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브래디 미카코 (지은이), 정수윤 (옮긴이) 지음 | 은행나무 펴냄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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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3.18

페이지

320쪽

#공감 #사회문제 #엠퍼시 #차별 #혐오

상세 정보

사회 속에서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편견과 혐오를 넘어설 수 있게 만드는 ‘엠퍼시'에 대하여

혐오와 분열이 오늘날처럼 격해지기 이전부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지금까지도 이해와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나 강연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 같은 기존의 갈등 구도에 ‘이대녀’와 ‘이대남’, ‘자가’와 ‘임대’ 등 새로운 경계까지 만들어지며 혐오와 분열이 오히려 극심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해와 공감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닐까.

전작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에서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가 심각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로 차별과 다양성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풀어낸 브래디 미카코는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상상력 엠퍼시(empathy)를 혐오와 분열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나와 감정·의견·주장 등이 비슷한 타인에게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엠퍼시는 나와 타인은 다르다는 명확한 인식을 지니고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상상해보는 지적 능력으로 공감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경제 문제, 심리와 교육, 문화와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를 엠퍼시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여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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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님의 프로필 이미지

이주연

@yijuyeonxm0c

보육사라는 저자의 직업과 일본인이지만 영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제3자적인 시점, 영국에서의 삶에서 체험한 사회적 현상이나 감정에 대한 의견들이 많은 독서와 사유의 깊이가 느껴졌다.
인용된 많은 책들을 저자가 읽은 느낌으로 풀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사유하는 힘의 밑바탕이 독서와 뗄 수 없는 점이라는 게 새삼 깨닫게 된다.
11장 발 밑에 초록색 담요를 깔다편이 책의 중심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중학생인 저자의 아이가 학교에서 '엠퍼시'에 대해서 토론 수업을 하면서 나누었던 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청소년 때부터 타인과의 감정을 어떻게 수용하고 공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교육은 우리 교육에도 필요하고 정착되어야 할 부분이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인식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로 노년층이 돈을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서 서구적인 것이라서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세계관의 차이라고 제시한 부분이 기존의 고정관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이라면 역시 서양인들이 더 교양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한다고 해석되었던 부분이, 동양과 서양의 인식 차이일 뿐이라는 설명과 해석이 서구 지향적 선입견을 되새겨 보게 한다.


16쪽
엠퍼시의 대상인 '타인'에게는 지정된 조건이나 제한이 없다. 하지만 심퍼시의 대상에는 가엾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 지지나 동의를 표할 사상,이념을 지녔거나 그러한 조직 등에 속한 사람, 비슷한 의견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제약이 붙는다.
심퍼시는 가여운 사람이나 나와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품는 감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나오는 행동이고, 엠퍼시는 딱히 가엾지는 않고 나와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누군가의 입장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해 보는 지적 작업이라 하겠다.

35쪽
'소속'이라는 감각에 강한 집착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인간은 특정한 소속이 자기를 지켜준다고 믿고 그 감각에 기댈수록 자기 신발에 얽매여 자기 세계를 좁혀간다.

112쪽
즉 자기 일은 어떻게든 자기가 알아서 해야만 하는 '자조'와 누군가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자립'은 명백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자조'는 자기 주위의 사람들로 한정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느끼는 심퍼시와도 이어진다.

210쪽
타인의 신발을 신는다면 나는 어떻게 느끼고 상상하는 능력(엠퍼시)은 사고라는 쿠션이 개입하는 만큼 발휘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심퍼시는 빠르고 엠퍼시는 느리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브래디 미카코 지음
은행나무 펴냄

2022년 10월 10일
0
자유이님의 프로필 이미지

자유이

@jayuyi

empathy :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
sympathy : 누군가를 가엽게 여기는 감정, 누군가의 문제를 이해하고 걱정하고 있음을 드러냄. 어떤 사상이나 이념, 조직 등에 지지나 동의를 표하는 행위. 비슷한 의견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우정이나 이해.

혐오와 차별이 심화되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시대인 현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본다고 생각해 보자. 신발은 신으면 신을수록 신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 사이즈의 신발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신발은 나에게는 불편하다.

하지만 신어보면 왜 그렇게 걸었는지, 왜 신발이 그렇게 변했는지 알게 된다.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식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뜬금없이 신발 타령을 하는 이유는 이번에 읽은 책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를 리뷰하기 위해서다.

'타인의 신발'을 어떻게 신으면 되는지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결국 '발밑에 담요를 깔고 민주주의 세우기'로 끝나 버린다.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은 어려운 것일까?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브래디 미카코 (지은이), 정수윤 (옮긴이)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읽고있어요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22년 9월 14일
0
Lucy님의 프로필 이미지

Lucy

@lucyuayt

폴 블룸은 감정적 엠퍼시와 인지적 엠퍼시의 차이를 논하며 둘 중 위험한 것은 감정적 엠퍼시라고 지적했다. 이는 1950년대 심리학자들이 주장한 ‘타인에게 자신을 투사하는 것은 진짜 엠퍼시가 아니다.’라는 주장과 맥이 닿는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와 가족의 마음을 상상하면 범인을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SNS에 떠돌고, 용의자를 호송하는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도 냉정하게 피해자와 가족의 마음이 되어본다면, 당사자들은 불행한 사건을 잊고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여 모르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자꾸 사건이 뉴스가 되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가해자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는 것은 자신의 상상과 분노를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투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할 수 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겠다며 실은 자기 신발을 신고 타인의 영역을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꼴이다.

“무슨 말을 했든지, 생각을 언어로 꺼낸다는 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나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지만, 누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그 애는 자기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사과했잖아. 그래서 나, 오후는 굉장히 기분 좋게 보냈어.”
언어는 사람을 불행하게도 분노하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화해시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아이가 사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의 마음에는 같은 반 친구에 대한 어두운 감정이 깃들었으리라. 딱딱하게 굳어가고 검고 불온한 무언가가 “미안해”라는 말 한 마디로 사르르 녹아버렸다.
“실은 나도 좀 반성했어. 그 애, 자폐증이 있거든. 그래서 솔직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애가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 그건 내 안에 있는 편견이었어.”
그 소년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게 아시아인이라고 믿었다면, 아이는 아이대로 자폐증 소년에게 항의해봐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언어는 자기가 믿고 있던 것을 녹인다. 딱딱하게 굳은 것, 얼어버린 것, 불변이라고 여겼던 것을 녹여서, 바꾼다. 누군가의 신발을 신기 위해서는 자기 신발을 벗어야 하듯, 사람이 바뀔 때는 고리타분한 나를 녹일 필요가 있다. 언어에는 그것을 녹이는 힘이 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이 가능한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에게 걸어놓은 저주를 풀 필요가 있다. 타인이 만들어놓은 상자 속에 있으면서 타인이 멋대로 붙인 라는 라벨이나 같은 원료 목록을 붙이는 것을, 그러한 저주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분류한 상자의 원료 목록을 쉽게 믿기 때문에, 사실은 그런 맛이 전혀 나지 않는데도 원료 목록 향신료 이름을 보고 “그러고 보니 분명 그런 맛이 난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 원료 목록에는 두개골 두께, 유전자의 염색체, 여성 뇌 남성 뇌 등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역사적으로 차별이나 편견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언설에 이용되어 왔다.

더 나쁜 건 이 원료 목록이 과학적 증거가 되어 자주 상식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카무라 다카유키의 에서 ‘어떠한 사회의 상식은 다른 사회나 다른 시대에는 통용하지 않는 부분이 반드시 있다’고 썼다.
상자의 내용물을 설명하는 원료 목록이 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이는 차별을 옹호하는 이들이 자기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쓴 것이다. 사카구치 안고 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가엾고 나약한 존재이므로, 누군가를 배제하건 차별하건 정당한 근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리라.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브래디 미카코 (지은이), 정수윤 (옮긴이) 지음
은행나무 펴냄

읽었어요
2022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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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혐오와 분열이 오늘날처럼 격해지기 이전부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지금까지도 이해와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나 강연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 같은 기존의 갈등 구도에 ‘이대녀’와 ‘이대남’, ‘자가’와 ‘임대’ 등 새로운 경계까지 만들어지며 혐오와 분열이 오히려 극심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해와 공감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닐까.

전작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에서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가 심각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로 차별과 다양성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풀어낸 브래디 미카코는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상상력 엠퍼시(empathy)를 혐오와 분열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나와 감정·의견·주장 등이 비슷한 타인에게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엠퍼시는 나와 타인은 다르다는 명확한 인식을 지니고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상상해보는 지적 능력으로 공감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경제 문제, 심리와 교육, 문화와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를 엠퍼시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여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출판사 책 소개

공감을 넘어선 상상력 ‘엠퍼시’의 발견

일본 100만 부 베스트셀러 시리즈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브래디 미카코 신작!

“엠퍼시라는 상상력을 통해 나와 너의 세계가 만날 수 있음을,
혐오와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원영 변호사·이길보라 감독 강력 추천!

공감 에세이와 ‘좋아요’가, 그보다 많은 혐오와 ‘싫어요’가 넘쳐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을 넘어선 ‘상상력’이다

혐오와 분열이 오늘날처럼 격해지기 이전부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지금까지도 이해와 공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이나 강연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여당과 야당, 영남과 호남 같은 기존의 갈등 구도에 ‘이대녀’와 ‘이대남’, ‘자가’와 ‘임대’ 등 새로운 경계까지 만들어지며 혐오와 분열이 오히려 극심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해와 공감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게 아닐까.
전작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에서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가 심각한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로 차별과 다양성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풀어낸 브래디 미카코는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상상력 엠퍼시(empathy)를 혐오와 분열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공감은 나와 감정·의견·주장 등이 비슷한 타인에게 느끼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엠퍼시는 나와 타인은 다르다는 명확한 인식을 지니고 ‘내가 상대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까’를 상상해보는 지적 능력이므로 공감이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사회·경제 문제, 심리와 교육, 문화와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를 엠퍼시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여 혐오와 분열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한다.

‘엠퍼시(empathy)’를 ‘공감’으로 번역해도 괜찮을까?
공감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는 열쇠, 엠퍼시

흔히 ‘공감은 지능의 문제’라고 말하고, 공감과 이해를 연결지어 공감 없는 이해는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우리의 공감은 주로 나와 환경이나 생활이 닮았거나 의견이 비슷한 사람처럼 공통점이 있는 이들에게 작동한다. 연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예능을 보며 공감하고, 나와 취향이 맞는 SNS와 유튜브를 찾아본다. 반면 내 입엔 ‘치약맛’인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 극단적으로는 범죄자나 사이코패스에게 쉽게 공감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공감에는 나와 상대가 얼마나 닮았는지, 상대에게 동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말 공감은 ‘지능의 문제’인 걸까?
저자는 나와 닮은 사람에게 주로 작동하는 공감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감하지 않는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상상력 ‘엠퍼시’다. 공감과 달리 엠퍼시는 나와 상대가 얼마나 유사한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엠퍼시는 내가 상대의 신발을 신는다면(상대와 같은 입장·사상·사회적 배경 등을 지닌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상상해보는 지적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의 감정, 편견, 배경 등에서 벗어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즉 엠퍼시야말로 ‘지능의 문제’이며, 나와는 전혀 다른 입장과 배경을 지닌 타인을 이해하는 가능성이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엠퍼시’를 주로 ‘공감’으로 번역하여, 엠퍼시에 담긴 상상력과 지적 작업이라는 의미를 지워버리고 만다. 공감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고 타인에 대한 이해는 한층 좁아진다. 공감이라는 번역어 뒤에 숨어 있던 엠퍼시의 발견은 곧 타인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다.

공감은 어떻게 혐오와 차별을 퍼뜨리는가
공감과 유사한 것은 오히려 엠퍼시처럼 ‘공감’으로 번역될 수 있는 ‘심퍼시(sympathy)’다. 나와 유사한 의견·관심을 지닌 사람이나 가여운 사람 등에게 느끼는 이해·지지·염려의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마음의 반응이다. SNS의 ‘좋아요’는 심퍼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사용자 대부분이 게시물을 세세히 살펴보기 전에 순간적인 인상만으로 ‘좋아요’를 누른다. 나와 의견이나 취향 등이 같아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에 심퍼시(공감)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SNS의 심퍼시는 느슨하고 넓은 연대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한 혐오 발화나 가짜뉴스 유포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메시지로 사회적 편견과 혐오도 효과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심퍼시의 부작용을 ‘친구 vs 적’이라는 구도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친구’에게 이해와 지지를 보내는(공감하는) 것은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인식을 만들며, 이러한 심퍼시가 강화될수록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타인을 이해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특정 정당을 찍는 사람은 나라를 망친다거나 특정 사상을 지지하면 ‘정신병’이라거나 어떤 사안에 이견을 내면 무조건 ‘○○혐오자’라고 낙인을 찍으며, ‘친구 vs 적’ 구도를 강화하는 자극적인 표현을 양산해내고 자신에게 공감하는(심퍼시를 표하는) 사람을 결집하려 한다. 이러한 싸움에 몰입하면 상대의 메시지를 묵살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에 맞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정보를 왜곡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게 된다. 이해·염려·지지와 같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심퍼시(공감)가 오해와 편견을 강화하고 결국 혐오와 차별을 퍼뜨리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러한 심퍼시의 부작용은 SNS뿐만 아니라 정당·회사 내부, 선거 전략,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보는 상상력, 엠퍼시로
차별과 혐오의 장벽을 넘어서다

반면 엠퍼시는 심퍼시와 달리 ‘친구 vs 적’ 구도에서 벗어나 나와 의견이 다른 ‘적’일지라도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상상해보는 능력이다. 내가 가진 편견과 나와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사고와 이해를 넓히는 가능성을 갖는다.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더라도, 어차피 그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말을 인용하며,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자, 범죄자에게까지 엠퍼시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사회에 “눈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가 바로 엠퍼시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본다면, 그 사람이 어째서 자신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했는지나 어떤 이유에서 문제적 발언을 하는지를 상상하여 앞으로 그런 행위를 막거나 그 사람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귀중한 재료를 얻을 수 있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를 게을리하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비판한다 해도(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계속해서 들이민다거나) 그다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깨닫지 않았을까.” _본문 중에서

혐오와 차별이 몰이해와 편견에서 온다면, 몰이해와 편견은 나와 반대되는 상대는 틀리고 나와 우리편은 맞다는 편향된 확신으로 깊어진다. 그 확신은 우리 사이에 둘러쳐진 혐오의 장벽을 공고히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넘어설 수 있는 상상력이 바로 ‘엠퍼시’일 것이다.

이타적이 되면 이기적이 되는 엠퍼시의 역설
갈등과 분열의 ‘심퍼시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엠퍼시의 시대’로

‘친구 vs 적’ 구도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는 심퍼시에서 벗어나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사람은 ‘나’가 아닌 ‘우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서로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된 세계화 시대에, ‘우리’의 관점을 갖는 것은 곧 ‘나’를 위하는 일이 된다. 이타적이 되면 이기적이 된다는 역설적인 고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코로나 사태 때 발생한 사재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식료품과 손세정제 사재기를 “배려가 없는 것을 넘어 생존법을 착각한 전형적인 예”로 해석한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사회 전체의 위생·건강 수준이 나아져야 종식되는 사회적 질병인데, 식료품과 위생용품을 독점하면 전염병에 취약한 사람이 많아지고 손세정제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손을 살균할 수 없어 결국 코로나가 확산되고 나에게도 불행이 닥친다는 것이다. 코로나와 직접 마주하는 노동자들의 신발을 신어보고 그들을 먼저 배려하는 일은 곧 내가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이처럼 서로의 삶이 긴밀하게 연결된 사회에서는 타인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체를 위한 이타적 상상력은 곧 나를 위한 이기적인 일이 된다.
이처럼 이해와 공존의 씨앗이 되는 엠퍼시를 기르는 방법으로 저자는 ‘루트 오브 엠퍼시’, ‘TC(치료적 공동체)’, 연극 교육을 제시한다. 그중 루트 오브 엠퍼시는 생후 2~4개월 된 아이와 어린이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초록색 담요 위에 둘러앉아 말 못 하는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서로 상상하여 이야기해보는 교육이다. 의식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상상해보면서 타인의 신발의 신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TC와 연극 교육도 스스로 타인이 되어보는 연습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기른다. 형태나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려 노력하고 그 상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엠퍼시가 충만한, 모두가 나서서 서로의 신발을 신어보는 사회는 나의 ‘친구’를 응원하고 ‘적’을 이해하며 타인의 사정을 헤아려 서로를 돕는 세상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갈등과 분열의 ‘심퍼시’의 시대에서 이해와 공존의 엠퍼시의 시대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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