속 은사인 곤 씨의 죽음과 그 죽음이 일깨운 인생의 의미까지, 일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들이 10대의 풍경 안에서 사랑과 용기, 이별과 그리움의 형태로 찾아온다.

출판사 책 소개

다 싫고 친구만 좋았던 시절!

뜨거운 도시 대구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우정의 성장 드라마


열대의 도시 대구가 새로운 문학적 공간으로 부활했다. 대구 신천변을 중심으로 열여섯 살 소년들의 성장통을 다룬 소설 『빨간 염소들의 거리』를 통해서다. 1990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사실적 문체로 존재와 신, 운명과 우연, 의식과 무의식 같은 존재론적 문제와 인간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 엄창석이 이번에는 10대의 이야기를 썼다. 학교라는 고삐에 묶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어른 엄창석’이 소년소녀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의 손길이자 ‘작가 엄창석’이 세상에 내보내는, 소년에서 성년으로 가던 상처투성이 길에 대한 오래된 성찰의 결과물이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좀체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 염소처럼 제멋대로인 사춘기를 보내는 소년들의 방황기다. 하지만 이 같은 소년들의 행동은 사실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두 시간 동안 삼각뿔만 들여다봄으로써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삼각뿔 그리기에 자신만의 속도와 개성을 주입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성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날로 싸움 실력만 느는 다른 녀석은 상대방이 지닌 힘의 3분의 1만 가지고 있으면 그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에서 받은 감동을 행동으로 옮긴다. 가장 악한으로 그려지는 인물조차 자신만의 용기를 지니고 있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독립성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들은 미술반 선생님 등 이미 정해진 선생님 대신 각자 자기에게 배움을 주는 것에서 ‘선생님’을 발견한다. 폭력을 당할 때는 그것이 주는 고독에 대해 배우고 마음으로 존경한 곤 씨가 죽었을 때는 그와 함께한 시간에서 인생을 배운다.

10대를 그 자체의 독립적인 시기로 보려는 것 또한 이 소설의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10대 중반을 지나는 아이들의 사춘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시절을 단순히 인생의 가교나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단 한 번 세계의 심연에 닿는 인생의 진면목이 서려 있는” 시기로 그린다. 자아와 세계를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세계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조명을 비추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애처로운 시기가 1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세계의 문’이 닫혀 버리고 모두가 평범한 일상인(성인)으로 전락”하고 만다는 작가 엄창석은 그의 말 그대로 세계의 문이 닫히기 전, 가장 많은 생의 신비가 숨겨져 있는 시기를 확대해서 보여 준다.

발문은 시인 이하석이 맡았다. 이하석 시인은 『빨간 염소들의 거리』를 두고 “10대의 유적을 새롭게 발굴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하며 작품의 공간적 배경에 각별히 주목한다. 작가 엄창석의 10대를 감싸고 있던 실제 공간이자 작품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는 대구 신천변의 복잡한 골목이 있는 마을들. 작가가 자라면서 직접 경험한 이 풍경들은 아주 밀도 있게 그려지며 작품 내적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좁은 골목 모퉁이마다 어둡거나 찬란한 빛이 번쩍이고 있었던” 그 길들, “인생의 먼 비밀과 영원한 향수가 어려 있으며 영혼의 사금파리가 박혀서 지금까지도 빛을 뿜고 있는”, “온갖 상처로 얼룩진 구불구불한 그 골목”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혼자서 세계와 대면하는 첫 순간과 그 순간을 둘러싼 성장의 본질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문학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흥미 위주의 성장소설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의 길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안겨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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