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달>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기획전시 <SF2021: 판타지 오디세이>와 연계하여 기획된 소설집이다. 여덟 점의 시각 작품에서 뽑은 단어(나선 형의 통로, 뉴토피아 등)를 다섯 명의 소설가에게 제시했고, 소설가는 하나 또는 두 개의 단어를 골라 소설을 만들었다. 단어는 미술 작품에서도, 소설 작품에서도 작품의 핵심 주제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신 미술과 소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 작동한다.
기존의 관습이 깨지고 새로운 규칙이 강조되는 SF의 세계를 다양한 작가를 통해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각자의 소설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꾸려 나가서 신비롭고 그 세계를 이해하며 읽어내려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위기를 해결하려는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이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주인공이 세계에 적응하고 이해하고 세상을 (그게 만들어진 세상일지라도) 구하려는 이야기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져 흥미로웠다. 듀나의 <셰익스피어의 숲>은 처음 보는 서술 방식에 좀 낯설었는데, 읽다보니 이게 수업에서 배운 '메타픽션'이구나 깨달았다.
가장 인상 깊은 건 조예은의 <릴리의 손>이었다. 다섯 명의 작가 중에서 유일하게 다른 글을 읽어본 작가여서 더 그랬던 거 같다. 쭉쭉 잘 잃혀지는 조예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벌어진 '틈'으로 차원이 달라져 만날 수 없는 두 인물이 떨어진 기계 손을 잡으며 함께 있는 기분, 그보다 더 오묘한 감정을 느끼는 게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