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만엔 원년의 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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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4

페이지

5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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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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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goldstarsky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역사가 진보한다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는 몇 가지로 나뉠 것이다. 진보하는 세상의 최전선에서 역사를 이끄는 자, 둔하게만 움직이는 세상의 중심에서 빛을 누리는 자, 나아가려는 역사의 목줄을 붙들고 어떻게든 주저앉히는 자 말이다. 진보가 인류의 나아갈 길이라면 무지한 대중을 끌어 어떻게든 한 발 더 나아가자 독려하는 이에게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 가운데 유독 아깝게 느껴지는 인물이 있다. 오에 겐자부로.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널리 알려진 그는 시대의 지성이라 불러 마땅한 삶을 살았다. 제국주의를 정면에서 맞닥뜨렸던 나쓰메 소세키의 시대가 가고, 2차대전 뒤 패전국으로서의 일본을 조명하고 미래를 도모한 일련의 작가군 가운데 가장 빛나는 인물이다. 서구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가들, 이를테면 가와바타 야쓰나리, 미시마 유키오, 엔도 슈사쿠, 다니자키 준이치로 등과 차별화되는 냉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만엔 원년의 풋볼>은 500페이지를 훌쩍 넘는 꽤 긴 분량의 장편 소설이다. 어려서 남이 던진 돌에 눈을 맞아 한쪽 눈을 잃은 미쓰사부로는 주변에서 '쥐새끼같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추하고 유약한 인물로 그려진다. 심지어 그는 저를 그렇게 부르는 이들에게 공감하며 살아가는데, 소설 전반에서 그 나약함이며 패배감이 꾸준히 묻어나온다. 충격적인 모습으로 친구가 자살한 뒤 그의 주변엔 묘한 절망까지 맴돈다.

반면 동생 다카시는 1960년 미국과의 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다 미국 방문을 위해 명목상이나마 전향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귀국 후 형 부부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마을 안팎의 부랑자들을 규합하여 조직을 만들고 마치 100년 전에 있었던 봉기의 주모자와 같은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소설은 제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려는 미쓰사부로의 관점에서 쓰여 그 심리와 역사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에게 난해하고 지루하게 읽힐 수 있다. 그럼에도 100년 전의 역사와 오늘을 결부시켜 탐구하는 작가 오에의 자세는 동 시대는 물론 일본 현대문학 전체를 아울러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오늘의 입맛에 맞게 과거를 왜곡하고 저를 돌아보지 않은 채 남을 재단하는 이를 쉬이 만날 수 있는 2024년 가운데 이 소설은 여전히 유효한 생명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제 못남을 기꺼이 드러내고, 제 종과 제가 속한 집단의 죄악들을 돌아보며, 그 구렁텅이에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모색하는 소설의 용기는 일본은 물론 한국문학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자세라 할 것이다.

소위 신안보조약이라 불리는 일미안보조약은 그 뒤로 이어진 반세기 일본의 번영에 뿌리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로부터 거세당한 국가의 주체성이 있음을, 또 그에 앞서 자행된 제 조국의 병든 가해행위가 있었음을 돌아보는 작업은 보통의 용기와 반성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한국 문학 가운데선 이와 같은 작업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돌아본다. 비슷한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성격을 지닌 한미안보조약에 대하여, 또 외세의 침탈과 저항 아래 깔려 있던 꺼내놓기 부끄러운 기억들에 대하여 한국의 문학과 역사는 어떤 자세를 취해왔던가 말이다.

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24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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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stella38hr

자기 처벌이란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럴수밖에 없는 역사적 상황과 개인 내면심리가 매우 핍진했다.
폐전후 조선인을 대하는 점도, 인상적였다.

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24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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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EBS <인물사담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장도연, 배성재, 곽재식이 오에 겐자부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런 프로도 있네? 하며 빠져들었다가 여기서 소개된 <만엔 원년의 풋볼>까지 챙겨 읽었다.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결정적이었다고.

바로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연달아 읽었기에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 장도연이 다른 책을 소개하면서 어깨를 내리누르는 것처럼 책이 무겁다고 했는데 이 책도 만만치 않았다. 몰입이 잘 되지 않아 첫 장만 페이지를 오가며 세 번을 봤다. 다른 책은 제쳐두고 끈기 있게 물고 늘어지고 씨름하듯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난 뒤엔 정말 대작이다, 하는 감탄이 나왔다. 조선인 부락 얘기가 얽힌 스토리이기도 하고 - 이민진 소설의 파친코가 떠올랐다. 아직도 한국인을 조센징이라며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 중반부터는 이야기의 흐름이 빨라서 읽는 데에도 속도가 붙었다.

일단 일본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의 근현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몇 안 되는 문학계의 거장이다. 헌법9조 개헌도 반대했고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도 비판한다. 일본은 독일과는 달리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의기소침해 있다가 한국전쟁의 반사이익으로 짧은 시기에 경제와 산업이 눈부시게 부활해 자국이 일으킨 전쟁을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에 겐자부로는 참으로 소중한 작가다.

작품에서도 대를 이어 계속되는 폭동과 폭력의 문제를 지적한다. 큰 사건을 겪은 주인공은 힘들어하면서도 지나간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자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입장에 도전장을 던지듯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하지만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말 한 마디만으로도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 때문에 받게 되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약해질 수 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자.

만엔 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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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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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일본 문학의 정수를 담은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제4권, 《만엔 원년의 풋볼》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의 네 번째 작품이 출간된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대표작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나는 갈기갈기 찢겨 있다고 느꼈어요.”
100년에 걸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두 형제의 ‘침묵의 외침’
장대한 스케일, 굵직한 서사로 되살아난 수치의 시대


광기의 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후, ‘안보 투쟁’이 일어나 또 다른 혼돈 속에 놓인 1960년 일본. 추한 외모에 사고로 한쪽 시력을 잃은 주인공 미쓰사부로는 친구의 엽기적인 자살을 접하고는 깊은 충격에 빠진다. 그에게도 가족은 있다. 안보 투쟁에도 참여했던 전향한 학생운동가 동생 다카시, 견디기 힘든 현실을 위스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아내 나쓰코 그리고 머리에 혹이 달린 채 태어나 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미쓰사부로는 ‘새 생활을 시작하자’는 다카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내와 동생과 함께 시코쿠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곳은 만엔 원년(1860년)에 농민 봉기가 일어났던 골짜기 마을이다. 100년 전 증조부 형제가 연관된 농민 봉기의 역사와 패전 직후 조선인 부락 습격으로 S 형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해 두 형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스스로를 증조부의 동생과 동일시하던 다카시는 마을의 경제권을 장악한 조선인 ‘슈퍼마켓 천황’에 대항하기 위해 풋볼 팀을 만들고, 형제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장대한 스케일과 굵직한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인 만큼, 《만엔 원년의 풋볼》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등장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그리고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이 있었던 1960년의 상황이 커다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저자는 약 100년의 시대에 걸쳐 메이지유신을 앞두고 빗발쳤던 농민 항쟁과 전 세계를 비극으로 몰고 간 전쟁, 패전 후 일어난 혁명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로 이어지는 한 가문의 갈등의 역사뿐 아니라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만엔 원년의 풋볼》은 ‘그로테스크한 리얼리즘’ 문학으로 일찍이 자리매김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거장 오에 겐자부로,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된 근대 일본을 성찰하다


《만엔 원년의 풋볼》은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이다. 소설이 발표되자마자 일본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으며, 탐미 문학의 대가 미시마 유키오가 “전후 일본 문학의 새로운 정점이 나타났다”라고 평했을 만큼 근대 일본이 낳은 최고작으로 손꼽혔다. 1971년에는 영문 번역을 거쳐 ‘침묵의 외침(The Silent Cry)’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해외에서도 통한 작품의 인기와 그 진가를 반증하듯, 1994년 오에 겐자부로는 아시아인으로는 세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인간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불안과 실존의 문제를 섬세하게 다뤄왔다”라며 극찬했고, 시상 연설 3분의 1 이상을 《만엔 원년의 풋볼》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른 어떤 저작보다도 높이 평가했다.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작으로 이 작품이 인정받은 데에는, 폭력이나 고통,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가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다뤄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극 중 다카시의 상처와 폭력성은 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의 부재 속에서 S 형의 처절한 죽음과 마주한 결과였다. 다카시가 성장한 후 누군가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스스로를 단죄하게끔 이끌었던 것도 그의 내부에서 영웅화되고 있는 그의 조상과 S 형에 대한 기억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영웅의 탄생은 메이지유신이라는 근대 혁명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태평양전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구조의 산물인 셈이다. 작은 골짜기 마을이 다카시를 비롯해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들을 폭력배로 내몰았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전쟁이라는 폭력으로 내몰았던 것이 근대 일본의 모습이었다.

만 2년 동안 우울한 준비 기간을 거치고 나서 그동안 써두었던 노트와 초고를 모두 태워 버리는 것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도 내게 들러붙어 있는 이미지들을 모두 구겨 넣다시피 하여 《만엔 원년의 풋볼》을 썼던 것이다. 학생 작가로 일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고 정치적 과제로서 이른바 안보 투쟁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렇게 써낸 《만엔 원년의 풋볼》은 작가로서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만엔 원년의 풋볼》〈후기〉

오에 겐자부로는 전쟁의 황폐함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전형적인 전후 세대로, 국가나 공동체보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중요하다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줄곧 ‘전후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며, 일본의 무장을 제한하는 평화 헌법 제9조를 옹호하고 미국의 병참 기지였던 오키나와나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에 대해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오기도 했다. 그는 구조화된 폭력과 그로 인한 고통의 실체를 깊이 천착했고, 그 고민들은 《만엔 원년의 풋볼》이라는 작품으로 집대성된다. 이를 입증하듯 《만엔 원년의 풋볼》에는 구조화된 폭력 속에 갇혀 살았던 일본인 그리고 그런 시대를 직간접적으로 관통해온 인간의 고뇌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미시마 유키오처럼 서양에 알려진 일본 문인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이 보다 보편적으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오에 겐자부로가 빚어내는 희망과 절망의 다양한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도스토옙스키의 필치를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_헨리 밀러

‘기대’라는 이름의 ‘풀로 만든 집’을 찾아서……
이 시대 최후의 휴머니스트가 남긴 회생을 위한 진혼곡


휴머니즘(Humanism),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에서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긍정이다. 그는 글쓰기를 통해 삶과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심층적으로 파고들기로 유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을 이해하고 희망이라는 위안을 건넨다는 점에서 ‘휴머니스트’로서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실제로 1994년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유년 시절 《닐스의 모험》에 푹 빠졌던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도 언젠가 새의 언어를 이해하게 될 것을 예감한다.” 여기서 ‘새의 언어’란 같은 언어를 공유하지 않는 완벽한 타자의 언어를 의미한다. 그에게 ‘새와의 소통’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절대적 타자뿐 아니라 온전히 알기 어려운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행위인 셈이다. 그러한 갈망은 오에 겐자부로가 60년이 넘는 집필 기간 동안 인간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글쓰기를 지속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휴머니스트로서 그의 면모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만엔 원년의 풋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많은 경우 죄책감과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디기 어려워, 미쓰사부로처럼 곳간채에 갇혀 지내며 자신을 남들과 격리하거나 다카시처럼 악인을 자처하거나 자살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과연 죄의식과 고통에 휩싸인 인간에게 구원이란 없는 것일까?’ 하는 물음에 작가는 ‘기대’라는 이름의 ‘풀로 만든 집’을 찾아 다시 살기를 결심하는 미쓰사부로의 모습으로 희망의 여지를 남겨 둔다. 살면서 늘 행복이라는 결말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카시처럼 자신의 지옥을 정면에서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사람과 미쓰사부로처럼 막연히 불안하게 살아가는 존재 모두를 포용하며, ‘쥐새끼 같은’ 인간이라도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만엔 원년의 풋볼》.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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