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축 위에는 사람이 없으니까
외줄을 타자.
그럴까.
*
그런데 나는 어떤 길이의 릴레이에
이렇게 속하고 만 것일까.
시간은 왜 이토록 따뜻하게
보통빠르기로 보조를 맞추는 것일까.
초읽기에 들어가서도
나를 버리지 않는 것일까.
*
좌표를 잃은 것 같다.
미래를 팔아 동정을 산 것 같다.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것만 같다.
깊은 소외감을 추슬러
fuck, 나는 기껏 운다.
- ‘허와 실’, 신해욱
어제는 화요일.
내일은 수요일.
오늘은 음력의 비가 온다.
비를 피해
성모상의 엄지발가락을 문지르고 무릎을 꿇는
흉내를 낸다.
잘하면 은총의 빛이 퍼진다지만
(저는 믿음이 없으니까 보험에 들게 해주십시오)
나는 불신지옥이 무서웠다.
고개를 들면
우연에 중독된 얼굴이 천천히
거기 계실 것이었다.
맹목으로 윙크를 하실 것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강 같은 눈물을 흘리며
도무지 도무지
내일을 참을 수가 없게끔
오늘의 비가 액면 그대로
그칠 수가 없게끔
- ’홍수‘, 신해욱
검은 개가 똥을 먹었다.
검은 개의 혓바닥이 나의 영혼을 핥았다.
검은 개의 눈이 나를 피했다.
그것이 일종의
사랑이어서
나는 슬프고 더러웠다.
추문이 깊었다.
태어날 때부터 지닌 비밀을
개와 나눌 수는 없었다.
- ‘개의 자리’, 신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