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자아이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공룡을 좋아했고, 공룡 이름을 줄줄 외웠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의 승부를 상상했고,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박치기왕 파키케팔로사우루스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한 번도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진화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긴. 어렸을 적 이후 공룡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두걸 딕슨은 이 흥미로운 생각을 구체화해냈다. 어쩌면 그 상상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일독할 가치가 충분할지 모른다.
‘인간 이후의 인간(Man After Man)’이라는 희대의 충격작까지 써낸 괴짜 두걸 딕슨이지만, 그래도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로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흥미로운 상상의 생물을 창조해낸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나 현생 동물의 생태계 지위를 신공룡들이 비슷한 생김새로 진화하여 채우고 있다는 점은 현생 동물을 떠올리게 하며 책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원서는 각 공룡마다 설명이 더 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판사에서 미국이나 일본보다 가상생물학에 흥미 있는 사람이 턱 없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으로 책이 발간되면 도저히 구매할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일본의 아동용 편집 번역서를 재번역하여 아동 도서로 선보였다. 그래서인지 설명은 다소 짧아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언어의 장벽을 넘어 원서에 다가갈 수 있어 기뻤다.
이번에 출판사에서 두걸 딕슨의 3대 걸작, ‘신공룡(The New Dinosaurs)’, ‘인간 이후(Man After)’, ‘인간 이후의 인간’ 중 앞에 두 작품을 ‘신공룡도감’과 ‘미래동물도감’으로 출간했는데, ‘인간 이후의 인간’도 ‘신인류도감’으로 출간해주면 어떨까 기대해 본다. 그치만 성인에게도 충격적인 신인류의 모습을 아동 도서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출간을 기대하는 나로서도 회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인 도서로 번역, 출간해달라고 하자니 수지타산이 안 맞을 것 같고… 모쪼록 두걸 딕슨의 3대 걸작 중 마지막 걸작이 출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