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달 시집 21권. 이제재의 첫 시집. 아픔을 딛고 다시 살아가려는 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유대의 풍경을 보여준다. 편견 어린 외부의 시선을 피해 내면의 굴을 파던 이는 어느 날 바깥에서 쏟아지는 빛을 마주한다. 그에게 그것은 훼손되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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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글라스드 아이즈 내용 요약
이제재 시인의 시집 『글라스드 아이즈』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서늘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이 시집은 화자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소외감, 그리고 타인과 맺는 관계의 거리감을 유리알 같은 차가운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합니다. 맑고 투명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는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시선은 연민과 동시에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
시집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타인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내면의 고립감입니다. 시인은 관계 속에서
이제 이제재 차례. 라임 맞다. 글 쓰기 팍팍하니까 웃음이라도. 헛소리다. 김선오와 이제재의 시집을 동시에 읽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특출나게 좋았다기보다는 두 권 다 적당히 좋았고, 적당히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시들도 있었고. 그래도 좋은 시들은 정말 좋고 어떤 문장은 처음 본 순간 오래 잊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좋았던 시 한 편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려니까 마음이 한결 편하고 좋네. 물론 좋아하는 것에 관해 쓰는 게 언제나 더 어렵다는 걸 알고 있지만···
*
「안드로이드 파라노이드」. 등장인물은 '나'와 '로이드'. 화자인 '나'가 자꾸 주어의 자리에 '우리'라는 대명사를 위치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일까? 아무튼 '나'는 말한다. "우리에겐 마음이 있었다"고. "물속에 몸을 담그면, 마음이 몸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몸으로부터 시작되는 마음. 그러나 로이드는 '다른 몸이 될 수 있다면 내 팔을 잘라도 좋'다고 말하고, '나'는 "교체된 팔로부터 시작될 마음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묻는다.
몸과 마음이 불응하는 일을 누구나 겪어보았지만, 내 몸 아닌 다른 몸이 되어 그 달라진 몸이 이전의 마음과 불응하는 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먼 곳"의 일이다. 화자 역시도 멀다고 말하지만 그 일은 이미 그를 "지나치게 통과하는 것들" 중 하나다. "가상현실"이나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먼 미래였고 지금을 사는 나에게도 먼 미래 같지만 사실 나는 알게 모르게 그걸 통과하고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다른 차원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몸 대신 블록들"이 서로 꿰맞춰진 상태로부터 탄생했고, "절단된 몸들이 나무마다 걸려 있"고 "잘린 부위마다 마음이 변질되고 있"는 어떤 차원. 그곳에 있는 '우리'는 "다 교환하고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교환의 잔여물"이다. 교환되지 않고 남아 버린 무언가. 차원은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될 것이고 그때 그 잔여물은 투과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별안간 이런 차원으로 연결되어버렸을 때: "그것을 우리는 교환이라 불렀는데, 종래엔 모든 것이 교환이라 불렸다". "교환되지 않는 것이 없어지자 마음이라 할 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제는 몸만 남아버린 '나'와 '로이드'. 환장이지. 마음이 없어져 버린 자리에 휑하니 남은 조각보. 그 틈새에서 비어져 나오는 우울과 죽음. 그러나 "죽고 싶어서 죽고 싶어졌고" "우울해서 우울해졌다"고 밖에 말 못하는 "동어 반복의 세계"에 또다시 갇힌 그들.
나는 이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과도기에 걸쳐버린, 인간이기도 안드로이드이기도 한, 아니 어쩌면 그 둘 다 아닌 존재들 같다. 그들의 그런 존재성 때문에 파라노이드(paranoid), 즉 신경증이 도질 수밖에 없는 거겠지. "우리는 우리의 반복적인 증상과 함께할 거"라 말하는 '나'. 어느 순간 그의 증상은 그의 실존을 넘어설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는 이 '인간-안드로이드'의 어디쯤 걸쳐 있는 인물들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내가 어떻게 아니고 근데 내가 아니어야 하나? 생각했고 답은 아직 못 찾았다. 아무튼 이 시집도 추천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