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자본주의

사야크 발렌시아 (지은이), 최이슬기 (옮긴이)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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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6.25

페이지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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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시인,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사야크 발렌시아의 저서. 부를 생산하는 도구로서 자본주의와 공모한 폭력이 어떻게 우리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는지 살피고, 이것을 규정할 언어를 발명하고, 이를 넘어서는 반격을 제안하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뚜렷하다. 우리가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언가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책에서 말하는 '폭력'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신체를 파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내장을 전시하는, 살아 있는 '몸'을 대상으로 한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그것이 어떻게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품으로 변하고, 전 세계에 유통되고, 부를 생산하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첫째 목적이며,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 도시 티후아나의 사례를 통해 이 현상에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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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여우

@bulyeowoo

이 책은 제1세계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흐름의 공식 담론에서 배제된 국가가 ’생존 전략‘으로 채택한 마약 카르텔•납치 사업 등의 지하 경제를 폭력과 결부하여 설명해 나간다. 고도로 개인주의화되고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소외된 남성들은 고전적 남성성 상실의 위협에 대한 공포에 대한 하나의 응답처럽 폭력을 받아들이고, 미디어의 미화되고 스펙터클화된 고도로 선정적인 폭력의 이미지는 신체•생명을 소비가 가능한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동시에 폭력에 대한 열광은 범죄를 하나의 대중문화로 만들면서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도록 하면서 현실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써 극단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헤게모니적이고 원초적인 남성성에 복종하는 것은 타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까지 파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으며, 무기•약물•액션•죽음에 대한 광기와 숭배는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세계를 형성한다.

한국은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극심한 국제 사회의 변동과 갈등 속에서 언제까지고 (나름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전세계의 경제적•안보적 불안 속에서 유명인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까지 약물에 가까워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나, 마약이 역사적으로 전쟁과 노동력 착취에 십분 활용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변형된 형태의 고어 자본주의가 우리나라를 지배하여 피로 물든 끔찍한 생명정치 이데올로기를 형성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SNS와 암호화된 메신저 등을 통해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약물의 판매가 이루어지며, 인터넷 기사창을 한창 도배했던 ‘대리구매’는 약물과 성매매의 연결고리를 잘 보여준다. 금기에 대한 위반은 약물•성•폭력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본능이다.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좌절감을 너무도 쉽게 공격성으로 표출하게 될 것이고, 이런 광폭함의 결과들은 인류를 점멸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ㅎㄷㄷ

고어 자본주의

사야크 발렌시아 (지은이), 최이슬기 (옮긴이) 지음
워크룸프레스(Workroom) 펴냄

2022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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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트랜스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시인,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사야크 발렌시아의 저서. 부를 생산하는 도구로서 자본주의와 공모한 폭력이 어떻게 우리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는지 살피고, 이것을 규정할 언어를 발명하고, 이를 넘어서는 반격을 제안하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뚜렷하다. 우리가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언가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책에서 말하는 '폭력'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신체를 파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내장을 전시하는, 살아 있는 '몸'을 대상으로 한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그것이 어떻게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품으로 변하고, 전 세계에 유통되고, 부를 생산하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첫째 목적이며,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 도시 티후아나의 사례를 통해 이 현상에 접근한다.

출판사 책 소개

트랜스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 시인, 퍼포먼스 예술가이자 활동가인 사야크 발렌시아의 『고어 자본주의』가 출간되었다. 부를 생산하는 도구로서 자본주의와 공모한 폭력이 어떻게 우리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는지 살피고, 이것을 규정할 언어를 발명하고, 이를 넘어서는 반격을 제안하는 이 책이 말하는 바는 뚜렷하다. 우리가 당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이것'이 우리에게 무언가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맨 처음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 티후아나. 오후 6시. 몇 년 만에 고향을 찾은 사야크 발렌시아는 동생과 함께 집으로 향하던 도중 앞을 달리던 픽업트럭에서 떨어진 검은 자루와 마주친다. 도로에 튕기며 그들의 눈앞에서 찢어진 자루에서 튀어나온 것은 토막 난 몸통. 아직 머리가 붙어 있는, 짙은 색 머리카락과 커다란 눈을 가진 한 남성의 절반. 순간 닥쳐 온 쇼크와 긴장증, 실어증, 무력감. 사야크는 잠시 후 떨리는 목소리로 조수석에 앉은 여동생에게 간신히 묻는다. "저거 뭐였어?" 자신이 본 것이 제발 헛것이었기를 바라는 그 질문에, 동생은 차분히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토막 난 남자 몸통이었어, 사야크. 여기 티후아나야." 이 책은 "여전히 어떤 밤에는 반복해서, 느린 동작으로 떨어지는" 그 몸통에 대한 저자의 응답이다.

고어의 수도 티후아나에서 보내 온 자본주의와 폭력의 공모에 대한 고발

이 책에서 말하는 '폭력'은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신체를 파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내장을 전시하는, 살아 있는 '몸'을 대상으로 한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그것이 어떻게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품으로 변하고, 전 세계에 유통되고, 부를 생산하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첫째 목적이며,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 도시 티후아나의 사례를 통해 이 현상에 접근한다.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잣대로 옳고 그름을 논하는 대신, 그 폭력에 꼬리표를 달아 안 보이는 곳으로 밀어 넣는 대신, 현 자본주의 담론이 이 현상을 설명하기에 역부족임을 입증하고 새로운 이론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공포 영화 장르에서 '고어'라는 용어를, 중세 문학에서 '엔드리아고'라는 용어를 빌려온다. 생생한 폭력을 묘사함으로써 육체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몸의 훼손을 극화하는 고어적 행위는 이미 스크린을 뚫고 나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를 완전한 치사 상태에 빠뜨리는 스너프의 단계로 신속히 이행하고 있음을 경고한다.
『갈리아의 아마디스』에 등장하는 인간과 히드라, 용이 섞인 괴물 엔드리아고는 이 고어적 행위를 실천하는 주체로서, "현재의 세계는 괴물들의 귀환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고 주장한 메리 루이스 프랫의 논지를 따른 선택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세계화 기획이 어떻게 노동과 자본에 대한 가치의 해체와 재구성을 가져왔는지 추적하고, 남성 우월주의적인 이성애 가부장제 아래에서 어떻게 엔드리아고라는 극단적인 주체가 탄생했는지 밝히며,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기업가 정신을 장착한 이들이 어떻게 폭력을 자본을 생산하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지 낱낱이 고한다.

어느 누구도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

"얼마 전에 한 멕시코 신문에 이런 만평이 실렸습니다. 악마가 굉장히 근심스러운 듯이 지금 국가적으로 심각한 폭력 사태에 대해서 동료와 이야기하는데요, 악마가 말합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멕시코가 콜롬비아처럼 될까 봐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지옥이 멕시코처럼 될까 봐 무서워….'"(41쪽)

2008년의 인용문이다. 2020년 멕시코에서는 3만 4515명의 살인 피해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티후아나에서만 2000명이 넘는 사망자 수가 기록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 탓인지 전년보다 줄어든 숫자다. 저자는 티후아나와 같은 국경 지대는 고어 자본주의가 좀 더 확연히 드러나는 곳일 뿐, 고어적 관행은 이미 소위 제1세계가 당면한 문제라고 말한다. 오히려 고어 자본주의에 대해 무지하고 설명할 논리도 부족한, 그동안 고어 자본주의의 최대 소비자로서 이를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겨 온 곳들이 더 취약할 수도 있다.
역자도 후기에서 밝히듯, 고어적 관행과 이를 실천하는 엔드리아고 주체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한창 이 책을 번역하고 있을 때 N번방 사건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죽은 몸, 학대당하고 훼손당한 몸이 살아 있는 몸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남성 우월주의적 폭력을 휘두르는 새로운 범죄 계급의 탄생과 거대한 성 착취 카르텔. 고어 자본주의의 세계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가 책에서 밝히는 "윤리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규범과의 이러한 단절을 명확히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서 "합법 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수백만 생명을 구할 수 있을 특정 의약품을 사유화하고 상업화하는 제약 회사" 역시, 우리는 현실에서 목도한다.
이제 더는 "그저 자신이 사는 방식은 다르니까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질문하고 저항하는 새로운 인식론적 범주로서 트랜스페미니즘

서두에서 경고하듯, 저자는 서구 세계가 제공하는 "온정적인 위계질서" 내에서 고어 자본주의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주변화된 남성성에 뿌리내린 엔드리아고 주체성을 전복할 저항의 축으로서 이 주제를 복수의 페미니즘(들)과 연결한다. 엔드리아고 주체는 단순히 자본주의 시스템에 부적응한 실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고어적 행위와 시신정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패권적 자본주의가 결합해 선사하는 좌절과 실패의 감각을 뒤바꿀 하나의 돌파구이자, 버팀목이기도 하다.
그 반대편에 트랜스페미니즘이 있다. 둘 다 세계화의 맥락 속에서 등장하고, 반체제적 투쟁의 방식으로 형성되었지만, 엔드리아고 주체성과 달리 디스토피아적이지 않은 다른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힘에 반격할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트랜스페미니즘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의 한계를 넘어 생각하는 길을 열어 준다. 좁은 의미의 사회적 운동이 아닌, 질문과 저항을 위한 새로운 인식론적 범주로서 트랜스페미니즘은 퀴어 다중을 통해 우리 몸을 해방시킬 가능성을 열어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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