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작가 리반엘리 소설. 단기간에 40만 부가 팔려나가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주인공인 신문기자 이브라힘은 친구의 죽음을 쫓다가 과거로 회귀해 버린 터키, 나아가 작품 속에서 '찢긴 입안의 엉겅퀴와 뒤섞인 피맛을 즐기는 낙타'로 대변되는 오늘날 중동의 불안한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터키 작가의 책으로 이슬람 문화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낯섬과 동시에 역자의 주석을 꼼꼼히 읽게 해주었다. 이 책의 영한본을 중역한 책이라는 걸 역자 서문을 통해서 알았다. 오르한 파무크의 책은 우리나라에 전담하는 역자가 있어서 번역되는데, 이 책은 이른바 중역판으로 작업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안이라는 제목과 소설의 내용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선의와 타인을 도구화하는 악한 모습이 공존하고 그 속에서 상처받는 이, 상처받은 이를 도와주면서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슬람 사회의 문화적 종교적 복잡다단한 현재를 서사하는 문장들을 읽으면서, 종교가 어떻게 '신'에 대한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믿음의 모습들을 결국은 인간의 모순인가 싶어서 읽는 내내 화자 이브라힘과 이 서사의 중심인물인 멜렉나즈의 삶을 쫓아다녔다. 멜렉나즈의 목소리는 거의 소설 후반부에 등장하고 이브라힘이 후세인의 죽음을 취재하게 되면서 전개되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적대시하는 터키 사회의 풍경들은 서양과 동양으로 이분화 된 태도와 시점들이 화자 자신에게도 혼란으로 느껴진다.
이슬람권 안에서도 서로의 섬김에 따라 갈라지는 종교적 신념과 사회적 태도의 구분이 이런 혼란과 분쟁의 계속적인 토대가 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특히나 여성과 아이는 언제나 가장 약자로서, 제일 먼저 제일 쉽게 짓밟히는 존재로 씁쓸함이 깃든다.
소설 속 인물들이 죽으면서 내뱉던 '한때는 나도 사람이었어'라는 말이 계속해서 남는다. 죽음의 순간 그들은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의 훼손에, 인간적 가치를 지키지 못한 채 삶이 마지막에 이르렀음에 애통해하면 죽어간 것이다. 그 상황들을 들여다보면 이토록 인간이지 못한 상황으로 치닫는 이유들이 한편으로 너무 어이없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종교적 신념으로 분열된 전쟁과 혼란이 인간을 가장 밑바닥으로 던져 놓는 순간에 치닫게 하는 상황들이.
이 책은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많은 것들이 녹아들어 있어서 꼼꼼한 읽기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행복이라는 저자의 작품을 읽으려다가 먼저 읽게 된 작품인데, 다른 문명권의 사회적 종교적 면들을 일부분이지만 알 수 있게 해주었다.