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사라진 손바닥 (문학과지성 시인선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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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출간일

2004.8.27

페이지

115쪽

상세 정보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하면 떠오르는 나희덕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간명하고도 절제된 형식과 시어가 돋보인다. 등단 15년째를 맞은 시인의 눈길은 이제 '따뜻함/단정함'의 지층 아래에까지 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둠'과 '밝음'처럼 대립되는 시어들은 이내 길항의 관계 속에 조용히 녹아든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 도식 속에 삶의 복합성을 구겨넣으려는 태도와 정면 배치되는, 모성적 따뜻함과 포용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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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yujung0602

# 비에도 그림자가

소나기 한 차례 지나고
과일 파는 할머니가 비 맞으며 앉아 있던 자리
사과 궤짝으로 만든 의자 모양의
고슬고슬한 땅 한 조각
젖은 과일을 닦느라 수그린 할머니의 둥근 몸 아래
남몰래 숨어든 비의 그림자
자두 몇 알 사면서 훔쳐본 마른 하늘 한 조각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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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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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하면 떠오르는 나희덕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간명하고도 절제된 형식과 시어가 돋보인다. 등단 15년째를 맞은 시인의 눈길은 이제 '따뜻함/단정함'의 지층 아래에까지 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어둠'과 '밝음'처럼 대립되는 시어들은 이내 길항의 관계 속에 조용히 녹아든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 도식 속에 삶의 복합성을 구겨넣으려는 태도와 정면 배치되는, 모성적 따뜻함과 포용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이다.

출판사 책 소개

부드럽고 따뜻한 생명들의 광휘와 그 성찰의 순간,
빛/어둠, 모순형용의 삶을 다독이는 모성의 손길!


‘따뜻함’과 ‘단정함’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나희덕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 『사라진 손바닥』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에서도 나희덕 시의 간명하고도 절제된 형식-구조적 측면은 두드러진다. 그러나 등단 15년을 맞은 시인의 눈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따뜻함/단정함’의 지층 아래에까지 시선을 보내 시적 이미지를 보다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 그로서는 이번 시집이 새로운 시 세계의 표지판인 셈이다. 나희덕 시인은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대위법적 긴장 관계 속에 놓지만, 이러한 긴장은 대립의 관계이기보다는 길항의 관계 속에서 적절히 조응한다. 이처럼 대립하는 것들을 싸안고자 하는 노력의 결정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새로 선보이는 표지판이다.

『사라진 손바닥』은 망각되어 잊혀져간 것들을 기억 속으로 소환함으로써 그것들에게 재생의 삶을 부여한다. 그러니 그 시의 언어 속에 사라져간 것들에 대한 애달픔과 연민의 감정들이 절실하게 스며들어 있음은 자명하다. 나희덕의 시 세계에서는 자식의 주검을 앞에 둔 어미의 심정 같은 이 크나큰 슬픔과 사랑의 감정이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을 망각의 무덤 속에서 불러내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흰 나비가 소매도 걷지 않고
봄비를 건너간다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

그 고요한 날갯짓 속에는
보이지 않는 격렬함이 깃들어 있어
날개를 둘러싼 고운 가루가
천 배나 무거운 빗방울을 튕겨내고 있다
모든 날개는 몸을 태우고 남은 재이니

마음에 무거운 돌덩이를 굴려 올리면서도
걸음이 가볍고 가벼운 저 사람
슬픔을 물리치는 힘 고요해
봄비 건너는 나비처럼 고요해

비를 건너가면서 마른 발자국을 남기는
그는 남몰래 가졌을까
옷 한 벌, 흰 재로 지어진 ― 「재로 지어진 옷」 전문

“흰 재로 지어진” 날개를 단 이 나비의 상징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적 이미지를 구성한다. 저 날개는, “비를 맞으며 맞지 않으며”라는 모순어법의 구절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한편으로는 누에의 눈물겨운 노동으로서의 직조술의 산물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을 향한 영혼의 비상이라는 양 측면을 동시에 상징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같은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둠,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갖는 모순형용의 시적 긴장 속에 나희덕 시의 언어적 특성이 똬리를 틀고 있다. “죽음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이 시장기”(「국밥 한 그릇」)라는 이 처절한 모순 속에 존재들의 삶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희덕 시의 진정한 면모는 그 자체로 빛이자 어둠인 이 모순형용의 삶을 통째로 부둥켜안고 등을 다독이는 어미의 시선과 손길 같은 그 시적 태도 속에 자리한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혹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도식 속에 삶의 복합성을 구겨 넣음으로써 그 어느 한쪽의 억압과 희생을 전제로 다른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태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나희덕 시의 모성적 따뜻함은 바로 이러한 복합적인 삶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껴안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에서 기원하는 것이다.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 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 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 「사라진 손바닥」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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