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퀴어, 노동을 소재로 디저트와 차처럼 달콤쌉싸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조우리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서로를 이모와 조카로 칭하는 중년 레즈비언 ‘성희’와 일곱 명의 여성 이야기다.
이 책 어때요?
Q&A
이 책의 한줄평
0
아직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게시물
4
이 책이 담긴 책장
요약
이어달리기 (조우리 연작소설) 내용 요약
『이어달리기 (조우리 연작소설)』은 조우리가 2022년 2월 21일 한겨레출판에서 출간한 연작소설집으로, 2011년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으로 데뷔한 저자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ISBN: 9791160407525). 📖 1980년 인천 출생의 조우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하고,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팀플레이』 등으로 여성, 퀴어, 노동을 주제로 달콤쌉싸름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책은 혈연이 아닌 선택적 가족 관계를 형성한 중년 레즈비언 ‘성희’와 일곱
시한부 인생의 한 여자가 자신의 인생이 길에서 만난 일곱 조카들을 장례식장에 초대한다. 아직 죽지도 않은 사람의 장례식이라는 소재가 참 낯설면서 특이했다. 동시에 내가 훗날 살아있을 때 열릴 내 장례식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누구를 초대할지도 생각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소설 속 ‘성희’는 내가 참 닮고 싶을 정도로 멋진 어른 이었다. 세상에 이런 어른만 있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멋지고 자존감 높게 자랄 수 있을 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건강하고 멋진,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멋있는 어른이었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는 조카들이지만 삶을 마감하는 와중에 진심으로 그아이들을 위한 미션을 주며 자기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자신과 같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게끔 도와주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말이 이 소설 속에서는 100% 이해되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멋진 어른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들은 정말 복이 많은 아이들이고, 그리고 그 사랑의 힘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멋지고 건강한 어른이 되고 싶다. 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술술 읽히는 책인데 술술 읽으면 안 되는 책이랄까. 연작소설이어서 그런 것 같다. 수업 텍스트이기도 해서 한 번은 술술, 한 번은 꼼꼼하게 읽고 정리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별로였는데,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은은하게 좋았다. (형식적으로는 윤이형의 『붕대 감기』(작가정신, 2020)도 떠올랐고. 물론 완전 다르긴 합니다만.) 여성, 퀴어, 노동을 주로 다루어온 조우리이고, 이번 작품에서는 여성과 퀴어와 그들의 관계가 보다 부각되어 있다.
조우리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창조했다!
*
성희에게는 혈연관계가 아닌 일곱 명의 조카가 있다. (이 연작소설집은 한 사람당 한 개의 이야기, 즉 일곱 편의 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모인 성희는 조카들이 어렸을 적 나는 이런 어른이 되어야지, 하고 상상했던 조각들의 모음이자 교집합이다. 그는 조카들에게 미션을 보내고, 그것은 펜팔을 가장한 후원이다. 자신이 가진 사소한 것들을 아이에게 기꺼이 나누고자 하는 어른. 그리고 202X년, 일곱 조카에게 성희의 마지막 미션이 도착한다.
*
이 책은 삶으로 하는 여러 층의 이어달리기를 형상화한다. 이어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각도, 속도, 보폭, 자세 모두 중요하지.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연습이야. 이어달리기는 주자들이 같이 연습하는 게 제일 중요해." 연습이다. 이 책은 수없는 배턴 터치의 훈련장이다.
주의할 점 하나, 배턴은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넘겨주는 것이다. 인물들이 손에 쥔 배턴은 삶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담을 수도 있지만, 배턴을 받을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터치는 무책임하다. 주의할 점 둘, 배턴은 주고받는 것이다. 진짜 달리기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삶의 이어달리기에서는 누구도 주기만 하거나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당분간 삶은 끝이 없을 테니까.
*
성희는 편지로 조카들에게 미션의 내용을 전해 왔다. 그는 편지를 쓰기 전에 미리 수첩에 내용을 적은 다음 옮겨 적는다. 왜? "남겨두는 거야." 성희는 자신의 수첩을 들여다보면서 마저 대답했다. "보내고 나면 내가 쓴 편지는 다시 읽을 수가 없으니까." 그에게 "말은 약속이기도 해서, 무슨 약속을 했는지 잊지 않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나도 편지를 쓰고 난 후 그걸 찍어놓은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 보냈던 나의 마음은 온전히 너를 위한 것이지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언젠가, 나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인용된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문장은 이러하다.
"답장은 없어도 괜찮아. 내가 너에게 어떤 말을 주었는지 내가 알고 있으니까. 기억하니까. 그거면 충분해."
(P.S. eBook으로 읽어서 인용한 구절의 페이지를 병기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