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책을 만드는, 책의 뒤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담긴 소설이다.
책이 점점 팔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을 만드려는 사람들,
아빠가 만든 책이라는 자부심을 갖는 아이들,
정성을 다해 종이를 관리하고 잉크를 배합하며 인쇄를 하면서
이 마음과 노력이 독자에게 전해질까하는 사람들,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에서 책이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여기 이 책에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책 한 권이 독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과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작가의 글이지만, 그 글이 책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오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더해진다는 것도.
김혜진 소설 ‘오직 그녀의 것’을 읽고
책을 다 읽은 뒤 뒷장의 엔딩크레딧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책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허투루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의 엔딩크레딧을 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에 대한 내 마음은 더 커진 것 같다.
책이 곧 사라질 것이다라는 말이 계속 되고 있지만
이렇게 책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읽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자부심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세계인 책.
그렇기에 책의 미래가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만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죠. 그런 관계에서 아무도 벗어날 수 없어요.”
“어려운 이야기지만, 뭐, 그건 그렇죠.”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도 인연이 있듯이 책과 사람이 만나는 데도 인연이 있다.
책과 사람은 일대일로 만난다.
독자는 설사 ‘재미 없네’하며 던져버리는 책에서도 뭔가를 건진다. 때로는 한 권의 책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여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
책은 그런 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소프트웨어고 책은 하드웨어죠. 혼과 육신 같다고 할까. 우리 일은 이야기라는 혼에 책이라는 몸을 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를 위해서야. 나를 위해서 일해도 괜찮은 거야. 방금 당신이 말한 다양한 이유 하나한도 결국은 자기를 위하는 거야.”
뜻밖에 노즈에의 동의를 받자 우라모토는 새삼 실감했다.
일이란 고객을 위해, 가족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이고 나를 위함은 아니라고 믿어왔다. 마음속 어디선가 나를 위해서와 남을 위해서는 양립할 수 없으며, 남을 위해서는 나를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 혹은 뭔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나의 행복으로 연결된다. 나를 위해서 일해도 되는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은, 내 천직이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되며,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 지금 인생이 아닌 다른 인생을 막연히 동경하고, 그 동경을 품은 채 멍하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현재 눈앞에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사 천직이 아니어도 좋다.
이 일을 하길 잘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을 일상의 갈피갈피에서, 도처에서 만난다면 아마 행복할 것이다.
인쇄기는 활기차게 움직이며 오늘도 새로운 책을 세상에 내보낸다. 책은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스러져 갈 것이다.
우라모토는 생각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아닐까. 그것을 자문한 결과 책 만드는 일을 선택했다. 인연의 힘에 끌려 스스로 택한 길이다.
그리고 스러져 가는 것은 패배하는 것이 아니다. 스러져 가는 책을 만드는 일을 선택하여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패배하는 일은 없다.
스러져 가는 것을 지키는 인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지 않고서는 계속해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비장감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한 긍지와 평소의 성취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은 바이러스를 없애지 못한다. 책은 역병을 고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 기나긴 비상사태 세상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 준다느니 용기를 준다느니 하는 그런 의욕은 내려놓고 생각해 본다.
그렇다. 우리는 책이라는 필수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