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를 서성이다가 가끔씩 그래픽 노블류의 책을 대출하곤 한다.
제목은 오디세이아의 페넬로페의 그 페넬로페의 이름을 빌려와 이야기하고 있다.
글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더 어렵고 작업의 난이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만으로도 어려울 텐데 그림과 함께 주제를 표현해 낸다는 게 두 배의 집중도를 요하는 일이라는 느낌이다.
베를 짜지도 않고 아들도 없는 페넬로페는 전쟁터에서 일하는 의사다. 설정이 신화를 차용했지만, 신화의 내용을 비툴면서 젠더를 뛰어넘는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의 성별이 중요하진 않지만, 여전히 엄마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현실의 불편들을 불평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일을 그만두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받아들이려 한다. 거창한 신념을 말하며 가족들에게 선을 긋지 않지만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말한다. 그럼에도 가족들과 사이가 깊은 불화는 아니어서 일정 부분은 이해 내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일에 대한 인정을 그리고 있다고 느꼈다.
보통 여성이 엄마의 역할에 집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압박에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자녀를 두지 않는 경우가 여성에게 더 많지 않은가. 옮긴이의 글에서 페미니즘이나 젠더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실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말에서 다양성의 사랑의 삶이 앞으로의 사회적 변화의 흐름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서구 사회의 다양성이나 있는 그대로의 받아들임이 우리 사회보다는 좀 더 수용의 폭이 넓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우리 사회도 다른 사회와의 교류 속에서 다양성이 확장되어 가고 있는 흐름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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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딸이 있다. 일주일 후면 열여덟 살이 된다.
나는 그 애 옆에 있어 주지 못한다.
그 애를 보지 못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 아이를 위한 것이다.
자신의 방식대로의 사랑의 삶을 아이에게 말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딸이 이해해 줄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엄마가 스스로의 일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테지. 수채화의 그림도 이야기의 주제를 잘 전해주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