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지 죽음

이준일 지음 | 지식프레임 펴냄

13가지 죽음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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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3.16

페이지

372쪽

상세 정보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삶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죽음 역시 법에 의해 규율되고, 존중받을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자연사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야기된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법은 ‘생명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진지하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에 관한 질문이 자연사에 한정되면서 그 답을 찾는 과정도 종종 실존적 차원에 그치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는 동안 지금 여기에 엄연히 존재하는 죽음의 사회적 측면들은 배제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은 반복되었다. <13가지 죽음>은 그동안 외면되었던 죽음 논의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이제 죽음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범죄, 사고, 빈곤, 국가불법 등 사회적 차원에서도 대비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은 자연사뿐 아니라 법이 규율하는 뇌사, 안락사, 병사, 의사(義死), 자살, 사회적 타살, 고백적 죽음, 변사, 살인, 열사, 의문사, 사형 그리고 죽음의 의식인 장례까지 맥락적 사건으로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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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한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나가야 한다.

📃 모든 것이 상당히 훌륭한 질서, 엄격한 청결성, 엄격한 시간 엄수 그리고 심지어 꽤 엄격한 정직성까지 지켜지는 가운데 굴러갔다. 하지만 코니가 보기에 그것은 조직적인 무질서였다. 그것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주는 따뜻한 인간적 감정이 전혀 없었다. 집 안은 버려진 길거리처럼 황량했다.

📃 코니의 영혼 밑바닥에서 메아리치며 계속 울리는 느낌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모든 게 다 공허한 것, 즉 훌륭하게 꾸며 전시한 공허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나의 전시 행위였다.

📃 오늘날 세상에는 오직 하나의 계급만 존재하는 것이니, 그것은 바로 ‘돈에 사로잡힌 돈돌이 계급’이었다. 돈돌이 사내와 돈돌이 계집. 차이가 있다면 오직, 돈이 얼마나 많이 있느냐와 돈을 얼마나 많이 바라느냐일 뿐이다.

📃 코니는 천천히 집을 향해 가면서, 자신의 내부에 있는 다른 존재의 깊이를 깨달았다. 또 다른 자아가 그녀 내부에서 살아나, 그녀의 자궁과 창자 속에서 타오르며 부드럽게 녹아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자아를 통해 그녀는 그를 흠모했다. 그를 흠모하는 마음은 점점 깊어져, 걷고 있는 그녀의 두 무릎에서 힘이 빠질 정도였다. 자궁과 창자 속에서 그녀는 이제 새로 살아나 부드럽게 흐르면서 다치기 쉬운 여린 존재가 되었고,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여자로서 그를 흠모하는 마음에 꼼짝없이 사로잡혀 있었다.

📃 “그렇다면 하층민은 본래 타고난 종족이 아니고, 귀족이란 것도 타고난 혈통이 아니겠군요.” 그녀가 말했다.
“맞아, 여보! 그런 생각은 다 낭만적인 환상일 뿐이야. 귀족계급이라는 것은 하나의 역할로서, 운명의 한 부분을 맡은 존재인 거야. 그리고 하층 대중이란 것도 운명의 또 다른 부분을 맡아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야. 개개인은 거의 중요하지가 않아. 문제는 우리가 어느 역할을 하도록 길러지고 길드는가 하는 점이야. 귀족계급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아냐. 그건 바로 귀족계급 전체의 역할과 기능인 거야. 그리고 평민을 평민의 존재로 만드는 것 역시 하층 대중 전체의 역할과 기능이지.”

📃 그 짧은 여름밤 동안에 그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는 여자가 수치심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 대신 오히려 그 수치심이 죽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수치심은 바로 두려움이었는데, 우리 몸 깊숙이 유기적으로 달라붙어 있는 그 수치심이, 다시 말해 우리 육체의 뿌리 속에 깊이 웅크리고 있어 오직 관능의 불에 의해서만 쫓아낼 수 있는 그 오래디오랜 육체적 두려움이, 마침내 남자의 남근에 의해 일깨워지고 추적당해 쫓겨나고 만 것이며,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의 밀림 바로 한가운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자기 본성의 진정한 근본에 이르렀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본질적으로 아무 부끄러움이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관능적 자아, 부끄럼 없이 벌거벗은 자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떤 승리감을, 거의 허세를 부리고 싶기까지 한 승리감을 느꼈다. 그랬다! 바로 이거였다! 이게 바로 삶이었다! 이게 바로 자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었다. 위장하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궁극적인 벌거벗음을 한 남자, 즉 다른 한 존재와 함께 나눈 것이다.

📃 그렇지만 지난 백 년의 세월 동안 인간들에게 일어난 일은 정말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오. 남자들은 단지 일하는 벌레로 전락했고 그들의 남자다움과 진정한 삶은 모조리 빼앗기고 말았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기계를 이 지상에서 쓸어버리고 산업 시대를 하나의 끔찍한 오류로서 완전히 끝장내 버리고 싶소. 하지만 그건 나도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므로, 난 차라리 가만히 침묵을 지킨 채, 내 자신의 삶이나 살아보려고 애쓰는 게 나을 것이오. 살아갈 만한 인생이 나한테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혹 그런 게 나에게 있다면 말이오.

📃 성(性)이란 사실 접촉에 불과한 것으로서, 모든 접촉 중에서 가장 친밀한 접촉일 뿐이오. 그런데 그 접촉을 우리는 두려워하고 있소. 우리는 그저 절반만 의식이 있고 절반만 살아 있을 뿐이오. 우리는 온전히 살아서 의식이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오.

📃 의지의 힘으로 우리는, 내면의 직관적 깨달음을 우리의 외부 의식에서 차단해 버린다. 그런데 이로 인해 공포 또는 불안 상태가 초래되고, 그 결과 우리는 재난이 정말로 닥칠 때 충격을 열 배나 더 강하게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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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삶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죽음 역시 법에 의해 규율되고, 존중받을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자연사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야기된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법은 ‘생명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진지하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에 관한 질문이 자연사에 한정되면서 그 답을 찾는 과정도 종종 실존적 차원에 그치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는 동안 지금 여기에 엄연히 존재하는 죽음의 사회적 측면들은 배제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은 반복되었다. <13가지 죽음>은 그동안 외면되었던 죽음 논의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이제 죽음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범죄, 사고, 빈곤, 국가불법 등 사회적 차원에서도 대비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은 자연사뿐 아니라 법이 규율하는 뇌사, 안락사, 병사, 의사(義死), 자살, 사회적 타살, 고백적 죽음, 변사, 살인, 열사, 의문사, 사형 그리고 죽음의 의식인 장례까지 맥락적 사건으로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법은 인간의 죽음을 어떻게 성찰하는가?

13가지 죽음의 유형과 장례, 32가지 법과 제도,
200여 개의 판례와 사건, 예술작품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죽음을 말하다.


삶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죽음 역시 법에 의해 규율되고, 존중받을 수 있다. 개인적 차원의 자연사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원인으로 야기된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 법은 ‘생명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진지하게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죽음은 더 이상 개인의 실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구조의 맥락 속에서, 그리고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보다 냉철하게 죽음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죽음을 법 앞에 세움으로써 죽음 그 자체를 이해하고,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도록 이끈다.


■ 이 책은

죽음을 법 앞에 세워야 하는 이유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죽음을 맞이할 때, 죽음의 당사자와 유족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법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며,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대부분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질병으로, 사건과 사고로, 판결로 죽어갔는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분노하고, 반성했는가? 질병과 범죄, 재난은 점점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정치와 경제 권력의 횡포는 날로 심해지며, 사회와 제도는 점점 복잡해진다. 이제 죽음에 대한 법적 사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죽음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터부의 대상이 되거나, 한번 소비되고 잊히는 사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의 가치가 법 앞에서 왜소해지지 않도록, 억울한 죽음을 막고 죽음 앞에 당당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우리 자신과 주변의 죽음을 바라볼 시간이다.

죽음의 외연을 넓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은 으레 ‘자연사’를 전제로 이야기된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사망원인통계는 5명 중 1명만이 순수한 자연사로 죽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의도치 않은 질병이나 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동안의 죽음 논의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죽음, 우리 자신의 죽음을 전체적으로 조명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죽음에 관한 질문이 자연사에 한정되면서 그 답을 찾는 과정도 종종 실존적 차원에 그치는 한계에 부딪혔다. 그러는 동안 지금 여기에 엄연히 존재하는 죽음의 사회적 측면들은 배제되고,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은 반복되었다. <13가지 죽음>은 그동안 외면되었던 죽음 논의에 관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이제 죽음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범죄, 사고, 빈곤, 국가불법 등 사회적 차원에서도 대비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은 자연사뿐 아니라 법이 규율하는 뇌사, 안락사, 병사, 의사(義死), 자살, 사회적 타살, 고백적 죽음, 변사, 살인, 열사, 의문사, 사형 그리고 죽음의 의식인 장례까지 맥락적 사건으로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법, 그리고 죽음에 비친 삶의 민낯
죽음에 대한 법의 개입은 구체성을 갖고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의 규율은 범죄 수사·재판·처벌, 유언·상속·사망보험금·손해배상 등 형사적, 경제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 자체보다 더 광범위하게 죽음 이전의 삶을 규율하고 죽음의 기준과 의미를 결정한다. 헌법학자인 저자는 인간 존엄과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서 삶과 죽음의 관계를 규명한다. 생명권, 보건권, 평등권, 인간답게 살 권리,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복지, 테러리즘, 억압과 차별, 과거 청산 등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쟁점들은 법과 맞닿아 있다. 개인의 삶은 법에 의해 짓밟힐 수도, 법에 의해 보호받고 존중받을 수도 있다. 더 많은 생명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죽음에 관한 법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이 책의 ‘죽음’이라는 단어는 때로 ‘생명’ 혹은 ‘삶’으로 바꾸어 읽힐 수도 있다. 한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규율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생명 존중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할 때, 만연한 죽음 앞에 우리는 묻게 된다. 대한민국의 법을 통해 본 우리 사회의 삶과 죽음은 어떤 모습인가. <13가지 죽음>은 판례, 사건, 예술작품 등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민낯을 드러내고 비판적 성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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