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김선욱 (지은이) 지음 | 한길사 펴냄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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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1.10.29

페이지

552쪽

상세 정보

오고 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행위는 설명과 공감이 주된 요소이며, 그 목적은 설득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증명이 아닌 스토리텔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서사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이며, 인간의 인간됨을 만들어내는 조건이다.

저자 김선욱은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에서 시대를 통찰한 한나 아렌트의 주요한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이 책을 계기로 향후 아렌트의 원저서를 접할 때 그와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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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절대악이란 악한 동기로 이해되거나 설명이 가능한 것이 아닌 것으로 묘사된다. 바로 그 때문에 절대악은 용서하거나 응징할 수 없다. 절대악은 인간의 악한 동기와 무관하므로 인간의 죄성으로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그 범위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절대악의 내용은 '인간을 잉여적 존재, 불필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며 또한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 '체계'와 연결된다."

"절대악이란 거대한 악을 의미하는 것으로,즉 악의 크기 내성을 말한 것이다. 인간의 궁극적 탈출구인 죽음도 방해 정도로 편히 죽지도 못하는 체제, 어떠한 탈출도 허용되지 않는 최악의 지경이리는 말이다. 이 개념과 관련하여 아렌트는 정치 라는 어휘를 등장시킨다. 수용소는 정치가 완전히 중지된 곳이며. 인간이 인간이기를 멈춘 것은 정치의 중지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을."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 개념을 말과 사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의도한 점이 있다. 나치스의 만행이 특수한 지정학적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 아이히만의 무사유는 현대인 누구에게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 정치적 행위의 바탕이 되는 사유와 판단의 작용 없이도 사회 내에서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또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흉악한 일이 누구를 통해서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 그러한 일이나 책임을 조직이나 사회가 아니라 그 안에서 생각을 멈추고 기계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 '악(evil'이란 말이 지칭하는 나쁨의 크기가 우리의 평범한 삶의 일상성과 직결된다는사실을 보여주는 단어가 '악의 평범성'이다."

"아이히민은 이처럼 많은 고위직과 사교모임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더욱이 이들이 최종해결책이라는 피투성이의 문제를 놓고 서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자기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아이히만은 "당시 나는 일종의 본디오 빌라도의 감정과 같은 것을 느꼈다. 나는 모든 죄로부터 자유롭게 느꼈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아무 죄가
없는 예수에게 자신을 둘러싼 유대인의 청을 받아들여 십자가 사형선고를 내린 본디오 빌라도가 판결 이후 손을 씻으며 나는 이 일과 무관하다며 스스로 면책했던 것처럼, 아이히만은 유대인 학살이라는 실무를 진행해야 하는 죄를 회의에 참석한 고위직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 죄책감으로부터, 즉 양심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 회의 이후 아이히만은 모든 일이 점점 더 쉬워지고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말이 하는 역할은 현실의 참모습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말은 우리를 현실과 연결한다. 나치스가 언어 규칙을 만든 이유는 암호화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이었다."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김선욱 (지은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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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김선욱 (지은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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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행위는 설명과 공감이 주된 요소이며, 그 목적은 설득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증명이 아닌 스토리텔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서사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이며, 인간의 인간됨을 만들어내는 조건이다.

저자 김선욱은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에서 시대를 통찰한 한나 아렌트의 주요한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이 책을 계기로 향후 아렌트의 원저서를 접할 때 그와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

출판사 책 소개

정치를 통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인간 실존을 밝히다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

저자 김선욱은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그의 사상과 만나다』에서 시대를 통찰한 한나 아렌트의 주요한 학문적 논의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저서 전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하나의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이 책을 계기로 향후 아렌트의 원저서를 접할 때 그와 차 한잔을 나누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했다.

아렌트가 말하는 정치의 개념으로 시작해 정치가 언어·경제·철학과 갖는 관계를 알아보고(1장), 정치가 갖는 세계 내의 의미(2장)를 통해 아렌트 사상의 핵심인 자유와 권력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3장). 4장에서는 인간적 행위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면을 밝히며 그러한 정치적 판단에 대한 논의(5장)로 이어진다. 6장과 7장에선 유대인으로서의 아렌트의 정체성과 그의 사상을 함께 비교한다. 8장에서는 전체주의가 등장하게 된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고 9장에서 그 특성을 밝히며, 10장에서는 전체주의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아이히만을 통해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는 리처드 J. 번스타인, 제롬 콘과 나눈 저자의 인터뷰로 아렌트를 되새기며 책은 마무리된다.

객관적 지표로 평가되는 인간의 ‘무엇됨’(what-ness)이 아닌 개별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누구됨’(who-ness)에 주목하는 것이 정치의 근간이라 말했던 아렌트의 주장처럼 이 책 또한 아렌트의 사상을 텍스트와 학적 계보에만 국한하지 않고 그가 견지했던 삶의 태도와 격동하는 시대의 분위기, 심지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상에까지 견주어 보며 다각도에서 그 가치를 이끌어낸다.

<논리가 아닌 설득의 대화로 성립되는 인간성>

오고 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대화의 행위는 설명과 공감이 주된 요소이며, 그 목적은 설득에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증명이 아닌 스토리텔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서사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조율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정치’이며, 인간의 인간됨을 만들어내는 조건이다.
이때 논리적 증명이 아니라는 점이 거짓 정보를 사용한 기만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기만은 결코 이성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거짓말은 종종 현실보다 더 그럴듯하며 이성에 더 호소력을 갖는다. 왜냐하면 거짓말쟁이는 자신의 거짓말을 듣게 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이나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사전에 알고 있다는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는 자기의 이야기를 대중이 받아들이도록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조심스러운 눈으로 준비하는 반면, 현실은 우리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예상치 않은 일을 대면하게 하는 당혹스러운 습성을 갖고 있다.”_145쪽

아렌트는 거짓 정보의 기만이 정치적 대화를 근간에서부터 뒤흔든다는 위험성을 알았기에 더더욱 사실에 대한 중요성과 시민의 책무를 강조한다.

<“정치 행위는 곧 언어 행위다.”>

그 행위가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정치는 늘 소란스럽게 마련이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쏟아지는 말과 글 속에서 현대인은 피로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소란의 중지는 곧 정치의 중지”(30쪽)를 의미하며 이는 곧 인간의 자유가 상실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언어의 마비가 정치의 중단을 일으키고, 이것이 자유 상실로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인간의 태생적 ‘불평등성’에 있다.

인권에 대한 통념 가운데 하나는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인권에 의해 만인이 평등하다는 사상(천부인권사상)이다. 그러나 아렌트는 “인간은 자연적으로는 불평등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생활하는 공동체 안에서 법을 세우고 그 법이 적용되는 한에서 의도적으로”(79쪽) 평등이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평등, 즉 이소노미아는 인간의 속성이 아니라 폴리스의 속성이며, 인간은 출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권(citizenship)을 통해 자신의 평등을 얻었다. 평등이나 자유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특성으로 이해되지 않았으며, …그것은 노모스, 즉 관습적이고 인위적인 것이며,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고, 인간이 만든 세계의 특성이다.”_80쪽

즉, 가치는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고 성문법으로 권위를 인정받았을 때에야 생성되는 것이다. 이때 가치 생성 수단인 언어가 시도부터 좌절된다면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물론, 기존 가치의 검증 또한 불가능해진다. 그 결과 인간의 권리 주장의 가능성은 소멸하고, 자유 또한 사라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인권 개념의 맹점 또한 드러났다.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인간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 가치를 언제든지 퇴색시킬 수도 있었다.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는 이 맹점을 이용했고, 범민족 운동을 통해 총체적인 인간 지배를 자행하기에 이른다.
독일계 유대인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아렌트는 나치를 피해 18년 동안 무국적 상태의 난민으로 살았다. 이 과정에서 성문화된 법제도 바깥의 삶을 경험했고, 법으로 인정받는 주권과 인권의 불가분의 관계를 직시하게 되었다.

“인권 선언에서 인간은 오직 추상적 인간으로만 생각되었을 뿐이다. 이런 추상적 인간은 어디에도 실존하지 않는다. 그 어떤 개인도 구체적인 공동체 속에서 산다. 공동체가 해방되어 인권을 누리지 못한다면, 즉 어떤 형태로든 주권을 가지지 못한다면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다.”_294쪽

<정치적 관찰자로서 누리는 인간의 자유>

언어를 통한 정치가 곧 인간성을 만들어내며, 그렇기에 무엇보다 정치를 강조했던 아렌트다.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을 노동·작업·행위로 보았다. 이때 ‘노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소비 대상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인간의 몸은 자연의 거대한 순환에 속”하므로 “노동은 삶이 지속되는 한 무한히 반복”된다.(126쪽) 이에 반해 ‘작업’은 인간의 물리적 환경을 형성하는 산물을 생성하는 것으로, 순환적이지 않고 직선적인 시간성과 목표를 지닌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인간이 홀로 행하는 가운데 가치가 생성된다. 마지막의 ‘행위’는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반드시 타인과 더불어 가능하며 ‘공동의’ 직선적 시간성과 목표를 갖게 된다.

아렌트는 이 마지막 조건인 ‘행위’가 곧 정치의 본질이라고 말했으며 행위를 통해 구성된 정치적 공동체의 실존 자체에 ‘권력’이 내재한다고 보았다. 이 권력이 성문화된 법제도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것의 견제를 담당하는 것이다. 모든 개인이 정치적 행위자이지 않음에도 정치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관찰자로서의 책무를 수행함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아렌트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한다.

“연극의 진행과 관련하여 배우는 관객의 반응을 살피게 된다. 이처럼 정치행위자도 정치 행위를 보는 관찰자의 반응에 관심을 두게 된다. 명성을 얻기를 바라는 행위자는 관찰자의 의견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행위자의 마음속에는 판단을 내리는 관찰자가 항상 자리 잡게 된다.”_199-200쪽

그러나 전체주의에서 나타나는 총체적 폭력은 서로 간의 소통 창구를 파괴해버리고 개개인을 잉여적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전체주의의 비인간적 특성은 그것이 근본악일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프라이버시에서 공적 공간까지>

인간의 정치적인 자유를 강조하는 아렌트의 논의는 개별자의 사적 영역의 중요성까지 함께 포함한다. 대화는 타인을 향한 사유의 확장이며 그것은 ‘상상력’에 의해 가능하다. 그런데 만일 상대방에게 이 상상의 여지가 없는 경우에 정치적 대화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렌트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고독’을 통해 자신을 가꾸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적 깊이의 계발은 곧 공적 공간의 풍요로 이어짐을 주장했고, 개인을 말살해버리는 전체주의 체제는 공적 영역을 억압하는 것과 같음을 다시 한번 역설한다.

“전체주의적 지배체제에서는 사람을 홀로 유폐하지 않는 한 결코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전체주의 체제는 사람들 사이의 모든 공간을 파괴하며 서로를 압박하게 만들어 고립(isolation)이 생산적 잠재력을 갖지 못하도록 말살한다. 그리고 고립된 개인이 외로움에 물들게 하여 사유가 작동할 기회를 소멸시킨다.”_158쪽

저자 김선욱은 위와 같은 아렌트의 이론을 현대 한국사회에 비추어 2016년 촛불시위의 혁명성을 해석하고, 물질만능주의에 스며 있는 전체주의적 망령을 꼬집기도 한다. 소통의 의지와 언어 사용의 반성 없이 내면을 가꾸지도 않은 채 “주어진 임무에 생각 없이 충실한 사람은 자칫 성실한 악행자”(67쪽)가 될 수 있음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실존적 개인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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