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노르웨이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운명을 짊어진 사내 페테르와 그가 제공한 이야기 소재들을 가지고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이야기이다.
2019. 3. 24. ~ 26.
p. 13
이제 모든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되도록 솔직하게 글을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 역정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믿을 만하다고 자처한다면 이 험한 여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좌초하고 말 게 분명하다.
p. 30
나는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내가 그리워할 만한 것은 본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독과 그리움은 동전의 양면이다.
p. 75
소설가란 장시간, 때로는 몇 년씩, 하나의 사건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너무 일방적이고, 너무 편향적이고, 너무 현실 도피적인 일이었다.
p. 76
이 대목에서 에른스트 윙거의 말이 떠오른다. 전쟁 중에 쓴 그의 일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떤 생각이 우리의 머리에서 미꾸라지처럼 날쌔게 빠져나가더라도 슬퍼할 필요가 없다. 이 생각은 낚시 바늘에서 풀려나 물속 깊숙이 사라졌다가 어느 날 다시 튼실한 몸으로 떠오를 물고기와 같다... 만일 우리가 반대로 이 물고기를 육지로 끌어올려 내장을 꺼낸 뒤 플라스틱 통에 던져버린다면 그 물고기에게 더 이상 발전이란 있을 수가 없다. 소설 착상도 마찬가지다. 만일 소설 착상들을 적당히 괜찮은 형식 속에서 가공한 뒤 종이에 옮겨 출판까지 했다면 그 착상의 발전은 거기서 끝나고 만다. 어쩌면 우리네 문화적 삶은 너무 많이 잡기만 할 뿐 놓아주는 데는 너무 인색한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