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딱 10년 앞서 태어나 많은 경험을 한 또 다른 내가 에세이를 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타인의 생각이 적힌 에세이를 읽는 것이 가끔 힘들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반드시 최소 한 가지 이상은 생각이 어긋나기에 단어 선택 하나, 경험에 대한 감상 하나로 인해 짜증 나고 작가 자체의 마인드가 싫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읽어본 많지 않은 기분 좋게 읽은 에세이 중에 단연 제일 좋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한두 가지 비슷한 점을 발견하다 보니 사소한 점까지 의미 부여하게 된다. 우선 작가는 세례명인 아나스타샤에서 따온 Ana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세례명은 아니지만, 엄마가 붙여준 내 영어 이름 Anna. 처음에 나는 플라이북에서 이름 때문에 매칭시켜 보내준 책인 줄 알았다. 스무 살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 캐나다를 사랑하는 것, 외국어에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은 것, 외국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아들의 이름이 노아인 것 -제일 놀랐다. 평생 내가 어릴 때부터 꼭 아들을 낳는다면 노아Noah하고 지으리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을 정도인데. -, 문학을 좋아하는 것, 평등을 추구하는 것, '절대'라는 말을 조심하는 것, 아이에게 '애기어'로 말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축구를 사랑하는 축덕이라는 것, 블로그에 글 적는 취미, 오랜 기간 피아노를 쳐서 막연히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것, 예민한 것, 그리고 마지막 세인트루이스까지.. 이거 완전 나 아니냐?? 라고 할 정도로 놀라워하며 읽었다. 물론 모든 것이 동일하지는 않다. 분명 작가는 나보다 용기 있고, 생각이 훨씬 깊고, 솔직하다. 그런 다른 점마저 내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믿음직스럽고 따르고 싶은 친한 언니가 며칠 동안 커피 마시며 지난 일을 말해주는 기분이었다.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는 내가 아직 겪지 못한 10년의 세월을 미리 조언해주는 느낌. 책은 너무 쑥쑥 잘 읽히고 남은 장수는 적어지는데 재밌고 아쉬웠다. 나를 위해 만들어진 책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나도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용기 있고 저돌적으로 나아가야겠다. 언젠가는 나도 솔직하게 웃으며 내 얘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 어떤 문제도 나 자신을 뛰어넘는 중요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