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if)>의 전 편집장이자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글을 써온 권혁란 작가가 90년대생 두 딸과의 ‘자력갱생 프로젝트’를 기록했다. 내추럴 본 페미니스트가 된 저자와 여성혐오, 취업전쟁에 부대끼는 90년대생 딸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치열한 여정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저자 권혁란이 어느 날 문득 ‘엄마’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감행한 ‘가출’과, 경제적 혹은 심리적으로 홀로서기가 버거운 ‘독립불능’ 상태의 딸이 다시 만나 함께 살아가며 겪는 좌충우돌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가 규정하는 정상 가족의 틀을 벗어나, 페미니스트 엄마와 비혼주의자 딸이라는 독특한 조합이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의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파격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
도서관 서가에서 제목이 눈에 띄어서 대출했는데 전에 읽었던 저자의 책이었다.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라는 책이었는데, 그때도 인상적으로 읽었고 사유의 지평이 남다르면서 자신만의 고유성이 꽤 확고하다는 느낌을 글을 통해서 느꼈다.
그녀의 책으로 읽은, 두 번째 이 책도 발랄한듯하면서도 뼈 때리는 듯한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사적 부분을 드러내면서도 오십을 넘어서면서 느끼고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인생의 관점과 지표들이 느껴진다.
두 딸들에게 고백 같은 이야기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서 담백하게, 담담히 말하는 이야기가 앞으로의 삶에 참고할 만한 지표로서 읽었다.
딸들과의 관계, 남편과의 관계, 지나온 시절 시댁과 원 가족들과의 이야기는 기혼자로서 공감하는 부분과 뒤돌아 생각해 보면 다른 생각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었던 저자의 행동력에 지금 저자가 자신의 삶에 감사와 평온함이 읽어진다.
딸들의 입장을 공감하면서 자신이 직장 상사였던 시절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남편과의 결혼생활과 별거와 다시 함께 하는 지금을 말하는 부분도 많은 생각들을 일깨운다.
저자의 이력을 읽다 보니 이프의 편집장이었다는 부분에서, 당시에 발간할 때마다 정기구독처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직접적인 인연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오래된 멀리서 지켜본 팬과 같은 기분이 조금은 느껴졌다.
페미니즘을 사회적 약자와 성별의 차별을 없애자는 평등주의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 생각이 오늘에는 어떤 공격이나 조롱 혹은 낙인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는지 안타깝다.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과 살아온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불편부당한 서사가 딸들의 비혼이나 비독립을 탓할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하는 게 아직 10대의 딸을 둔 나의 입장에서도 둘째인 아들이 이른바 '한남'이 되지 않게 성장시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 성별에 따라 사는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면서 바꾸기에 너무 힘들다는 무력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온전한 '나'를 위해 사회적 문화적 압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시행착오와 과정들, 그 속에서 느꼈던 많은 감정과 돌아와서 가족과의 다시 시작한 삶이 '전형적'이지 않아서, 충고나 조언이 아니어서 읽는 내내 나의 50대 이후를 그려보는 데 참조할 좋은 사람 서사로 꼽아둔다.
마지막 편 '내 부고를 알릴 지상의 한 사람'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누구일까 마지막 줄을 읽으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딸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도 확실한 답으로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지상의 한 사람을 누구로 할까? 우리는 지상의 한 사람을 누구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