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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인 책
출간일
2014.6.20
페이지
216쪽
상세 정보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 배경인 ‘생 발레리’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의 노숙인 거주 지역을 본 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차들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도로 옆에 위치한 생 발레리에는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 살고 있다. 작품 속 화자인 ‘킹’은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작가는 이 개의 눈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생 발레리로 흘러 들어온 열 명 남짓한 인물들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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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 배경인 ‘생 발레리’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의 노숙인 거주 지역을 본 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차들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도로 옆에 위치한 생 발레리에는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 살고 있다. 작품 속 화자인 ‘킹’은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작가는 이 개의 눈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생 발레리로 흘러 들어온 열 명 남짓한 인물들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나의 하루
우리는 다른 이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생 발레리에서 산다. 양피 코트처럼 땅 위에 펼쳐져 있는 이곳을 예전에는 쓰레기 하치장이라고 불렀다. 삼십 년 전 형태 그대로 쓰러진 건물은 쓰레기산이 되었고, 난 종종 그 산에 올라가 생 발레리 전체를 둘러보며 짖는다. 나는 비코와 비카와 함께 생 발레리의 오른쪽 소맷부리에 산다. 비카는 일주일에 한두 번 잭에게 요리를 해 주는데, 그게 우리 자릿세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나는 뤼크와 함께 지냈다. 한번은 먹을 걸 구하러 정육점에 들어간 적이 있다. 내가 이를 드러내 위협하는 연기를 하며 주인장의 시선을 돌리는 사이 뤼크는 고기 덩어리를 훔쳤다. 오랜만에 맛본 고기였다. 그리곤 얼마 후 뤼크는 자살했다. 비코는 요즘 신발가게 앞에 앉아 무를 판다. 비카가 예상했듯이 거렁뱅이 노인이 파는 무는 아무도 사지 않았다. 손님이 없다 보니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조는 비코 곁을 지키는 날이 잦았다. 어쩌면 유럽 최고의 절연(絶緣) 장갑을 만들던 공장장 시절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날이 추울 때면 장갑까지 끼고 잠자리에 들곤 한다. 비카가 눈에 띄지 않는 걸 보니 어디선가 노래를 부르고 있거나 맥주 한잔 걸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침 일찍 시청에 간다고 나갔던 잭은 재킷이 찢어진 채 돌아왔다. 뭔가 불길한 징조 같았다. 어둠이 깔려 암흑이 지배한 시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전진하는 큰 차의 전조등이 눈앞에서 멈춰 섰다. 무심하게 생 발레리를 지나쳐 가던 전조등 행렬과는 확연히 달랐다. 확성기에서는 알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코리나는 욕을 퍼부으며 차를 향해 돌진했으나 이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차는 차례차례 집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서정적인 문장이 주는 불협화음
이 책은 ‘킹’이라는 이름의 개가 바라본, 유럽의 어느 도시 근교 노숙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위와 같이 요약되는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소설 속 배경인 ‘생 발레리’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존 버거는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의 노숙인 거주 지역을 본 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차들은 쉴 새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도로 옆에 위치한 생 발레리에는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 살고 있다. 작품 속 화자인 ‘킹’은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 작가는 이 개의 눈을 통해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안고 생 발레리로 흘러 들어온 열 명 남짓한 인물들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고 있다.
존 버거는 다분히 다큐멘터리적일 수 있는 주제를 문학적 틀로 엮어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삶을 역설적이게도 서정적인 문장으로 담아낸다. 여기서 ‘서정적’이라는 말은 미화했다는 표현과는 궤적을 달리한다. 주유소 화장실로 물을 길으러 갈 때면 인상을 찌푸린 주인의 갖은 욕설을 듣고,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물건들로 방을 채우고,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성냥이 잠자던 노인의 온몸을 불태우기도 하는 등, 그들의 삶은 무서울 정도로 참혹하다. 하지만 존 버거는 비참한 현실만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작가의 시선으로 투과된 그들은 서로 농담을 하거나 과거를 회상하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 준다. 눈앞에 가려져 있던 커튼이 걷혔을 때 모습을 드러낸 개인은 마냥 불편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존 버거의 시선은 일견 ‘불협’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걸하는 삶과 요리하는 일상을 동시에 그러안는다. 그렇게 획득한 문장들은 서정적이지만 현실을 단단하게 잡고 있기에 낯선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 있다’는 목소리의 현재성
“잠시 후 자신이 짖고 있다는 것도 잊고, 그제서야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합창처럼 들리는 짖는 소리. 그 누구도 변하지 않았고, 제각각 또렷하게 들리지만, 너무나 또렷해서 가슴을 찢는 소리. 그 짖음은 이제 무언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가 여기 있어!라고. ‘우리 여기 있어!’라는 그 말이 거의 죽어 있던 기억을 깨우고, 그 기억이 밤 바람에 다시 불꽃을 피우는 재처럼 살아나고, 함께 있었던 기억, 두려움, 숲, 음식에 대한 기억도 되살아난다.”? 『킹』(본문 p.204) 중에서
그들만의 일상을 살고 있던 이곳에 어느 날 철거반이 들이닥친다. 그들에게는 철거 계고장(戒告狀)도 없었다. 확성기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소음과 전경들의 등장은 어둠을 틈타 기습을 노리는 비열함과 닮아 있었다. 안락하게 감싸 안아 주던 집은 종이상자처럼 부서졌고, 사람들은 풀처럼 쓰러지거나 비장하게 총을 들어야만 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은 경제 성장의 열매만 먹고 자란 동물처럼 탐욕스럽게 생 발레리를 파괴한다. 누군가의 삶의 보금자리는 그들에게 재개발의 보고로 변형되어 읽힌다. 하지만 번영의 역사의 뒤뜰에는 배제의 기억이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번영의 역사는 그들의 언어인 야만의 언어로만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존 버거는 1999년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될 당시, 표지에 자기 이름을 빼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숨김으로써 독자들이 아무 선입견 없이 책 속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 보기를 원했던 것이리라. 이 소설의 마지막, 정신없이 도망치던 킹은 뒤에 아무도 없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쫓기고 쫓겨 다다른 생 발레리였지만 이제는 고향이며 집이기에 떠날 수가 없다. 코앞까지 치고 들어온 개발논리에 맞선 그들은 ‘우리, 여기 있다’고 울부짖는다. 그리고 이 외침은 존재를 향한 강한 긍정의 뿌리가 된다. 십오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애석하게도 생 발레리는 우리 가까이에 여전히 현존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도 야만의 언어와 싸우며 매일매일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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