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제18회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 일본 규슈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홀로 이사 온 ‘키코’는 어느 비 오는 날 자신처럼 외로움의 냄새가 나는 한 아이를 만난다. 가족으로부터 학대받은, 그리고 학대받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 두려움을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어스레한 물속에서 기포가 천천히 올라가는 화면에 장중한 울림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크게 숨을 쉬는 것 같기도 하고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정하게 부르는 듯 들리기도 하는 소리.
“이건 고래의 노랫소리야.”
소년의 눈썹이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놀랐지? 고래는 바닷속에서 마치 노래를 부르듯 친구들을 부른대.”
호오, 하고 감탄하는 숨을 내쉰 소년이 눈앞의 바다로 시선을 던졌다. 나도 따라 바다를 보았다.
“대단하지? 저렇게 드넓고 깊은 바닷속에서 친구들한테 소리가 전달된다니. 분명히 대화도 할 수 있을 거야. 영상 속 이 아이는 뭐라고 하고 있을까?”
소소한 말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늘 밤은 달이 아주 밝네. 여기 바다는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 오늘따라 네가 보고 싶어. 그런 대화가 바다 어딘가에서 오가면 좋겠다.
“물속에서 상대방의 목소리가 울리면 어떤 느낌일까? 난 상대방의 마음이 온몸을 감싸는 상상을 하곤 해.”
내게 보내는 마음을 온몸으로 받고 온몸으로 듣는다. 분명 굉장히 행복한 일이리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게 보내는 마음이 느껴진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도…….”
이야기하는 도중에 소년이 갑자기 불쑥 일어섰다. 올려다보니 소년은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을 새도 없이 소년은 그대로 도망치듯 나가 버렸다.
“이제부터가 본론인데.”
소년이 고래 소리에 흥미를 보였을 때 이야기하자고 생각했다. 이 아이라면 내가 왜 고래 소리를 듣는지 알아주지 않을까?
“또 올까?”
작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