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잠

이근화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차가운 잠 (이근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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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2.5.31

페이지

176쪽

상세 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412권.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자극적인 이미지와 구문의 파괴 없이도, 요설체와 장광설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이근화 시인의 세번째 시집. 시인은 일상의 세목을 선별하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노련한 바리스타처럼 감각적인 기동력과 순발력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일상은 항상 미지의 것으로, 한없이 낯설다. 김밥은 무연히 "얻어터지는" 주체가 되고 국자는 위력적인 무기가 되는 식이다. 무분별한 생각의 덩어리들, 오해와 착각과 무모한 열정, 이름 붙여지지 않은 기분과 감정들, 사소한 즐거움과 오랜 열패감이 시인의 삶과 글을 이끈다는 한 산문('꿀문학이라는 불가능한 말')에서의 고백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정념들을 쉽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심연에서 들끓는 정념을 엄격하게 단속하여 표면까지 끌어올릴 뿐이다. 그러는 동안 더욱 팽팽해지는 시적 긴장감이 눈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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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잠

이근화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7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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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문학과지성 시인선' 412권.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자극적인 이미지와 구문의 파괴 없이도, 요설체와 장광설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이근화 시인의 세번째 시집. 시인은 일상의 세목을 선별하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노련한 바리스타처럼 감각적인 기동력과 순발력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일상은 항상 미지의 것으로, 한없이 낯설다. 김밥은 무연히 "얻어터지는" 주체가 되고 국자는 위력적인 무기가 되는 식이다. 무분별한 생각의 덩어리들, 오해와 착각과 무모한 열정, 이름 붙여지지 않은 기분과 감정들, 사소한 즐거움과 오랜 열패감이 시인의 삶과 글을 이끈다는 한 산문('꿀문학이라는 불가능한 말')에서의 고백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정념들을 쉽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심연에서 들끓는 정념을 엄격하게 단속하여 표면까지 끌어올릴 뿐이다. 그러는 동안 더욱 팽팽해지는 시적 긴장감이 눈길을 모은다.

출판사 책 소개

상상보다 기괴하고 어이없는 현실에서
글과 말, 세심한 사유로 진실에 닿아가는 시간

일상의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사소한 것들의 블렌딩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자극적인 이미지와 구문의 파괴 없이도, 요설체와 장광설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조용히 밀고 나가는 이근화 시인의 세번째 시집 『차가운 잠』(문학과지성사, 2012)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세목을 선별하고 배합하는 과정에서 노련한 바리스타처럼 감각적인 기동력과 순발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선별과 배합이 만들어내는 맛과 향이 예사롭지 않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시 안에서 어우러지며, 공동체의 ‘어려운 문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맞닥뜨리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이 시집을 읽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심연의 들끓음에서 표면의 긴장감으로
시인에게 일상은 항상 미지의 것으로, 한없이 낯설다. 김밥은 무연히 “얻어터지는” 주체가 되고 국자는 위력적인 무기가 되는 식이다. 무분별한 생각의 덩어리들, 오해와 착각과 무모한 열정, 이름 붙여지지 않은 기분과 감정들, 사소한 즐거움과 오랜 열패감이 시인의 삶과 글을 이끈다는 한 산문(「꿀문학이라는 불가능한 말」, 『문학과사회』 2012년 여름호)에서의 고백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정념들을 쉽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심연에서 들끓는 정념을 엄격하게 단속하여 표면까지 끌어올릴 뿐이다. 그러는 동안 더욱 팽팽해지는 시적 긴장감이 눈길을 모은다.

살다 보면 그렇다 김밥 옆구리가 터지듯
그냥 얻어터지는 날도 있고
어제도 오늘도 만났던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만날 수 없게 된다
죽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김밥에 관한 시」 부분

국 없이 밥을 먹고 영화를 보았다
사람이 천천히 죽는 영화 한 편과
사람이 빨리 죽는 영화 한 편
국자를 휘두르면 한두 사람쯤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도 같아
장외로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다음에는?
-「국자 사러 가기」 부분

명랑한 발설 속에서 비치는 불안한 표정
이근화 식 화법의 특징 중 하나는 무상함이다. “넘어져서 일어나지 않아도 좋겠”(「내게 없는 것」)다거나 “그래서 기분이 이런 것이군”(「물체주머니」) 하며 짐짓 무표정을 짓는다. 시인은 이러한 무표정에 도달하기 위해서 일단 명랑함을 가장한다. “우리는 오늘의 식사가 즐겁다”(「그물의 미학」)거나 “국수가 좋다/빙빙 돌려가며 먹는다”(「국수」)고 말하지만 이내 “실종된 유학생”과 “노동자의 마스크”와 “남편을 잃은 베트남 여인”(「그물의 미학」)을 불러들이고 “풀기 어려운 문제”(「국수」)를 만나기도 한다. 시인은 이러한 낙차를 만듦으로써 시 속에서 이야기가 생성될 수 있는 높이와 질량과 속도를 충전하는 것이다. 심상은 폭포처럼 쏟아지고, 그 베일 뒤에서 “오늘의 문제는 너무 어렵다는 표정으로 별이 몇 개 뜬다”(「너무 늦게 온 사람」). 그 별은 시적 화자가 짓고 있는 불안한 표정과 닮았다.

「김밥에 관한 시」가 다시 씌어져야 하는 까닭
「김밥에 관한 시」와 「김밥에 관한 시 2」는 이 시집의 특징을 함축하고 있는 연작시다. 시인은 김밥에 관해 개인적 경험을 열거한 시 한 편을 쓰고 나서 곧이어 “김밥에 관한 시는 다시 씌어져야 한다”며 앞의 시를 송두리째 뒤엎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멸추김밥처럼 웃긴”, 김밥에 관한 시 쓰는 일을 다시 하려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조강석은 “입맛이 단지 개인의 기억에만 결부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개인의 입맛에 국한되던 김밥이 기억과 정념의 연쇄작용을 작동시켜 공동의 생존권과 연결되는 것이다. 「김밥에 관한 시 2」에는 차가운 바닥에서 더러운 냄새가 밴 마스크를 쓰고, 막내가 보고 싶지만 그마저 뒤로한 채 바닥에서의 하루를 이어가야만 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시는 이들 열두 명에게 김밥이 고작 한 줄만 배달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명랑’에서 ‘불안’으로 감정이 옮아가는 지점이라 하겠다.

열두 명을 위한 김밥 한 줄은 어떻게 배달되었을까
주머니 속에서 가슴 속에서 얼마나 차갑고 딱딱했을까
여덟아홉 조각이었다면 어떡해
씹고 굴리고 씹고 굴리고 그걸 어떡해

오늘은 다행히 열두 줄의 김밥이 배달되었다는데
나란히 앉아 한 줄 먹고 고소당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낮잠 자고 고소당하고
마스크에 더러운 냄새가 배고 고소당하고
막내가 보고 싶고 고소당하고
그러니 김밥에 관한 시는 다시 씌어져야 한다
-「김밥에 관한 시 2」 부분

구체적인 정황은 숨겨져 있지만 시인은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상상보다 훨씬 기괴하고 어이없는 현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시인은 그러한 현실에 「김밥에 관한 시」 연작으로 맞서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시적 의지가 시집 전반에 포진해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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