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올리버가 1963년부터 1992년까지 그가 썼던 시 중에서 엄선한 작품 142편을 수록했다.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의 숲과 바다를 매일 거니며, 야생의 경이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들에서는 자연을 향한 시인의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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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 내용 요약
메리 올리버의 시선집 『기러기』는 자연과 생명,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방식을 깊고도 담담하게 응시하는 작품집입니다. 그녀는 평생을 숲과 들판, 바닷가를 거닐며 눈에 보이는 작은 생명체들로부터 거대한 우주의 질서까지를 관찰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시들은 화려한 수식어를 걷어내고, 아주 단순하고 명료한 언어로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줍니다. 🌿
시인은 기러기가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세상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완벽함이나 성취라는
구정물에서 금잔화 피어나네.
모기떼 모슬린 천같이 덮인 늪가에서
구름옷 걸친 백로 날아오르네.
안개 같은, 운모 같은 보슬비 사이로
시든 이끼 벌판 되살아나네.
나는 죽는다면, 비 오는 날
죽고 싶어-
긴 비, 느린 비, 영원히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그리고 하늘이 비를 삽으로 퍼내고 퍼내는 동안 열 수 있는
작은 의식을 치르고 싶어.
그리고 그 의식에 오는 사람은 커다란 늪 가장자리를 돌듯
천천히, 생각에 잠겨서 여행하겠지.
- ‘마렝고 늪’, Mary Oliver
당신은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경이로운 걸
본 적이 있어?
해가
모든 저녁에
느긋하고 편안하게
지평선을 향해 떠가서
구름이나 산속으로,
주름진 바다로
사라지는 것-
그리고 아침이면
다시금
세상 저편에서
어둠으로부터 미끄러져 나오는 것.
한 송이 붉은 꽃처럼
천상의 매끄러운 길로 솟아오르는 것.
그러니까, 초여름 어느 아침에,
완벽하고 장엄한 거리를 두고서-
당신은 무언가를 향해
그런 격렬한 사랑 느낀 적 있어?
해가
몸을 내밀어
빈 손으로 서 있는 당신을
따스하게 해줄 때
당신을 채우는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소용돌이치는 말이
그 어느 곳, 그 어느 언어에 있을까-
아니면 당신도
이 세상을 등졌을까-
아니면 당신도
권력에,
물욕에
미쳤을까?
- ‘해’, Mary Oliver
싱가포르 공항에서
내 눈의 어둠 한 꺼풀 벗겨졌지.
여자화장실에, 문이 열린 칸이 있었어.
한 여자가 거기서 무릎을 꿇고 앉아, 흰 변기에 무언가를 닦고 있었지.
배 속에서 역겨움이 고개를 들었고
난 주머니 속 비행기표를 만지작 거렸어.
시에는 늘 새들이 들어 있어야 하지.
이를테면 선명한 눈과 화려한 날개를 가진 물총새.
강들은 유쾌하고, 물론 나무들도 그렇지.
폭포도, 만일 그게 불가능하다면, 솟았다가 떨어지는 분수도.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 하지.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난 그 얼굴에 화답할 수 없었어.
그녀의 아름다움과 당혹감이 서로 다투었고, 둘 다 이길 수 없었지.
그녀가 미소 지었고 나도 미소 지었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
누구에게나 직업은 필요해.
그래, 사람은 행복한 곳에, 시 안에 서고 싶어 하지.
하지만 먼저 우리는 그녀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노동을 내려다보는 걸 보아야 하지.
그녀는 자동차 휠 캡만큼 큰 공항 재떨이들을 파란 걸레로 닦고 있어.
작은 손으로 철제 재떨이를 돌리며 문지르고 헹구지.
그녀는 일을 느리게도, 빠르게도 아니고 강물 흐르듯 해.
그녀의 검은 머리는 새의 날개 같아.
나는 그녀가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걸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아.
나는 그녀가 그 찌든 때와 구정물에서 일어나 강을 따라 날아갔으면 좋겠어.
아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하지만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세상이 그저 고통과 논리뿐이라면, 그 누가 세상을 원하겠어?
물론, 세상은 그렇지 않아.
나는 지금 무슨 기적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삶에서 환히 비치는 빛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녀가 파란 천을 펼쳤다 접었다 하던 모습,
오직 나를 위해 짓던 그 미소, 그래서
이 시도 나무들과 새들로 가득하지.
- ‘싱가포르’, Mary Oliver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초원들과 울창한 나무들,
산들과 강들 위로.
그러는 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으로 향하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저 기러기들처럼 거칠고 흥겨운 소리로 너에게 소리치지-
세상 만물이 이룬 가족 안에 네가 있음을
거듭거듭 알려주지.
- ‘기러기’, Mary Oliver
봐, 나무들이
스스로
빛의
기둥으로
변하며,
계피와
실현의
짙은 향 풍기고 있어,
끝이 뾰족한
부들의 긴 가지들
연못의
푸른 어깨 위로
솜털 터뜨려 흩날리고,
연못마다,
그 이름이
무엇이든,
이제 이름이 사라지지.
해마다
내가 평생
배운
모든 것들
불과 상실의 검은 강으로
돌아가지,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 ‘블랙워터 숲에서’, Mary Oliver
모든 것들이
변해가지, 모든 것들이
긴 오후의
푸른 소매 속으로
빙그르르, 툭 날아들기 시작하지.
모든 것들이 물러지며 끓어올라
물질과 빛깔로 돌아가는 사이,
풀들이 소멸된 입으로
우우 휘파람 불지. 모두가
자신의 매력을 잊으며, 속삭이지.
나도 망각을 사랑해, 거기엔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잖아. 지금이야,
동그랗게 말린 밝은 잎들이 속살거리지. 지금이야!
바람의 근육이 윙윙거리지.
- ‘마지막 날들’, Mary Oliver
얼음같이 차가운 발길질, 끊임없는 파도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나는 팔을 휘젓고
기침을 해대다가, 마침내 육지를 발견했지.
아마도, 누군가,
중세의 격언을 기억하며,
나를 물에 던진 모양이야,
수영하는 법을 배우라고.
그 사람은 알지 못했던 거지,
그 길고 외로운 하강과 광적인 상승에서
돌아온 이들은,
수영은 하나도 못 배우고,
그저 꿈과 연민, 사랑과 품위를
하나씩 포기하고
어디에서든 살아남는 법만을 배운다는 걸.
- ‘수영 가르치기’, Mary Ol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